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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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오세훈 서울시장 퇴장이 의미하는 것

고계현(경실련 사무총장)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임투표로 진행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성립요건인 투표율1/3에 못 미치는 25.7%로 나타났다. ‘투표율 1/3에 못 미쳐 주민투표가 불성립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오 시장은 26일 시장직을 사퇴하였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오 시장은 서울시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보수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으며 장기적으로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큰 힘이 될 거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민적 관점에서 어린이들의 먹거리 문제가 보수의 가치로 직접 연결되는지도 의문이지만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을 수용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비교하면 이러한 긍정적 평가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무상급식과 유사한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을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주장들이 국회 등에서 계속 토론이 되면서 오 시장이 주장한 ‘무상급식 망국론’의 논거는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는 오 시장 지지자나 한나라당 내부의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주장이지 실체적 근거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간과해서 안되는 점은 개표를 못했기 때문에 25.7% 모두가 오 시장의 주장에 동의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오 시장이 투표와 연계하여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직 사퇴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의 절대다수가 투표 자체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어떤 큰 계기가 없는 한 서울 전체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그리고 정치적으로 전도유망했던 오 시장의 몰락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 시장 퇴장이 주는 여러 정치적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간 오시장이 보여준 서울시정의 주요내용에 대한 검토를 전제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오 시장이 주도하는 서울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의사나 동의가 높았다면, 무상급식 하나만으로 이렇게 시민들이 냉정하게 오 시장을 내치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퇴장은 사람의 삶이 배제된 외형과 치적 위주의 보여 주기식 정치, 개발연대기에나 통용되던 낡은 토건적 행정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고 결국 시민들에 의해 용도폐기 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오 시장이 만약 시대흐름에 조응하여 서울시정을 외형위주의 하드웨어적 치적 사업보다는 현장 복지체계 강화 등 사람을 중심에 놓는 따뜻한 시정을 펼쳤다면 지금과 같이 일방적 불신임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에 이어 오세훈 시장까지 한나라당 시장 10년 동안 남은 것은 서울시 부채 25조5천억원으로 연간이자만 8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17조원의 부채가 오 시장 재직 중이었던 ‘08년~’09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는 모두 치적 과시를 위한 보여주기식 사업들에 대한 예산집행과 방만한 재정 운용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1조5천억원 사업비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 사업에 5400억원을 쓰고 있는데 사업집행과정을 보면 낭비요소가 적지 않다. 감사원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사업인 서해뱃길 사업의 사업성이 부풀려졌다며 국제선 운항으로 매년 25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객터미널을 만든다는 핑계로 수백억원을 들여 현재 멀쩡한 양화대교를 ㄷ자 형태로 만들고 있다. 볼품없는 광화문 광장의 조성 사업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465억원이 투입됐고, 연간 유지비용도 28억원이다. 이외에도 남산르네상스 사업 1800억원,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에 870억원, 서울 디자인올림픽에 834억원을 쓰고 있다. 시장 당선직후부터 추진해온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은 방만한 사업 진행으로 애초 2274억원으로 책정되었던 사업비는 현재 두배 가량인 4200억원으로 늘었다. 많이 지적된 사항이지만 오 시장은 홍보예산도 2010년에 500억원을 사용하였는데 혈세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혈세로 방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 많은 사업들이 과연 서울시민들의 행복한 삶과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기 어렵다. 서울시의 외형을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도 거기 사는 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면 서울시는 결코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없다. 인간의 삶과 유리된 행정과 정치는 결코 시민들로부터 환영 받을 수 없다. 시의 홍보비로 한해에 500억을 쓰면서 ‘의무급식 예산 700억으로 나라가 거덜 난다’고 혹세무민하는 시장은 결코 시민들의 시장이 될 수 없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욕심에 의해 주민투표 대상이 되기에 부족한 사안을 끝까지 밀어붙인 시장에 대해 시민들이 시장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냉정하게 표시한 것이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이다. 

지방자치의 목적은 당연히 사회복지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의 균형발전에 있다. 실적과 전시 한탕위주의 행정으로 복지정책은 후퇴한다. 임기를 정해둔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개발위주의 지역발전에 의욕을 나타내고, 이는 무분별한 지역개발, 이해관계인들의 선심행정, 각종 축제 및 행사남발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래서는 본질적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복지행정의 전달체계가 주된 임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외형치장에만 집중하는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주거, 교육, 생필품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의 임무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인간다운 삶으로 윤택하게 변화시킬까에 맞춰져야 한다. 사람의 삶과 무관한 토건적 행정과 정치는 더 이상 시민들에게 필요 없다는 것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드러난 시민들의 뜻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