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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영화] 너무 ‘막장’ 같아서 ‘진짜’ 같은 다큐멘터리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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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막장’ 같아서 ‘진짜’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 ‘부당거래’ 리뷰



서영우 (인턴)


공정거래의 반대말인줄 알았다. 당연히 독과점 재벌들의 담합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했다. 알고 보니 검사와 경찰 그리고 조폭 간의 ‘부당한’ 거래에 관한 영화였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일단 재밌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속된 말로 ‘먹혔다’.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진보언론’에서 부당거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부당거래는 당연히 검사와 경찰에 관한 이야기로 들린다.

검사와 경찰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실제로 대한민국 드라마, 영화에서 검사나 경찰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보다는 이를 저해하고 체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끔 좋은 검사가 나와도 그녀는 ‘프린세스’이며, 본연의 임무인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사랑 찾기에 더 신경을 쓴다.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소수 몇 사람들의 부정을 극화해서 모든 검사, 경찰들이 그런 것처럼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부장검사가 스폰서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재벌 총수는 죄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를 참작해 감형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사면됐다.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 전에 검사는 언론사에 수사 상황을 친절히 브리핑해주었다. 한 경찰 간부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범죄를 은폐하려고 했으며, 공사판 함바집 때문에 경찰 총수는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다. 영화라면 ‘막장’이라고 욕먹을만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진실’이 된다. 정말 위험해 보인다.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용의자를 ‘가공’한다는 영화의 이야기는 분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허구이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허구를 통해서 진실을 이야기하듯 ‘부당거래’ 또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검사가 스폰서를 받고 기자들을 통해서 언론플레이를 하며, 수사권을 위시하여 경찰들을 독촉하는 모습은 부인하고 싶지만 이제는 명백해진 ‘불편한 진실’이다.

허구인 이야기를 예술이게끔 만드는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을 명백하게 만드는 것은 다시 그 예술이다. 보통 사람들은 ‘~카더라’라는 의심만 할 뿐 검사와 경찰이 어떤 패악을 저지르는지 알지 못했다. ‘~카더라’와 ‘~이다’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어서 진실은 언제나 권력을 쥔 그들에 의해서 결정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영화 ‘부당거래’는 의심을 사실로 바꾸어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그들을 믿지 않는다.

‘부당거래’는 완성도에 있어서 크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철기(황정민)가 왜 부당한 거래를 시작했는지에 관하여 영화는 단지 승진을 향한 그의 ‘욕망’이라고만 이야기하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 끝 무렵 최철기의 죽음 또한 비극성을 높이는 장치임은 분명하나, 수년간 믿고 따르던 부하들의 배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극단적이다. 하지만 영화 ‘부당거래’가 의미 있는 것은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시의적절한 유의성 때문이다. 진실이 필요한 시기에 진실을 이야기해준 것, 이것이 부당거래가 이 사회에 이야기해준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