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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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자치단체 통합법, 국회는 원점에서 논의해야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창원·마산·진해시를 통합해 지원하는 내용의 ‘창원시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당초 행안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성남·광주·하남시의 통합 법안도 논의되었으나 성남시의회의 의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민주당의 반발로 ‘창원시 통합법안’만 의결한 뒤 나중에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국회 행안위의 논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강행에 그나마 제동을 건 것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성남·광주·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은 절차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의 의사를 통한 자율적인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줄곧 통합 강행만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역주민들과의 통합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 절차와 논의 과정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정해놓은 일정에 무조건 짜맞추며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결국 지역주민들간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만을 초래했다. 특히 성남시의회의 통합 의결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무리하게 찬성 의결 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통합만을 강행해왔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무한질주하던 정부의 일방적이고 졸속한 통합 행군이 국회 상임위의 심사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뒤늦게나마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성남·광주·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은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간 경쟁이 강화될수록 도시도 전문화가 필요하다. 도시는 더욱 도시다워야 하고 농촌은 더욱 농촌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도시와 농촌을 통합하는 것은 자급자족의 경제로 돌아가려는 유치한 발상이다. 오히려 관리비용만 증대시키고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이 국내외의 경험이다. 농촌과 도시는 통합 대신에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8월말 보도자료를 통해서 10개지역을 통합하면  1조8천316억원의 통합효과가 생기는데 이를 위해 2조 866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한다고 했다. 결국 통합으로 2천 350억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자백했다. 더구나 행안부의 손익계산에는 신청사 건립 등의 비용은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손실을 축소 왜곡했다. 초등학생도 계산할 수 있는 통합의 손익계산을 오도하여 행안부는 비용과 효과를 합하여 3조 9천억원의 통합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 통합으로 인한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절차적으로 잘못되고 내용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정책에 대해서 야당이 제동을 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야당의 존재 이유에 답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명백한 잘못된 정책에 대해 야당이 눈을 감는다면 야당은 여당의 이중대로 전락하고 존재이유를 상실하는 것이 된다. 이 점에서 이번 행안위에서 통합에 대한 민주당의 제동은 모처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역주민의 의사가 아닌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결정한 창원·마산·진해시 통합법안도 마찬가지로 절차적이고 내용적인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없는 지방의원들에게 통합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말로만 ‘자율’ 통합일 뿐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절차와 일정에 따라 지방의회가 정부의 통합 강행을 그대로 승인해준 셈이어서 창원·마산·진해시의 통합 역시 매우 문제가 많다. 내용적으로도 마산창원진해지역을 경상남도지역으로부터 분리시켜 광역적 협력을 어렵게 하고 경상남도의 잔여지역을 황폐화시키는 것이어서 결국 경상남도를 둘로 쪼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경남지역의 지역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창원·마산·진해시의 통합도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저지시켜야 한다.

자치단체 통합은 향후 지역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선거 일정에 맞추어 졸속하고 편법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와 문제점을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하지 않고 성급하게 통합을 결정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때가 되면 다시 되돌리기에도 너무 늦어버린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출한 법안을 그대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 통합에 대해 원점에서에서부터 철저한 검토와 논의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무리하고 졸속한 통합추진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거쳐 진정한 자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부당한 개입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