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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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이명박정부에 바란다 2

경제적 추진이라는 미명 하에 민주적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

이명박 당선자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당선자와 그 측근들이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각국에서 발표되는 지표와 주가의 흐름에서 세계적인 불황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저가 정책으로 위협받는 우리나라 제품들, 국내적으로는 지난 10년간의 자유주의 정부의 실패를 목격한 국민들이 아노미를 겪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정말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 당선자와 새로 출범할 정부의 임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의 현실 인식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태를 통해 예견해 볼 때,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이 당선자가 장담하고 있는 경제 성장 동력의 마련이나 경기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 중 이 당선자의 인식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점에 대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이 당선자와 새 정부가 성장주의에 방점을 찍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은 이에 매몰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와 인수위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과는 달리 행정의 목적은 효율성과 경제성의 달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소수자 내지 약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때로는 효율성을 포기하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표 중에서도 많은 수가 자유주의 정권의 집권기 동안 양극화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계층의 지지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으로서 또한 자칭 산업화세력이라 칭하며 친기업적인 성향을 표방하는 정당의 후보로 당선된 이 당선자와 그가 이끄는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분배보다는 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지금까지의 인수위의 활동으로 보더라도 그 예상은 틀릴 것 같지 않다.

물론 당면한 실업률을 낮추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하는 이 당선자의 바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와 빈익빈부익부 현상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즉, 행정의 경제성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행정적 배려와 관심을 적극 쏟아내야 한다.


이 당선자는 각종의 기업 규제를 대폭 철폐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마련되었고, 그 동안 대기업들을 규제해 온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발전을 위한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반길 일이지만, 동시에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7~80년대의 성장기에 대기업들이 누린 온갖 특혜들이 발판이 되어 정경 유착과 기업 비리가 이어지고 결국에는 국가 경제의 붕괴에까지 이르렀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른바 재벌이 기득한 자본을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함으로써 그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몰락하고 또한 재벌들이 그들 간에 소모적인 경쟁으로 인해 기술개발에 소홀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국가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 당선자의 친재벌적인 정책들이 또다시 이런 결과를 낳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기업에게 성장 동력을 마련할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은 특혜를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경쟁의 장과 올바른 기업 문화를 만들어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겠지만 자유시장경제의 존속과 올바른 기업 문화의 확립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존속시켜야 한다.


이 당선자가 내세운 7%대의 경제성장률은 여러 학자들이나 경제단체들이 예측한 이상의 것이다. 이 당선자가 기업인 시절 그리고 서울시장 재임 시에 ‘불도저’로 불리는 추진력을 자랑하며 이른바 많은 ‘신화’를 이룬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추진력으로 공약한 경제성장률의 달성도 쉽게 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소임은 하나의 기업이나 도시를 꾸려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의 정책 수행에 태도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살림살이의 수준이 좌우풔?것이다.


성장과 개발 논리에 가장 쉽게 외면을 받을 분야는 환경 분야이며 가장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 역시 환경에 관련된 문제이다. 당선자의 큰 공약중 하나인 대운하를 비롯하여 많은 개발 사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국토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크건 적건 간에 환경 파괴를 수반할 것인데 과연 이러한 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이 환경의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 가치들의 파괴보다 더 큰 것일지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당장 이 당선자 측이 적극적인 수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대운하 사업의 경우에도 환경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법률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받겠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사업이 환경영향평가의 단계에서 중단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이 당선자 스스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선행해야 할 것이고, 각각의 사업에 있어 엄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탈법의 여지를 없애고 단기적인 가시적 성과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 등의 의견도 고려하여 장기적으로도 타당성 있는 사업만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경과 같은 당장 실적이 드러나지 않는 가치에 대한 배려는 단기간에 경제대통령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이 당선자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나 먼 훗날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노대통령의 반대자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고 당선자 스스로?인정했던 노무현 정권의 업적 중 하나가 민주적인 절차의 확립이다. 두 번의 시민혁명을 거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적어도 절차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서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제 민주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집권기에도 이러한 흐름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행정에 있어 효율성과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절차적인 정당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절차의 준수가 행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마련이며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이 바로 효율성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신속하고 경제적인 추진이라는 미명 하에 민주적인 행정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와 그가 이끌 정부의 키워드는 아마 ‘경제’와 더불어 ‘효율성’일 것이다. 그러나 부디 그에 앞서 반드시 ‘정당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치에 대한 고려를 도외시하지 않는 행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약자와 소수자를 감싸 안고 진정으로 자유로이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 주는 행정적 배려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시켜 단기간에 이루는 아슬아슬한 경제 성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어렵게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이 이 당선자의 집권기에 이르러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어 기반이 될 때, 이 당선자가 스스로 바라는 성공한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