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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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재앙은 밀려오는데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학교 경제학과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은 신속하게 이자율을 낮추고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처방은 과거에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곧 여기저기서 부실을 신고하는 기관들이 속출하면서 금융시장이 마비되었다. 연방기금 금리를 크게 낮추었지만 시중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활성화시켰던 파생금융상품으로 부실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대형 금융기관들로 부실이 전파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美, 잘못된 정책으로 금융위기


주택은 주식과는 달리 거래량이 적어 가격 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언제까지 하락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주택가격의 저점을 알 수 없다면 금융부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고, 처방도 내릴 수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주택가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우량 모기지 대출의 대량 부실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에서 모기지 제도는 대공황 이후 서민지원대책으로 도입되었다. 장기간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해 주면서 세금 혜택도 크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택 마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매달 일정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므로 나이가 들면서 연봉이 오르면 부담 없이 만기까지 상환할 수 있었다. 서민들은 마지막 원리금을 갚고 나서 주위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곤 했다.


이 상황이 최근 들어 금융기관의 공격적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바뀌었다. 지속되는 저금리 하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만 했던 금융기관들은 어감이 나쁜 2차 모기지 대신에 ‘주택지분대출’(home equity loan)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내며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 결과 미국 주택 소유자의 지분 소유액은 1980년대 70%에 달했으나 2007년 말 47.9%에 그치고 있다. 또 다른 가계조사에 의하면 2006년 말 미국 가계의 35.8%가 대출 없이 완전히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64.2%의 가계는 평균적으로 겨우 25.7%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이른바 깡통 주택 보유자가 수없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재앙은 기본을 무시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가계의 과소비로 인한 가계부실에 대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고해 왔고, 주택지분대출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미 환부는 곪을 대로 곪아 있는데, 정부는 엉뚱하게 감세를 고집하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누적시켰고, 연방준비은행은 저금리를 고집하며 유동성 과잉을 방관했다. 이제 미국경제와 국민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韓, ‘건설 부양책’은 또다른 위험


한국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몇 년 전 필자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재앙의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다. 대출시 소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변동금리대출이 대부분이며, 미국에 비해 담보인정비율(LTV)은 낮지만 최근 들어 2차, 3차 대출이 급증했으며, 부동산 거품으로 주택가격과 소득의 괴리도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자만 갚는 대출이 많기에 문제가 잠복되어 있을 뿐이다.


서민들의 소득으로 살 수 없는 주택가격은 결코 유지될 수 없다. 소득이 빠르게 늘지 않는다면 주택가격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투기꾼과 건설족을 위한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서민들에게는 더 큰 재앙이 밀려 올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