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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재벌의 은행소유 및 지배를 사실상 허용하는 개악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재벌의 은행 소유 및 지배를 반대한다


재정경제부와 민주당, 민국당은 오늘(5일) 오전 당정협의를 갖고 동일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확대하고 산업자본에도 이를 적용하되 4%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산업자본이라도 2년 안에 비금융부문의 자본 비중을 25%밑으로 줄이거나 비금융부문의 자산합계 2조원 미만으로 축소하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4%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은행법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또한 당정은 은행주식 10%를 초과해 소유할 경우 10%, 25%, 33% 초과 때마다 지금처럼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는 한편 전체 대주주의 총신용공여한도(은행 자기자본의 50%)를 신설하는 등 사전·사후 감독과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은행지분의 소유한도를 10%까지 대폭 확대함으로써 재벌들의 은행경영참여를 허용케 하는 금번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의 경쟁력 강화방안 보다는 재벌의 은행소유에 그 촛점이 있다.


이는 IMF 구제금융사태가 재벌의문어발식 경영 및 대주주전횡에 의한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조성된 공적자금 160조원의 투입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여 다 쓰러져 가는 은행들을 간신히 살려 놓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벌들에게 이들 은행들을 넘기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금번 개정안은 그 동안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의 지배를 막고 재벌의 사금고 현상이 적어도 은행권에서만은 발생되지 않도록 하였던 기본원칙마저 허물어 버리는 반개혁적 발상이다. 재벌의 은행소유는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와 아울러 DJ 정부가 임기말에 와서 재벌개혁보다는 재벌비호 정책을 총체적으로 펼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은 재벌의 은행소유 및 지배를 사실상 허용하는 개악안이며 우리 경제의 개혁과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므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1.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의 지배는 그 폐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선진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기형적 발상이다. 또한 백보를 양보하여, 이번 당정협의의 내용대로 일정기간내(2년내)에 비금융부분을 처분한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은행경영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다지만, 만일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2년 동안 재벌이 은행을 통해 사금고적인 경영에 대한 폐해를 야기할 때 이로 인한 국민경제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나아가 멕시코 등 중남미의 경우처럼 총체적 경제난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기 때문에 어떠한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소위 조건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역시 건전한 국민경제운용을 위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2000년 10월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 제11조 3항에 의거 금융전업가를 희망하는 재벌의 경우 산업자본을 처분하여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에서 제외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금융전업가로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은행법을 개정하여 2년 이내에 비산업자본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서만으로 재벌의 은행소유 및 지배를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1년 동안은 현대 그룹을 위시한 재벌들의 부실경영으로 말미암아 우리 경제가 심한 타격으로 엄청난 중병을 앓고 있음에도 오히려 재벌에게 은행경영까지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2. 그 동안 비정상적 은행 부실경영의 주범은 관치금융 및 부도덕한 정치권에 의한 인사개입, 대출비리 등에 있었기 때문이지 재벌에 의한 소유경영의 부재 때문은 아니었다. 관치금융의 폐해도 심하지만 재벌금융은 국민적 폐해가 더 심할 수 있다. 그래도 관료는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사실이고 정치권도 정권교체 및 선거에 의해 물갈이가 될 수 있지만, 소위 재벌은 영원하다는 한국적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3. 재벌의 제2금융권(종금, 증권, 보험, 투신 등)의 경영행태를 볼 때,그 동안 수많은 대주주들의 경영횡포와 부당한 계열사지원 등으로 만신창이 사금고화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하는 갖가지 불법·탈법은 감독당국의 감독기법이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나 편법지원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장치와 감독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는 그 폐해가 불을 보듯하다.


4. 선진국의 성공적인 은행경영의 열쇠는 소유구조의 여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자본시장과 증권시장의 규율에 따라 건전성과수익성 위주로 자율적이며 효율적으로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금융감독 및 책임경영시스템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재벌에게 은행을 넘겨주려 하기보다는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아직도 폐해가 속출되고 있는 구시대적 간섭과 지시를 일삼는 관치금융의 제거가 금융선진화 및 은행경영의 정상화에 필요조건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5. 은행의 民營化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지만, 민영화가 반드시 재벌에 의한 民有化를 뜻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적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감독 및 보상시스템을 마련하여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자연히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소유분산이 이루어지게 되어 자본시장에서 큰 부작용 없이 합리적 민유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의 소유한도 하에서도 과점적 지배주주 그룹들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은행 중에 가장 경영실적이 양호하여 선진국 은행 수준에 육박하는 신한은행의 경우 동일인 대주주의 소유지분이 2%에도 미치지 않지만 현행법 체계 하에서도 소유 및 지배구조에 큰 문제없이 경쟁력 있는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바,금번 은행법 개정안이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명분은 재벌의 은행소유를 위한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


6. 정부가 내세우는 현행제도의 외국인 소유한도에 의한 역차별이라는 것도 재벌들과 정치권의 아전인수격의 주장인 바, 은행법시행령 제5조에의하면 외국인의 국내은행소유 자격에 대해 “국제적 신인도 여하, 탈법사실여부, 신용질서교란여부, 자기자본비율의 적정성, 금융기관의 지배주주로서의 적합성, 당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산업의 효율화에 기여할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 등의 조건을 엄격히 심사하여 국제적으로검증된 외국인으로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과연 우리 재벌들이 국제적 정합성에 의해 모범사례를 보인 금융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적시한 제 2 금융권의 경영사례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매우 부정적이다. 따라서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거꾸로 은행경영 부자격자가 오히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실보다는 국적여하에 따른 국민적 정서를 악용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