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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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재벌 스스로 반재벌 정서 불렀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는 반재벌 정서, 공생 발전, 상생 협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들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재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재벌 스스로 매를 벌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재벌은 출자 총액 제한 제도를 비롯한 규제 장치를 풀어야만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계속 주장해왔고, 현 정부는 그 말을 들어서 규제를 대부분 풀어주었다. 즉 재벌에게 눈엣가시였던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 금산 분리의 완화,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 투자의 증대보다는 자기네 주머니만 불려서 결국 경제 및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실증적 자료를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경실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 15대 재벌의 최근 3년간(2007~10년) 총 자산은 2007년 5백92.5조원에서 2010년 9백21.6조원으로, 3백29.1조원(55.6%)이 증가했다. 토지 자산은 38.9조원에서 83.7조원으로, 44.8조원(115.1%)이 늘어났다. 사내 유보금은 32.2조원에서 56.9조원으로 24.7조원(76.4%)이 급증했다. 또한 매출액은 5백65.7조원에서 9백.1조원으로 3백34.4조원(59.1%)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40.7조원에서 65조원으로 24.3조원(59.5%)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설비 투자액은 40.3조원에서 55.4조원으로, 15.1조원(37.5%)만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설비 투자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에 함정이 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에서 설비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설비 투자액이 사실상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액 대비 설비 투자액 비중이 2007년에는 7.1%였지만 2010년에는 6.2%로 낮아졌다. 결국 0.9%가 감축된 것이다. 또한 당기순이익 대비 설비 투자액 비중은 99.0%에서 85.3%로 낮아져 13.7%가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재벌이 과거보다 돈은 더 많이 벌었으나, 돈을 번 만큼 투자는 과거보다 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실증 자료는 계열사의 증가 수치이다. 15대 재벌의 계열사 수는 2007년 4월 4백72개사에서 2011년 4월 7백78개사로 4년간 3백6개사(64.8%)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재벌닷컴·통계청·한국거래소 조사에서 10대 재벌 제조업체의 매출액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1%까지 높아지고,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52.2%까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역대 최대인 반면, 시민과 중소기업은 물가의 상승, 실업자의 증가, 납품 단가 문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무차별 침범 등으로 고통과 함께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국내 경제 상황에도 자신들의 주머니만 불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질타와 반재벌 정서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는 과거 재벌의 행태를 지켜봐왔기 때문에 경제 양극화 심화라는 결과를 예상했고 그에 따라 규제 완화에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재벌의 의견을 받아들여 모든 규제를 완화했다. 결국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정부와 재벌이 공동으로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공동 책임자들이 반성과 함께 잘못된 제도를 다시 수정해야 할 때이다. 국제적으로도 금융 질서의 재편, 자본주의의 수정 등 큰 담론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재도입, 금산 분리의 강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의 도입을 시작으로 재벌 대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도 스스로 불러온 반재벌 정서의 원인에 대한 반성은 물론, 적극적으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공정한 시장 풍토 조성과 함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재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뢰를 회복시켜줄 사람도 없다.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본 내용은 시사저널 [1140호] 2011년 08월 24일 (수)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