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정치] 정치권은 석패율 제도 도입 논의 중단하라

-비례대표 의석 확대, 권역별 명부 도입 없이 석패율 제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하에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총선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했을 경우에 당선자와의 득표 차가 가장 적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여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구제하는 석패율 제도를 통해서 특히 영․호남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주의를 타파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논의 내용을 보면 지역주의 완화라는 석패율 제도의 본래의 취지와 명분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먼저,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채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석패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은 비례대표 정수(54명)를 가지고 있는 현 비례대표제에 석패율 제도를 연계하여 운용한다면 이는 사실상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제는 폐지되는 것과 다름없다. 비례대표제는 본래 정치신인이나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운 직능대표, 소외계층 등을 대변하는 후보자들이 국회에 진출토록 하여 대의기관이 민주적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특히 사회가 다변화되고 다양화 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는 더욱 확대 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 추세이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지나치게 적은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유지한 채 석패율 제도를 도입한다면 지역구 후보들이 비례대표 자리까지 차지함으로써 전문성을 가지거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이들의 진출 기회가 이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우리나라 정당의 구조상 유능한 신진 정치인보다는 퇴출 위기에 몰린 중진의원들의 안전한 당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영호남 취약지역에 그래도 석패율로 구제되려면 지명도 있는 중진의원들이 차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존 지역구에서 낙선될 가능성이 큰 중진의원들을 위한 구제책으로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총선은 국민들이 각 정당과 입후보자들을 심판한다는 의미가 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를 다른 제도를 통해 구제하는 것은 유권자의 심판에 의한 대표라는 대의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현재 이야기되는 정치개혁과도 맞지 않다.

 

지역주의는 지지세가 약한 상대 정당 국회의원 1~2명을 당선시킨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지역을 이용하고 볼모로 한 중앙정치, 특정지역 중심의 인사충원 등 불합리한 인사정책, 지역간 불공정한 국정운영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주의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이러한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정치적 외형만으로 지역주의를 완화하려는 행위는 그 진정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근래 영호남에서 특정정당 중심체제에 대한 반발과 새로운 정치적 선택과 판단에 대한 여론이 자연스레 있으며 지난 지방선거 등에서 이러한 흐름 등이 표심으로 드러난바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탈지역주의 흐름을 존중하여 정치권은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욱 정치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인위적 제도를 도입하여 모양만으로 지역주의 완화를 모색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과 석패율 제도의 본래 취지인 유능한 신진 정치인의 당선 가능성 제고라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재의 비례대표 제도를 강화하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전체 의석의 최소 1/3 정도까지 늘리되 시행방식으로 현재의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토록 한다면 될 것이다. 이는 지역구 선거제도인 소선구제의 사표문제도 해결되고 직능대표성도 강화시키며 지역주의 완화도 도모할 수 있는 훌륭한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아닌 석패율 제도만이 도입된다면 제도의 본래의 취지는 간데없이 비례대표제 문제점만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석패율 제도 도입 논의가 정치권의 정략적 차원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면하기 위해서는 석패율 도입논의는 중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