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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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영화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유감

I. 모니터 취지 및 목적


한 이야기의 전개방법은 그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나쁘게 혹은 좋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또한 이야기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상적인 상황 하에서는 내용이 형식의 스타일을 지배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형식이 내용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허먼 G. 와인버거)


 마찬가지로 방송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어떠한 형식을 취하는가에 따라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메시지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히 영화와 같이 오락성과 예술성을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문화상품의 경우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수용자에게 그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요즘 방송3사의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보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특정 영화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 없는 홍보성 소개와 영화의 오락적인 요소와 흥행여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내용들 그리고 방송사마다의 차별성 없는 프로그램 구성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상업영화로의 편향된 취향을 강요하면서 점점 더 예술영화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키고 있는 듯하다. 물론 영화에 대한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영화에 대한 편식적인 정보제공은 이러한 구분짓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방송의 영화정보제공 프로그램이 한국영화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99년도 본회 분석결과에서 나타난 것과는 달리 한국영화에 대한 비율이 증가한 것을 볼 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매니아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정보프로그램에서 오락적 요소인 대중적 ‘재미’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재미만 있고 ‘정보’를 주지 못한다면 영화정보프로그램으로써 존재의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전문가적인 깊은 정보나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질적인 면을 담보하지 못한 채 단순 나열식의 정보가 영화발전과 선택에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이번 모니터를 통해 대상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프로그램의 개선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II. 분석대상 및 프로그램 개요
   1) 분석대상
      – KBS 2TV ‘영화 그리고 팝콘’ (일요일 오전 11시)
      –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일요일 오후 12시 10분)
      – SBS ‘접속 무비월드‘ (일요일 오후 12시 10분)


   2) 분석기간
      – 2001년 9월 30일~10월 7일


III. 모니터 결과


1) 프로그램 코너별 영화소개 내용


분석기간 중 방송사별로 소개하고 있는 영화를 살펴보면 <표1>의 내용과 같다. 각 프로그램에서는 평균 6편 정도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었고, 방송사별 영화소개 내용중 한국영화의 비율을 살펴보면 KBS는 38%, MBC는 50%, SBS는 25%로  전체적으로 41%가 한국영화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 본 회 모니터결과에서 나타난 24%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양적 성장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한국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와 흥행위주의 작품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등은 문제로 남는다.


2) 특정영화 밀어주기? – 방송사마다 중복되는 영화


방송사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같은 영화의 지나친 중복소개는 ‘특정영화 밀어주기’라는 의심을 가질 소지가 충분하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반복 소개하는 것이라 해도 시청자들에게 일부 작품만을 강조한다면 시청자들의 폭넓은 감상의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영화를 소개할 때 사용되는 자료화면 역시 거의 동일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 영화홍보사의 예고편을 그대로 내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문제는 이런 식의 중복과 차별성 없는 내용이 프로그램의 안일한 제작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7일 방송의 경우, ‘킬러들의 수다’를 KBS와 MBC에서 함께 소개하였다..
KBS의 경우는 ‘킬러들의 수다’를 만든 ‘장진’감독이 직접 나와 영화의 의미와 배우들의 성격이나 캐스팅과정, 그리고 영화제작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MBC는 9월 23일부터 10월 7일 까지 총3회에 걸쳐 ‘킬러들의 수다’를 소개했고 9월 30일 방송에서는 KBS와 비슷한 내용을 보였으나, 10월 7일 방송에서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주연배우들의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단순한 장면만을 보여주어 3회에 걸쳐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비해 정보의 질적인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물론 같은 영화를 소개한다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다룬다면 오히려 다양성의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전혀 시각과 내용의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중복적인 영화소개는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특정영화의 간접광고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KBS 2TV의 ‘서세원쇼’에서 진행자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조폭마누라’의 주연배우인 신은경이 출연하였을 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포스터를 세워두는 등 지나치게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던 것과 그 방송의도가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 신작만이 명작? – 최근 개봉작 위주의 정보들


정보의 가치가 꼭 시기성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영화의 경우 지나간 명작들을 찾아보는 것도 감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최신 개봉작품만을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최근작이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현재 각 프로그램별로 신작을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지만 문제는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 코너 이외의 다른 코너-심층분석이나 테마별 비교-까지도 전체 내용구성이 흥행위주의 최근 개봉작품 위주로 되어있고 영화의 장면과 내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개되고 있다. 신작소개가 필요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되는 작품과 소개하는 방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신작에 대한 영화의 결과적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직접 제작한 감독의 입장이나 영화의 개요정도는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쏟아져 나오고 있는 다수의 영화들 속에서 선택의 기준을 마련해 주는 데 필요한 정보가 되지만, 관객의 눈을 제한할 정도로 신작영화에 대해 상세히 짚어주는 과잉친절까지 베풀고 있는 것은 오히려 영화 보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4) 무늬만 같으면 비교한다? – 영화 비교분석 코너의 문제점


두 개의 영화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 비교하는 것은 최근영화의 경향들을 읽어 내거나 유사한 주제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시대나 감독 또는 나라에 따라 영화 표현양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혹은 그것이 전달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각 프로그램별로 마련되어 있는 이런 류의 코너들은 외형만 그럴 듯 할 뿐 실제 비교하고 있는 테마들은 단순한 흥미위주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코너의 특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일명 ‘조폭영화’가 흥행을 거두면서 이런 소재의 영화들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경향이 많은데 각각의 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도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단지 소재가 ‘깡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리하게 연결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이런 영화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이 마구잡이식 소개로 오히려 인기몰이에 편승하는 것은 그것이 오락프로그램이라 할 지라도 영화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그 존재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코너들은 각각 KBS는 메인 MC이기도 한 김홍성․유선, MBC는 안선영, SBS는 김생민이 진행을 맡고 있는데 KBS는 전문MC와 연극배우 출신인 유선씨가 진행을 하고, MBC의 경우는 개그맨이, SBS는 개그맨 출신 리포터가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그맨이 진행자일 경우 거의 모든 멘트가 영화를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의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어 아무리 오락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영화비교라는 주 내용과 재미있는 소개라는 방법론에 있어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5) 영화 보는 또 다른 재미 – 심층분석코너


영화는 이제 시각적 즐거움만을 주는 장르에서 벗어나 그 영상을 해독함으로써 그 의미를 찾아내는 하나의 텍스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상의 포인트를 짚어내어 그 의미 찾기를 도와줄 수 있는 길잡이의 역할이 필요하다.


KBS는 ‘영화를 읽는 코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영화를 심층분석 하고 있다. 이것은 한 편의 영화를 읽는 방법적 코드로 3가지를 제시하며, 각 코드에 따른 장면분석을 통해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전문적 비평가의 시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영화를 보는 시각을 넓히고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MBC는 영화의 코너명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읽는 방법으로 ‘왜?’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창의적이며 주체성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 ‘왜?’를 던져주는 것은 영화감상의 포인트를 짚어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SBS는 <감독의 눈>이란 코너에서 이무영 감독이 감독의 입장으로 영화 읽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코너에서는 주로 영화의 주제를 담고있는 장면을 분석하고 영화 속의 사물이나 말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다.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무성영화시절 지녔던 영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사를 비롯해 ‘음악’이나 ‘나레이션’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영상으로 메시지를 표현하는 매체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영상분석을 통해 감독이나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각 방송사의 심층분석코너는 시청자들에게 영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작 위주로 소개를 하고 있으며 너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 중 가장 오래 된 ‘출발 비디오 여행’의 ‘왜’는 초창기에 지나간 영화들을 중심으로 관객들이 놓쳤을 법한 포인트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보았던 영화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줌으로써 영화 읽기의 안목을 높이는데 일조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들에 대해 미리 해답을 주거나 많은 장면들을 노출시킴으로써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시각에만 한정시켜 영화를 감상하게 만드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IV. 결론


누구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영화감상’은 이미 대중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영화에 대해 전문지식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도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을 갖춘 관객들도 적지 않다. 꼭 ‘매니아’가 아니라도 관심으로 시작된 지식습득의 결과라 하겠다.


앞서 분석한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영화의 대중화를 그대로 반영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화에만 역점을 둔 나머지 그것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역할은 아직 부족하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적 산물이 아니다.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은 문화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이 반영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환경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방송의 영화정보프로그램이 단순한 오락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신작 특히 헐리웃 영화 위주의 홍보성 소개, 현장감 없이 자료화면만을 갖고 구성되는 내용들과 흥미위주로 겉도는 분석들이 오락으로서의 영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관객의 취향을 한정시킴으로서 다양한 장르와 문제의식을 지닌 영화의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제작진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헐리웃 뿐만 아니라 유럽, 제3세계 등 다양한 영화소개나 △작가주의적 역량을 지닌 감독의 작품세계 △영화산업 및 제작현장 등을 보여주는 기획성 코너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