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일하는 국회 거부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오늘(27일) 오전 9시,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상시청문회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소관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국회법은 대통령의 거부로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경실련>은 어느 때보다 협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을 거부하고 국회의 역할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첫째, 국회가 청문회로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정부의 주장은 억지논리다.
상시청문회는 국회가 본연의 권능 아래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자기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는 행정부에 대한 통제가 아니며, 행정부 권한 침해도 아니다. 정책 청문회는 상임위가 소관 현안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자리다. 기존 국정조사의 경우 제한적인 범위와 제한적 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많은 증인과 증거가 요구됐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상임위 차원의 정책 청문회가 가능해지면 증인 선정 범위나 시간 등을 놓고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미국의 경우 상시적으로 청문회가 개최되지만 시간을 제한하고, 증언 요지를 서면으로 사전 제출하는 등 효율성·전문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 역시 청문회 준비 기간과 인력 등 1년 내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대상과 조건 등을 감안해 국회 스스로 효율적으로 개최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청문회 개최를 위해서는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가 청문회를 남용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과도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것은 정부의 억지논리다.

둘째,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정부의 단정은 어불성설이다.
정부와 여당은 상시청문회가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국정사안에 대한 조사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국회법의 상임위 청문회 대상을 ‘중요한 안건’에서 ‘소관 현안’으로 확대한 것일 뿐으로 헌법이 규정한 국정사안의 범위에서 현저히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고, 기존 국회법에서도 가능한 현안에 대한 국회의 조사 요건을 국회 차원에서 상임위 차원으로 완화한 것만을 놓고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학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안이 이송된 지 며칠 만에 기습적으로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과연 면밀하고 신중하게 법리적 검토를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의회의 역할과 권능을 무시하고 자기 입맛대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과 다름없다. 민심에는 책임회피와 남탓으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자신들의 권력 수호를 위해서는 발 빠르게 나서는 변함없는 모습에 국민들은 결코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국회 운영위원회안으로 만들어진 안에 대해 총선에 패하자 강하게 문제 삼는 새누리당의 행태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와 여당은 소통·통합·화합의 정치라는 국민적 요구를 계속 거부한다면 국민들에게 더욱 크게 심판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에 나서야 한다. 많은 법학자들이 19대 국회가 끝나도 법안이 자동폐기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회법 개정안을 원칙대로 처리하고, 일하는 국회를 통해 민생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