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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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지난 6월 25일, 경실련 강당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8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발 들여 놓을 틈도 없이 경실련 강당을 꽉 채우면서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 바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열린 경실련 토론회에 대한 각별한 기운 때문이었다.



그동안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의 필요성은 정부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99년 정부에서는 의약분업 실시에 맞춰 단순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였는데 당시 의료개혁위원회가 약국외 판매대상 의약품으로 소화제, 해열진통제, 지사제 등을 건의하였지만 묵살됐다. 이후 2002년 1월과 12월에 국무총리실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사항과 2006년 산업자원부의 필요성 검토가 있었으나  직역당사자들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실련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의 필요성과 논의들을 구체화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게 됐다.


경실련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제안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 업무가 처방조제에 집중되면서 약국의 분포가 병의원과 가까운 약국으로 몰리게 되었다. 당연히 약국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편이 확대되고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과 같이 지방단위의 약국 수 감소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주말이나 휴일, 평일 늦은 시간에 사소한 감기와 같이 가벼운 질환에 약국을 찾지 못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어 일반의약품 사용의 편의성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최근에 감기 등 경증질환의 본인부담을 늘리는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책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불편과 선택권 제한을 외면하였다. 의료접근도가 낮은 취약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건강보험의 재정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복지부의 정책기조를 보면서 당연히 본인 부담의 증가로 의원과 약국을 이용하던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의료이용에 제한이 가해지게 됨에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과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를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여, 일반의약품 사용의 사회경제적 편의성을 높이고 가벼운 질환에 대한 자가 치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민복지 증진과 의료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가정상비약 수준의 일반의약품을 약국이외의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판매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게 되었다.


경실련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례분석을 통해 약국외 판매의 허용범위를 밝히고 우리나라에서의 정책방향의 근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의약품 분류체계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국민의 의료비 절감과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자가치료(Self-medication)능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선진국들의 경우 국민의 자가치료(Self-medication)을 허용하는 범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하게 검증된 의약품에 한해서는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며, 허용범위는 각 국의 특성 및 사회 문화, 경제적 차이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의료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의 영향으로 일상생활에서 일반의약품의 필요가 잦은 노인들에게 필수적인 제도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민의 자가치료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대한약사회에서 지역별로 1개씩 24시간약국을 운영한다고 해도 약국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편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도 놓칠 수 없다.


또한 당시 현장에서는 앞으로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2분류 체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혼재되어 있는 의약품 분류체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의약품 구분은 의약분업이 이뤄진 2000년 5월 전문의약품 61.5%, 일반의약품 38.5%를 확정하고, 다시 2001년 12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각각 재분류한 것이 의약품 분류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일반의약품의 경우 소비자의 편의나 유통상 효율을 위한 재분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반의약품 중에는 오남용의 우려가 없고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보되고 사용법, 효능 등이 일반화되어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단순한 의약품이 혼재되어 있어 이러한 의약품을 별도로 분리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의약품분류체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을 약국내에 국한하여 판매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약국이 개설되지 않은 곳을 감안하여 예외적으로 일부 지역에 한하여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이후 OTC)를 허용하고 있다. 열차, 항공기, 선박, 고속버스 및 고속도로변 휴게소 등을 특수장소로 지정하고 소화제, 해열진통제, 지사제, 진통제, 진해제 중 매약으로서 구급용 의약품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이 범위는 OTC를 허용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의 시사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 일반의약품에 의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그 하나가 약품광고에 대한 규제 및 제한을 해야 한다. 대중광고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광고에서 잘못 전달된 내용에 의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또 다른 하나로 판매 장소를 약국외 장소라 하여 자유경쟁체제로 의약품을 소비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증진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사회체제로의 전환을 해야 한다.


넷, 이 외에도 약물의 무분별한 일반의약품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약국외 판매를 위한 포장 단위의 제한, 포장 용기 및 사용설명서에 대한 개선, 유통기한에 대한 표기 등이 요구되어야 한다. 또한 시판 후에도 상시적으로 기존의 의약품 분류체계를 재분류하여 OTC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언제든지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하고 반대로 일반 의약품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 OTC로의 전환 또한 가능해 져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수반될 때 올바른 약국외 판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는 바로 위와 같은 문제의식과 과제를 명확히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장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의료서비스 품질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아야 할 것이 다름 아닌 소비자 중심의 의사결정에 대한 존중이라는 점과 의료문화의 권위적인 문제를 유지하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