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정부] 정부의 ‘정부기능조정공청회’ 관련한 경실련 입장

  김대중 대통령은 올초 신년사에서 정부기구의 능률화를 위해 경제부총리 와 교육부총리의 신설, 여성부 신설 등의 정부조직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정부의 조직개편작업의 결과가 외부에 처음으 로 공개되는 정부의 ‘정부기능조정공청회’가 오늘 개최되어 관심이 모아 지고 있으며, 이에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정부는 경제 각 부처를 유기적으로 총괄토록 하기 위해 경제부총리 신 설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는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원활한 총괄 조정을 위해 재경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제부총리의 신설은 관주도적인 경제체제로의 회귀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아 민주적 시장경제 구현이라는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경제부처간의 업무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부처간의 힘겨루기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 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갈등은 금감위가 IMF 이 후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경 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재경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의 경우를 보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못하며 재경부가 막강한 권한 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처간 갈등 운운하 며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은 IMF 이전과 같이 재경부 중심 의 더욱 획일적인 경제정책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이는 시장경제와 세계 화라는 흐름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정부시안을 보면 현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순한 부총 리 지위 격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조정기능을 현 재경부 장관이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부총리 격상을 통해서만 해 결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

  부총리 신설은 오히려 정 부 내 옥상옥의 수직적 구조를 강화시킴으로써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형 성됨으로써 경제부처간의 민주적 논의를 통한 상호 조정이나 장관들간의 토론문화가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제부총리제 신설에 대한 논의 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시장기능이 경제를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뒷 받침하는 구도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각 부처간 정책의 충돌이나 갈등은 경제부처간 협의체의 운영을 통한 조 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재경부장관이 선임 장관으로서 실질적인 총 괄 및 조정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지원과 경제정책조정회 의의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위상을 제고시켜 권한을 독립시켜줌으로써 경제정책의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또한 개혁의 방 향은 오히려 경제정책 조율기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운영 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인다. 재경부는 규제기능 및 집행기능을 축소 또는 이양하고 거시적 정책 조정 및 전략수립에 치중하 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번 정부개편의 또다른 쟁점인 교육부총리제의 신설에 대하여 정부 는 교육·훈련·문화·관광·과학·정보 등 인력개발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장토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여전히 관료주의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의 위상을 격상시킨다 면 관료주의적 교육의 문제점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관련 정 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로 다루어야 할 일부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시장기조에 따른 운 영 및 활동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교육 및 인력개발 정책도 이러한 기조 위에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부문 축소의 개혁기조를 유지하고 교육자치제의 정착 ·발전을 위해서는 집행기능을 지방교육위원회 및 교육청으로 대폭 이관 하고 교육부를 정책기능 전담 부서로 오히려 축소·개편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첫째, 인적자원개발 관련 정책의 통합조정 및 정책의제 개발은 교육부총 리제 신설의 핵심적 논거라 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예산조정 기능이 부여되지 않을 부총리 부서로의 승격은 정책조정보다는 의전상의 예우의 의미밖에 지니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부총리의 승격보다는 타부서와의 인적개발의 정책조정 기능은 교육부 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인적자원개발 회의에 힘을 실어주고 활성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울러 교육부의 집행기능은 교육자치제의 정착·발전을 위해 지방 교육자치체로 대폭 이관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21세기의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하여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 는 교육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교육부의 규제관련 기능 및 기 구를 대폭적으로 축소하여 일선 교육기관에 자율성을 확대·부여하는 것 이 바람직할 것이다.


  3.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될 뿐만 아니라 여 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인한 행정수요의 증대 및 국가정책적 차원에서의 전담부서가 필요성에 대해서 여성정책전담기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 고 있다. 여성정책전담부서의 강화의 필요성이나 원칙에 대해서는 전적으 로 공감한다. 그러나 여성부의 신설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 으며 모든 부처가 현재 여성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 요하다고 본다.


  여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도 여성부는 명쾌한 고유 전담업무의 성격이 애매모호하다. 여성부라는 명칭자체가 여성을 소 외시키는 협소한 개념으로 표기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개편에서도 궁극 적으로 양성평등의 개념이 우선시 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여성정책에 대한 논의를 여성부 신설에 한정해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가능한 한 다양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현재의 6개 부처의 여성정책담당관실을 모든 부처에 확산시켜 각 부처 모두가 여성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추 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각 부처의 여성정책담당관실에 강한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여 각 기 관별로 연계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해주고 현재의 여성특 위가 각 부처간의 정책 조정과 업무평가를 수행하여야 한다. 법률적으로 집행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체 여성정책집행부서를 관장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대한 조정권자의 권한(예: CIO)을 여성특위에 주는 방향을 충분 히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집행 후에 모니터링을 통해 여성업 무가 제대로 시행되었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인센티브 부여를 지속적으 로 정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기능조정공청회’의 정부의 시안을 보면 과연 김대중 정부가 정부조직운영에 대한 철학과 이념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김대 중 정부의 3차 조직개편안은 그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적 고 려없이 졸속으로 제안되었으며, 사후적으로 정당화 논리를 찾고 있는 것 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부가 이와 같이 합리적 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실패로 인한 민심이반을 호도하기 위 한 정치적 상징조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이번 경제·교육부총리 신설과 여성부 신설에 대한 검토 를 즉각 철회하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위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 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2000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