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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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염치없는 공무원 증원

이종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서울 시내버스 창문에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명의의 공지문이 붙어 있다. ‘운임 인상으로 시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려 매우 송구스럽습니다’라는 문구다. 이전과 달리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등의 낯간지러운 구실을 달지 않아 읽는 마음이 편하다.


정부는 올해 1만2317명의 공무원 증원을 비롯해 2011년까지 5년간 5만여명을 늘릴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는 공무원 증원의 명분으로 국가경쟁력 증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의 정부인력 규모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4년간 중앙정부 공무원 4만8499명을 늘린 바 있는 참여정부의 정부부문 효율성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에 31위에서 47위로 16단계나 더 떨어졌다. 그리고 공무원 증원할 때마다 내세우는 공무원 규모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얘기는 나라마다 통계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어떤 나라에서는 공기업 직원이나 교원(사립학교 교원 포함)까지 모두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2006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보다도 큰 정부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지출비용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선진국보다 더 큰 정부라는 것이다.


‘향후 5년간 공무원 5만여명 증원’ 보도에 대해 정부는 국정브리핑에서 “중장기 인력 운영을 위한 지침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구체적인 인력증원계획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올해의 1만2000여명 증원계획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이와 같이 구차스럽게 변명하기보다는 차라리 “국민 여러분께 큰 부담을 드리게 돼 매우 송구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면 마음이 한결 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1만2317명의 공무원이 추가로 증원된다면 참여정부는 임기 중 6만여명을 증원하는 셈이 된다. 공무원 1인당 평균연봉 3000만원에 활동비 3000만원으로 추산한다면 6만명이 늘어날 때 가구당 36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가구당 30여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데 비해 국민이 받는 서비스는 얼마나 개선되고 살림살이는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지난해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03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3년여 동안 사업 타당성 검토가 없는 투자나 중복투자로 26조원, 정책 실패와 공무원 업무처리 미숙으로 2조7000억원 등 모두 39조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일반회계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매년 낭비된 것이다. 39조원의 돈이 만약 민간에 투자돼 자본금 5억원짜리 중소 벤처기업 7만8000개가 설립돼 5명씩 고용할 수 있다면 39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공무원 집단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공규모 팽창을 기도하는 기본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공무원들의 이러한 ‘제국건설’ 욕망은 특히 정부혁신 의지가 약화하고 감시가 소홀해지는 정권 말기에 기승을 부린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 울산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무능·부적격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무원 증원계획을 밝힌다는 것은 너무도 얼굴 두꺼운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부문의 인력은 한 번 늘어나면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강력한 공무원노조가 결성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에서 가장 기본적인 미덕은 절약과 능률이다. 국정관리에서 ‘작은 정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차기 정부에도 부담을 줄 명분 약한 공무원 증원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


* 이 칼럼은 세계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