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오바마 한일 순방: 문제 해결보다 문제 확인에 그쳐_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바마 한일 순방: 문제 해결보다 문제 확인에 그쳐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0130508052239.JPG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을 순방했다. 미일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한번으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방문은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진전된 것도 아니고, 일본의 일탈을 막아 껄끄러운 한일관계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단지 미일 양자 간 안보현안 챙기기와 한미 양자 간 북핵 압박 외에는 그다지 눈에 뜨이는 순방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북한 핵문제는 악화일로이고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는 주장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공언하며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요구로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번 순방 결과에서도 한미일은 북핵포기라는 원칙적 요구와 핵실험 시 추가 제재라는 경고만 내놓았을 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는 조금도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한미일의 형국이 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능력과 핵무장은 진전되고 있다.

한일관계 악화의 핵심요인인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번 순방은 해결이 아니라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미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서슴없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대상임을 확인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두둔함으로써 사실상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에 힘을 실어줬다. 미일 공동성명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향후 동북아 평화와 협력 대신 갈등과 대결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이 북핵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에 아무런 진전도 가져오지 못한 데에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 즉 ‘재균형’(rebalancing) 전략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북핵문제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협상이 재개된다면 동북아 정세는 대결이 아닌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6자가 모여 회담을 하고 북미, 남북, 북일 등의 양자협상이 다방면으로 진행되면 당연히 동북아에는 대화의 장이 서게 된다. 이럴 경우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면서 재균형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는 다소 버겁게 된다. 오히려 동북아에 대결과 대립이 구조화되고 북핵문제 악화로 안보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미국의 재균형 전략 수행은 훨씬 수월해진다.

북한이 핵능력을 증가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이른바 군사적 도발을 지속할 경우 미국은 동북아에서 군사적 개입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실제로 6자회담이 진행될 경우에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대로 6자회담이 중단되고 북한의 핵도발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개입은 더욱 정당화되었다.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국면에서 미국은 자연스럽게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진입시킬 수 있었다. 2013년 봄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은 전략 핵폭격기와 스텔스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고 핵항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전략, 즉 중국을 견제하는 재균형 전략 수행에 이보다 나은 호재는 없을 것이었다. 결국 재균형 전략을 동아시아 상위전략으로 간주하는 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거나 진전시키고 싶은 전략적 이해관계가 약화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예산자동삭감’에 따라 10년간 5천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 삭감을 감수해야 하고, 이를 전제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절실하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나라가 일본임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의 국방비 감축을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벌충하려는 전술적 계산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의 국방비 삭감분을 채워주는 미일동맹 강화는 그 대가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우경화를 눈감아주게 된다. 일본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의 폭발적 계기가 될 수 있는 센카쿠 문제에 미국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게 일본을 두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재균형 전략을 위해 북핵문제가 온존되고 일본과의 군사협력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은 당연히 일본의 심각한 우경화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 센카쿠에 대한 노골적 편들기와 일본 우경화를 사후승인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 등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상 미일동맹 강화가 필수적인 만큼 이를 빌미로 일본의 우경화 요구에 미국이 화답한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중일 대결 격화와 한일관계 악화로 나타난다. 미국에 중일 대결은 그리 나쁜 게 아니지만 한일 갈등은 내심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와 재균형 전략을 완성하려면 한미일 군사협력이 상호 일체화되는 수준까지 확대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MD 참여를 요구하고 위안부 문제조차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내세워 봉합 차원의 해결을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21세기 한국에게는 신냉전적 대결구도 대신 탈냉전적 평화협력 관계가 훨씬 절실하다.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수정주의를 방치할 수 없고,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도 박수칠 수 없다. 더 큰 차원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대결적 구도가 아니라 협력적 관계로 진전되는 게 우리에게 더 없이 유리하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에 휘둘려 대결 구도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한국이 나서서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핵문제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오히려 미국을 설득해서 6자회담 재개에 나서야 한다. 지금의 상황악화를 막고 협상국면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만으로도 6자회담 재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북핵협상 재가동으로 대화국면이 조성되면 동북아에 대결 대신 협력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동북아 대결 구도에 기생하는 것인 만큼 동북아 협력의 기운은 장기적으로 일본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북핵문제 진전은 실제 남북관계라는 신뢰의 끈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적극적 역할이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신뢰에 바탕한 호응이 필요하다. 우리의 제안을 거부한 북한을 비난하는 데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에 치중하는 드레스덴 구상과 정치군사적 현안 논의를 주장하는 북한의 1월 16일 국방위 중대제안을 결합하는 차원에서 남북대화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가 주인된 자세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동북아 평화협력에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


※ 본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http://ifes.kyungnam.ac.kr/kor/PUB/PUB_0501V.aspx?code=FRM140426_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