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국회] 이명박 대통령의 소-중 복합 선거구제 도입주장에 대한 입장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주의 완화 등 정치적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하며, 1개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거나 혹은 2~3인을 선출하자는 소-중 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경실련은 정치권의 선거구제 논의가 원칙 없이 진행되다 급기야는 대통령이 나서서 복합선거구제까지 주장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 정치권의 낮은 수준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다. 오로지 당리당략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표변하는 정치권에 대해 ‘정치개혁’을 강조하며 ‘국민 여론’을 강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뿐이다.   

소선거구제나 중ㆍ대선거구제는 각기 나름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선거구제는 이도저도 아닌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반개혁적 국적불명의 제도로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앞으로 이러한 주장을 삼가야 한다.  

소-중 복합선구제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치권의 선거구 게리맨더링을 제도적으로 허용해 주는 제도이다. 2~4인 선거구와 1인 선거구를 획정하는 원칙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편의에 따라 선거구가 획정됨으로써 선거구획정이 여, 야의 당리에 따른 나눠먹기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복합선거구제는 여, 야의 지역정당의 성격에 따른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지역은 나눠먹자는 것의 다른 의사표현이며 이는 선거구게리맨더링을 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또한 복합선거구제는 선거구 획정의 큰 원칙인 ‘대표성의 원리’에 충실하지 못한 제도이다. 실제로 수십만 표를 얻어 당선된 의원과 수천 표를 얻어 당선된 의원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 대표로서 대표성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의 자격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정치적 대표로 전환시키는 제도적 장치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선거제도의 조건은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 없이 의석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복합선거구제는 득표율과 의석점유의 왜곡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이므로 선거제도로서 가장 좋지 않은 제도이다.

특히 복합선거구제는 선거구획정에 있어 지역구당 유권자 수의 불균등한 분포로 인하여 유권자 개개인의 표의 등가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제도이다. 백만에 가까운 선거구에서 1표 행사로 복수의 대표가 선출되는 것과 몇 만 명의 선거구에서 1표 행사로 1명의 대표가 선출되는 것은 각기 1표의 등가성을 현저히 파괴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우리 헌법상 평등선거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선거제도이다.

선거제도 개선은 바람직한 정당구도(양당제냐 다당제냐)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며, 또한 정부형태(권력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바, 이러한 점을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해야하는 문제이다.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 현재의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나 복합선거구제는 다당제를 초래하고 일상적인 여소야대 현상, 즉 일상적인 분점정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우리 정당풍토에서 정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양당제를 결과할 가능성이 큰 소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헌법학자나 정치학자들의 보편적인 주장이다. 다만, 소선거구제의 단점인 사표 양산과 비례성의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제를 의미 있게 도입(전체의석의 1/2 혹은 1/3)하여 병립 혹은 병용하자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대안이다.     

현행의 소선거구제가 지역주의를 초래했다는 비판 또한 정보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특정의 선거구제가 지역주의와 연관된다는 엄밀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복합선거구제나 중대선구제로 바꾼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약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소선거구제가 지역주의 표출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치더라도 복합선거구제나 중대선거구제는 오히려 우리 정치의 폐해인 돈 정치를 양산하고, 정당 내 파벌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주의 문제 하나만을 놓고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주의는 과거 국가권력과 자원을 독점한 특정 지역주의 정치세력에 의한 왜곡된 자원배분과 지역 차별적 국정운영에 의해 원인되었고, 이를 중앙의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조장함에 따라 심화되었다.

따라서 진정으로 지역주의 청산 의지가 있다면 이러한 잘못된 정치행태나 국정운영 태도를 변화시켜 지역에 상관없이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이 앞서야지 이런 노력 없이 선거구제만을 바꾼다고 해서 지역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선거제도 개선 기본방향이나 선거구획정의 원칙에 벗어난 이명박 대통령의 복합선거구제 도입 주장은 정치개혁의 원칙에 반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여, 야에 당리에 따른 무원칙한 선거제도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선거제도 개선이 정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제도, 의회제도, 정치자금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여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범국민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해 정치제도 전반의 개혁 방향성을 모색토록 하고 이를 정치권이 참조토록 해야 한다. 이 기구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전문가, 언론인, 시민단체 등이 참여토록 하여 국민적 합의 아래 정치개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선거제도 개정안 등에 대해서 뉴질랜드처럼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합의와 이해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수용할 것을 정치권에 결단을 촉구한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무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정치권에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는 국민일반의 생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은 정치권이 헌법정신에 반하는 잘못된 선거제도인 복합 선거구제 등을 제도화한다면 헌법소원 등 강력한 법적대응으로 헌법에 명시된 국민적 권리를 확보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문의: 정치입법팀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