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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전관예우 근절책 제외한 변호사법 개정처리 움직임에 대한 입장

‘전관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제한’내용을 제외하는
변호사법 개정은 법조비리를 용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국회 법사위는 오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개정청원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변호사법 개정은 98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과 99년 벽두에 발생한 대전지역 법조비리를 거치면서 사법정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이러한 법조비리를 끝장내야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드러난 비리사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관련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제도개혁의 내용으로 법조계에서 이미 관행화되어 죄의식없이 진행되고 있는 ‘전관예우’문제를 해결하고, 사법질서를 문란케하는 ‘법조브로커’에 대해 엄정히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있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바 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는 법조비리 근절의 핵심내용인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시민단체에서 주장해온 ‘전관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제한’ 내용을 누락시킨채 이 법의 개정안을 확정하여 졸속으로 처리할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수 위원이 법조인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법안의 온전한 개정을 우려하고 있었으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 국민일반의 이익보다는 법조이익과 직업이기주의에 매달리는 다수 법사위원들의 행태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처사에 다름아니다.


  경실련은 지난 1월18일 국회에 전관예우근절책의 내용으로 ‘전관변호사의 퇴임직전 관할지역의 일정기간 형사사건 수임제한’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 입법청원안을 제출했던 시민단체로서 이 법의 처리과정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국민들의 뜻에 기반한 개정안의 통과를 방해하는 법사위원들에 대해서는 ‘법조비리 근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으로 지목하고 얼마남지 않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될 수 있도록 낙선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전관예우의 관행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악습으로 법조비리의 근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전관예우의 악습은 악덕브로커의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유치한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또한 자신이 모시고 있는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받는 잘나가는 분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떠들어대야 많은 사건을 유치할 수 있으므로, 한편 전관변호사는 사건을 잘 유치하는 브로커와 결탁해야 많은 사건을 취급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양자의 관계는 뗄수 없는 깊은 공생관계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전관예우를 받는 일부 변호사와 브로커의 깊은 공생관계는 법조계의 풍토를 몹시 혼탁하게 하여 공정한 게임의 룰 대신 이전투구의 추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투영시켜 법조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관예우는 과다한 수임료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전관예우를 빙자하여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주겠다는 등의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고 과다한 수임료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한 때 국민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신조어 역시 전관예우를 받는 일부 변호사들의 과다 수임료 때문에 생겨났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전관변호사들에 의해 형사사건이 싹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변협의 조사에 의하여 밝혀진 바에 의하면 98.3월말 현재 3,500여 전국 변호사중에서 형사사건 수임 상위 변호사의 2/3 이상이 소위 전관 출신들이었고,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 각 지역의 경우 변호사는 매월 평균 0.9건의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있음에 반하여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평균 20~40건씩을 수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을 물론 대부분의 뜻있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서 ‘전관변호사의 일정기간 형사사건 수임제한’을 강제화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로 채워진 국회법사위원들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철저히 직업이기주의에 입각하여 변호사법 개정을 처리하려는 태도는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로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일부 법사위원들은 ‘전관변호사의 근무지 형사사건의 일정기간 수임제한’ 주장에 대해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으나 이는 제도개혁 내용으로 반영하지 않을려는 태도에 불과하고 법리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난 구 변호사법의 ‘변호사의 개업지 제한’ 내용과는 달리 ‘전관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제한’ 내용은 직업선택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반하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통설이다. 전관변호사의 개업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퇴임직전 근무했던 관할 지역에서의 형사사건에 한하여 일정기간 동안 수임과 변론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전의 개업지 제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상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의 수단으로 평등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1993년에 대법원장의 자문기구로 설치된 “사법제도발전위원회”등의 건의를 토대로 몇가지 개혁ㆍ개선조치를 취하면서 변호사의 판사실출입조치제한, 전관예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 전관 판사의 형사사건을 특별부에 배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전관변호사의 악덕 브로커 고용과 형사사건의 싹쓸이, 그러한 변호사와 재조와의 유착관계 등은 의정부지원과 대전법조비리 사건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낱낱히 그 실상이 공개되었고 국민들은 분노와 법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법조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악덕 브로커와 전관예우의 관행을 근절시킬 제도적인 방안을 시급히 강구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전관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제한의 내용은 이번 변호사법 개정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들이 이 개혁내용을 누락시킨채 변호사법을 통과시킨다면 현재 만연하는 법조비리를 묵인하는 것이며, 이 내용을 반영한다면 법조비리근절에 위한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경실련은 국회 법사위의 법안심사과정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만약 다수 법사위원들이 직업이기주의 입각하여 법조비리 근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끝까지 무시한다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법사위원들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1999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