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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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료법 본래 목적을 훼손하는 누더기 법안을 우려한다

보건복지부가 의사협회의 반대로 발표를 취소했던 의료법 개정안을 일주일 만에 다시 발표했다. 그동안 의료법은 의료 환경이나 사회발전의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현실을 반영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34년 만에 개정되는 의료법을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2006년 8월 의료법개정실무작업반이 만들어 질 때 의료 6단체(의협, 병협, 치협, 한의협, 간협, 조산사협), 2명의 전문가(전 의협 법제이사들임)가 참가하고, 시민단체에서는 경실련과 녹소연 2단체만 구성되었다. 이에 경실련은 위원구성의 편향성을 강력하게 지적하며 위원 재구성 내지 동수로의 위원추가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법개정의 필요성을 들며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하여 개정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직역 간 이해관계와 다수결의 논리를 앞세워 의료법 본래의 목적인 국민의 의료주권을 훼손하고 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


이번에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안은 환자권리보호와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산업화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안은 그동안 판례상 인정되어 온 권리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등 환자의 권리보호는 명분만 갖춘데 반해, 병원과 의사들에게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의료계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기존에 유지해온 의료독점권에 어떠한 변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직역이기주의로 개정안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집단휴업 등을 강행하고 있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경실련은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권과 환자의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조항이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명할 것을 법정화하고, 진료 기록의 위.변조를 금지하고,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입원실의 야간 당직 근무, 보수 교육 의무제도 등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많은 국민들은 의료행위가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떤 행위가 가해지는지 의료인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설명의무조항은 반드시 의료법개정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다.(설명의무조항) 또한 현재와 같이 의료기관간, 의료인간의 의료수준의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에게 질적으로 일정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준으로 표준진료지침 조항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표준진료지침)


뿐만 아니라, 파산선고를 받은 자에게도 의료인 자격을 부여 하고 있는 조항은 파산선고를 받은 의료인의 특성상 이유추구의 동기가 강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 파산선고자에 대한 자격취소는 타 직종에서도 자격취소 사유로 하고 있어 의료인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법체계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결격사유)


한해에도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의료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소송에서 의료기록이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가 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의해 작성, 보관되고 있어 환자의 진료정보 접근권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불성실 기재, 허위, 위변조 등의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중요한 의료기록이 제대로 작성, 보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법안에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의료기록의 작성)


또, 기존 의료법에는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를 받는 의료기관의 경우 언제든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이에 개정 의료법에는 입원환자나 응급환자를 받는 의료기관은 당직의료인을 두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당직의료인)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반하는 내용들은 삭제해야 한다.


그리고 발표한 개정안에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반하는 대표적인 내용으로 의료광고의 확대, 환자유인, 병의원 합병 및 경영지원회사 설립, 병원의 수익사업 허용 등의 조항은 국민의 건강보다는 병원의 수익만을 증대하여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주차장, 장례식장, 식당, 체인점, 건강식품판매업, 여관업, 여행알선업 등)은 과도한 영리추구행위로 인해 국민들의 많은 비용부담을 유발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건강의 보호와 증진을 목적으로 만드는 의료법에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로 의료비부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대사업 확대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의료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부대사업)


또한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근거규정은 마련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폭력 행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형평성에 맞을 것이다. 협박의 경우 이를 받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부적 규정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방해행위의 처벌)


의료서비스의 다양화와 의료접근권의 편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밖에 의료행위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국민의 욕구가 다양화하고 있음에도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현실을 반영한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그 하나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재택진료환자, 호스피스환자, 독거노인 등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과 같은 방문간호센터나 간호요양기관(너싱홈)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간호사 등의 독립개원). 또한 접골사, 침구사는 물론 100만명이 넘는 안마종사자, 수만명의 피부관리사, 문신시술사 들이 현실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국가가 일정한 조건하에 통제하고 관리할 때가 되었다. 이는 의사들이 하지 않는 영역이므로 의료영역의 보완적 성격으로서 국가가 활성화하여야 할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유사의료행위의 제도권화).


복지부의 무사안일주의와 행정편의주의가 야기한 현 상황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의료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보다는 직역당사자들의 이해만을 구하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의료법을 수개월에 거쳐 논의 했다고 하지만, 정작 폐쇄적인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각 부문 간의 의견수렴이 용이하지 않은 구조로 진행하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없이 결국 정부안으로 급작스럽게 발표일정을 추진함으로써 의료계에 반발의 명분을 제공한 꼴이 되었다.


더욱이 복지부 장관이 의사협회장과의 단 한차례 면담을 갖고 난후에 이미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놓은 개정안 발표를 전격 취소하고 의료계와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드는 등 의료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누구를 위한 부처이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작금의 사태는 의료계의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복지부의 무사안일주의와 행정편의주의가 불러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투약’, ‘간호사진단’과 같이 몇몇 문제로 제기된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현재의 사태를 잠재우려 할 것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정부는 의료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의사집단폐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 정부를 비롯한 역대정부는 공공의료 30%이상 확보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였으나 아직도 공공의료의 비중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사들이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기를 기피하는데 있다. 앞으로 정부는 외국과 같이 국가가 국립의무사관학교와 같은 의료인양성기관을 설립하여 의료인의 1/3이상을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첨단화, 네트워크화, 기능화 등을 통하여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집단폐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제 의료법은 국민의료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의료법 개정의 본래 목적을 왜곡시키는 모든 상황을 즉각 중단하고 복지부가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법으로의 개정을 전면적으로 선언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경실련은 보건의료단체들과 연대하여 의료법 개정 논의에서 왜곡된 쟁점을 바로 잡고 국민을 위한 의료법 개정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문의 : 사회정책국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