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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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영리의료법인’ 이래서 반대한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보통 입원비가 무료고 외래진료비는 소액의 본인부담만 있을 뿐이어서 의료비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환자부담이 꽤 큰 편이다. 과잉진료와 부당ㆍ허위청구도 적지 않다. 법적으로 모든 병원이 비영리로 분류돼 있는데도 사정이 이러한데 영리기업으로 되면 국민들에게 닥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의료비의 폭등은 불 보듯 뻔하다. 투자액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려면 드러내놓고 돈벌이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건강보험보다는 고가의 비보험 진료, 고급 서비스, 과잉진료 등으로 인해 환자의 등이 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경쟁으로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환상이다.


 


미국 영리병원의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7% 높게 나타나는 등 반대의 증거는 무수히 많다. 민간시장에 의료를 의존하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지만 국민건강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부담능력을 벗어나는 의료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심야에 응급실 신세 한번 지면 수백만원, 일주일 정도 치과치료를 받으면 수천만원이 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몰락한 데는 민간의료에 짓눌린 노조가 의료비 증액을 요구, 원가가 높아진 탓도 있다.


 


영리병원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사회적 일자리가 줄어든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사고도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외국의 저명 학자에게 의뢰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149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비영리병원이 의료의 질도 우수하고 비용도 저렴했다.


 


내국인의 해외진료비가 영리병원 도입으로 줄어든다는 주장도 억지에 불과하다. 해외진료비 규모가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원정출산과 장기이식 관련 의료비다.


국내 의료관광산업은 이미 우수한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환자 유치에 장애가 되는 비자업무 등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이를 핑계로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싱가포르는 전국민의 의료비를 공공의료로 보장해주며 주변국의 화교 등을 대상으로 영리의료를 제한적으로 제공할 뿐이다. 태국은 세계적인 관광지여서 우리와 상황이 다르며 유능한 의사들이 죄다 의료관광에 골몰하느라 정작 태국 국민들은 의사 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은 건강보험제도의 핵심을 이루며 시장실패라는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을 영리 주도에 맡겨 돈벌이 수단으로 내모는 나라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의료가 가장 상업화된 미국보다 더 상업적인 의료체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면 민간보험사와 종합병원을 동시에 소유한 거대 기업의 시장확대 전략을 위해 건강보험제도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일 뿐이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한번 시작하면 접을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제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제도가 선진국 단계에 진입했을 때 추진해도 늦지 않다.


* 이 칼럼은 서울경제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