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보건의료] 의협의 수술거부 철회에 대한 공동 논평

의협은 국민건강권을 볼모로 한 더 이상의 집단이기를 보여서는 안된다

지난 6월 3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7월 1일부터 강행하기로 했던 포괄수가제 7개 질병군에 대한 수술거부를 철회했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수술거부가 철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포괄수가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정당성이 확인된 만큼, 의협은 이후 더 이상의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협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쟁과 수술거부 철회 과정에서 국민들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을 바꾸겠다거나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의기구를 자신들이 유리한 방법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더욱 더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의협을 비롯한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증폭시킬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1. 불합리한 건정심 구조?

 

의협은 이번 철회과정에 불합리한 건강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건정심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양대노총, 시민단체 등), 공급자 대표 8명(의사 3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1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 제약사 1명), 공익대표 8명(전문가, 정부) 등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체로서 건강보험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로 실질적으로 의사를 가장 많이 포함시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건정심의 합의사항을 준수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 사회적 합의구조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건정심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건정심의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거나(영상수가 인하에 대한 소송) 금번 포괄수가제에 대한 수술거부 위협과 같은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이제 와서 건정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보다는 의사집단의 경제적 이해를 위원회를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다. 오히려 가격(의료수가)을 결정하는 구조에 공급자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선진국의 사례가 없으므로 공급자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라는 주장과 같다.

 

2. 지불자와 공급자 동수의 포괄수가제논의?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의협과 병원협회 대표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의료계가 포함된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구성해 현재까지 7차례 운영해 포괄수가 적정수가 산출방법, 환자분류체계의 개선, 포괄수가 급여적정성 질 평가지표 등을 도출했다. 기존 재정에 비해 약 200억원 가량이 더 증가했으며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7개 질병군에 대해 기존의 61개에서 78개로 환자분류도 더욱 세분화했다.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400여개 정도임을 감안할 때, 포괄수가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환자분류가 1,500개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그럼에도 또다시 지불자와 공급자만 참여하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무위로 돌리자는 것일 뿐이다. 건정심 구조나 포괄수가제 논의구조에 정작 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입자를 빼자는 주장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근원적 해결 방안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의료계의 이와 같은 불합리한 요구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영리병원도입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포기하고, 공공의료 인력 양성 및 기관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각종 전문위원회에 가입자 단체를 참여케 하여 공급자단체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 의료비 지출의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의협은 대형병원 중심의 현 진료체계와 행태를 바꾸고 일차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방침을 두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적 공익과 동네의원들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