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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전한 남 탓, 북핵·노동개혁·위안부 문제 등 정부의 책임방기

여전한 남 탓, 북핵·노동개혁·위안부 문제 등 정부의 책임방기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전가가 아닌 국정기조 전면 쇄신에 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1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문제와 노동 관련법·테러방지법 처리 등을 촉구했다. 국민들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현 시국에 대한 성찰과 이를 통한 국정쇄신방안을 제시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 안정과 민생안정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드러난 문제들의 원인을 모두 북한, 중국, 정치권, 노동계, 국민 등 외부 탓으로 돌리며 현 시국과 경제 문제 등에 대한 인식에서 국민들의 큰 괴리를 보였다.

<경실련>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정기조의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국정혼란을 해결해 나가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

박 대통령은 북핵 실험에 대해 중대도발이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양자-다자적 외교노력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중대한 역할이 요구되는 중국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외교적 무능함을 더 이상 드러내지 않도록 한·미·일 6자 수석대표 회담(13일), 한·중 6자 수석대표 회담(14일), 한·러 6자 수석대표 회담(19일)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치밀한 전략과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북핵 문제해결을 위해 무조건적인 제재와 압박에만 매몰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전략도 무시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도발이나 사이버테러를 언제든지 감행할 우려가 있다며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해 전 세계적인 무차별적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대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핵실험과 직접 상관도 없고, 인권침해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없는 가운데 테러방지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히 현행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정보원 산하에 테러대응종합기구를 만들어 국정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어 있다. 그 동안 국정원이 정치개입, 국민감시, 인권침해 등 숱한 논란을 불러온 만큼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핵실험에 대한 사전인지와 정보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국정원을 초법적 기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공조 강화 등 외교적 노력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실효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노동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은폐를 중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노동계에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동 5법 중 기간제법은 ‘중장기적’ 과제로 돌리는 대신 파견법은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노사정합의의 파탄선언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합의를 이행함에 있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을 합의문에 명시했음에도 노동개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합의절차도 거치지 않아 이를 위반했다. 또한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 파견허용 업종확대 등의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킨 것도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정부·여당은 노조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자신들이 저지른 합의위반에 대한 해명을 먼저 내놓았어야 한다.

노동4법의 문제도 심각하다. 박 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한 파견법은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에 대한 파견노동을 허용한다. 해당 분야에 파견이 허용될 시 일시적으로 인건비 절감효과를 기업에게 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잦은 인원교체로 산업안전조치가 미흡해져 사고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며, 생산성을 하락시켜 가뜩이나 불황에 처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도태시킬 위험이 높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말대로 급여수준과 지급기간을 상향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하한액을 인하했으며, 조기재취업수당마저 폐지하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단기알바를 전전하는 청년노동자들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져 고용보험 보장성이 오히려 후퇴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더 이상 은폐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며 국회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재벌개혁, 조세개혁, 산업구조개혁 등 경제전반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에 대한 평가 주체는 박 대통령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에서 정부는 국민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를 외면한 채 졸속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최상의 것을 받아내 제대로 합의되도록 노력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고 자화자찬했다. 더불어 이번 합의에 피해자들의 뜻이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바란 해결은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해 국가적이고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다시금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이번 합의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적인 국민들을 질타하고 윽박지르기에 여념이 없다. ‘불통 정권’의 민낯만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일본의 국가적·법적 책임을 회피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들과 대다수 국민들은 수용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협상이라 밝혔지만, 이 정도 수준의 합의라면 그동안 못했을 이유가 없다. 받아들일 수 없는 굴욕적 합의를 내놓은 정부가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이에 대한 이행을 강요하는 것을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남의 탓만 하며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커다란 고통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전면 무효화와 재협상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정부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고, 새로운 해법도 없다. 유례없는 정치비상사태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박 대통령 스스로 경직된 태도를 버리고,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노동개혁의 고통을 국민들에게만 떠안긴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상생과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 일자리 확충, 경제재도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 등 국정기조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 국회 지도부와도 만나서 대화와 협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균형 있는 외교도 필요하다.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는 박 대통령이 소통과 통합의 노력을 포기하고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국정혼란 속에 표류하다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소통하고 듣는 열린 리더십의 자세를 갖추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