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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자치구 의회 폐지는 지방자치 본질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발상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가 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특별시와 광역시 소속 자치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해 구청장은 현행과 같이 민선으로 선출하되, 기초의회인 구의회의 기능은 광역의회가 대신 맡도록 하는 방안과 읍.면.동의 법인화 문제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이루기 위한 자치 구역과 자치 계층의 개편 방안과 이를 위한 기능과 역할의 배분 등 보다 근본적인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이에 따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의 논의를 보면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채로 전체적인 방향은 논의하지 않은 채 부분적인 문제, 그것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을 논의하는 데 급급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통합 문제나 읍ㆍ면ㆍ동의 주민자치기구화 문제 등은 광역단체-기초단체의 역할과 위상의 정립, 이에 따른 권한 배분과 같은 전체적인 큰 그림이 그려진 후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부차적인 문제이다. 도와 광역시의 통합 문제나 기초자치단체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들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향후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개편 논의가 오히려 읍면동이나 자치구의 개편 내용에 맞추기에 급급해지면서 매우 기형적인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읍ㆍ면ㆍ동의 법인화에 대해 정치권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50-60개의 통합시 설치와 시도 폐지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특별시나 광역시의 자치구 의회의 폐지는 한마디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구의회는 지역주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생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구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국회 특위가 합의한대로라면 일부 자치구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 정도의 규모로 통합되는데 반해 이를 일상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할 구의회가 없어지게 된다. 사실상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를 전달할 통로가 완전히 없어져버리는 셈이다. 광역의회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의회의 규모가 다르고 그 책임성도 약한 광역의원들이 개별 구정 활동에 관심을 갖고 주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제기를 하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일반 시 이상의 인구 규모를 갖는 정도의 자치구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지역주민들의 자치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독일의 준자치구의 경우는 구청장은 임명하되 구의회는 구성하도록 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학계, 지역사회,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국민적 논의 과정을 무시한 채 여야 합의로만 지방행정체제 개편 작업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끝낼 사안이 절대 아니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전에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작업을 끝내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를 고려하여 혼란을 초래되지 않도록 국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새로운 내용을 만들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방행정개편을 위한 국민적 논의 과정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절차와 틀을 만드는 데 그 논의를 한정해서 집중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국민들은 더 큰 혼란과 갈등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