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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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권의 무의미한 석패율 제도 논의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하에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총선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했을 경우에 당선자와의 득표 차가 가장 적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여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구제하는 석패율 제도를 통해서 특히 영․호남 지역에서 특정 정당들이 몰표를 얻는 식이었던 한국식 지역주의를 타파해보자는 것이다.

 

석패율 제도의 도입은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온 문제이긴 하지만, 올해 신년 좌담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을 하고 지난 달 20일 열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 위원들의 만찬 회동에서 강하게 제기되면서 최근 논의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석패율 제도의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논의 내용을 보면 지역주의 완화라는 석패율 제도의 본래의 취지와 명분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우선,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채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석패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은 비례대표 정수(54명)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비례대표제에 석패율 제도를 연계하여 운용한다면 사실상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제는 폐지되는 것과 다름없다. 비례대표제는 본래 정치신인이나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운 직능대표, 소외계층 등을 대변하는 후보자들이 국회에 진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나치게 적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그대로 둔 채 석패율 제도를 도입한다면 지역구 후보들이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전문성을 가지거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이들의 진출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권역별 명부 작성 방식이 아닌 전국 단위의 명부 작성 방식이 사용되는 현재의 비례대표 제도에서는 그 특성상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지역주의 완화보다는 수도권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떨어진 후보들을 구제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정당의 구조 상 유능한 신진 정치인보다는 퇴출 위기에 몰린 중진의원들의 안전한 당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총선은 국민들이 각 정당과 입후보자들을 심판한다는 의미가 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를 다른 제도를 통해 구제하는 것은 유권자의 심판에 의한 대표라는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현재 이야기되는 정치개혁과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명분과 석패율 제도의 본래 취지인 유능한 신진 정치인의 당선 가능성 제고라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전체 의석의 최소 1/3 정도까지 늘려 본래의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고 석패율 제도로 구제되는 정수를 최소화하는 한편 현재의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등의 조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패율 제도만이 도입된다면 제도의 본래의 취지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사실상 퇴출 위기의 중진의원들의 구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석패율 제도 도입 논의가 정치권의 정략적 차원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면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전제 조건들이 반드시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