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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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정부의 실효성없는 약가대책, 철회를 촉구한다

오늘(16일) 복지부가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 시행, 리베이트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강화, 국내 R&D 우수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이번 방안은 정부가 지난 수개월 동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약가대책을 추진하겠다며 공언해 왔던 것과는 달리 발표 당일 돌연 취소했던 기존 방안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경실련은 이번 방안이 수개월 동안 변죽만 올리고 작동이 불가능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의 시행을 통해 아무런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대책에 불과한 것임을 강조하고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정책의지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에 경실련은 정부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은 결코 작동될 수 없는 제도로 약가인하 효과는 전혀 없이 리베이트만 양성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책의 철회를 촉구한다.


첫째, 의약품 거래가격에서 구매이윤을 인정하는 것은 의약분업에 대한 부정이다. 
의료기관은 현행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도 하에서는 저가구매의 유인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저가구매의 다른 이름이 바로 리베이트이다. 정부 역시 실거래가격이 평균적으로 기준약가의 99%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통해 마치 저가구매 유인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의료기관이 매우 강력한 저가구매의 유인의 형태가 리베이트일 뿐이라는 점을 애써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의약분업과 동시에 도입되었으며, 의약분업 하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에 대해 별도의 수가인 행위료를 지급하는 대신 의약품과 치료재료에서는 의료기관의 이윤을 인정하지 않고 구입원가대로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의약품 저가구매로부터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2중으로 수익을 보장하는 셈이 된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안은 약가의 이윤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리베이트를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하던 것을 합법적 이윤으로 인정하고 그 이득을 양성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점에서 결코 리베이트 근절 방안이 될 수 없다.


둘째,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는 약가인하 효과 없이 리베이트만 양성화하는 것이다.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가 시행되면 정부가 정한 가격과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실제 구매한 가격과의 차액 중 70%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이윤이 되는데 이는 세법상 순이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과세대상 소득이 되므로 세금을 공제하면 순수한 이익은 50% 내외에 불과하다. 기존에 취해온 이익의 크기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유인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의 입장에서도 저가신고로 인해 약가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저가로 신고하도록 방치할 수 없을 것이고 사후적으로 품목별 가중평균실거래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는 의료기관이 제약사에 대해 음성적 리베이트를 더 많이 요구할 가능성만 높여 제약사에 대한 병원의 영향력만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성분별 인하방식에 의해 약가를 조정하지 않는 한 품목별 인하방식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리베이트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서는 면허취소와 같은 강력조치가 필요하다.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은 리베이트 크기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럼에도 정부안은 리베이트를 적발하고도 약가인하폭을 최대 20%로 제한하고 자격정지 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여 리베이트를 근절시키는데 기여하기 어렵다. 따라서 리베이트 적발시 보험약가는 당연히 리베이트만큼 인하해야 하며, 리베이트 수수금액 및 위반횟수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행위를 못하도록 해당 의약사의 면허 취소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대체약품이 없을 경우 리베이트 품목의 비급여 전환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 품목의 비급여 전환보다 해당 품목의 가격인하가 더 적절하다.


넷째, 국내 R&D 우수제약사 약가우대 대책은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도입을 위한 제약사에 대한 보상책일 뿐이다.
제약사의 R&D에 대한 보상은 특허권에 의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미 약가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약사의 투자개발비를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주어야 하는 논리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약사가 자신들의 매출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영업비용(임상시험, PMS, 리베이트도 포함되어 있을 것임)을 R&D 비용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에 투자한 비용을 소비자가 약값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약값을 절감하는 대책일 수 없다. 제약사의 R&D 비용이 미래의 독점판매를 위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보상해 주는 것은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을 통해 병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제약사 달래기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번 정부의 대책은 개별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본래 취지–의료 전문가로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 최적의 의약품을 최저가로 구매하여 처방해 달라는 취지–를 망각한 채,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계속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높게 결정된 보험약가로부터 현재 의료업계가 음성적 리베이트 형식으로 얻고 있는 이윤을 양성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대책은 정부가 높게 책정된 보험약가로부터 취한 이익을 의료업계와 제약업계 양자 사이에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시키면서 정작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경실련은 적어도 정부가 건강 보험약가 정책이 가격경쟁을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그 편익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때 설득력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강조하고자 한다.


리베이트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통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사회정의 차원에서 척결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경실련은 건강보험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꾀하고 과다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음성적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리베이트를 합리화하기에 앞서 국민의 부담증가를 기반으로 형성된 불합리한 이윤을 대폭 축소함과 아울러 불법적 리베이트 거래에 관여된 당사자들에게 리베이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더 큰 벌칙을 부과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아울러 실효성 없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를 철회하고 실거래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실제 거래가격만 정확히 파악되면 약가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정부가 실거래가격의 파악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정책대안임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문의: 사회정책팀 02-3673-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