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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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지방분권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지난해 제정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에 따라 올해 2월 출범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여러가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기초자치단체의 통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시군구 통합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권역별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지금까지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에 대하여 시민단체, 학계, 전문기관 등이 제기했던 통합 반대에 대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통합 추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경실련은 추진위원회의 이같은 활동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추진위원회의 통합 논의는 순서가 잘못 되어 있다. 시군구 통합 기준 마련에 앞서 시군구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먼저 되어야 한다. 통합 필요성에 대한 논의 없이 통합 추진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시군구 통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그리고 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중앙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밀어붙이기식의 작태는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의 부족함을 무마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에 자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면서 추진해도 될 것을 일방적으로 서두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통합에 대한 문제점을 지난 국회에서 공청회 및 전문가 의견청취를 통하여 통합의 부당성이 충분히 보고되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통합 창원시의 사례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통합 강행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통합 창원시는 지역주민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통합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여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방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통합이다.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통합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나 효율성은 입증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간 갈등과 지역간 불균형으로 인한 소외지역 주민들의 상실감 등이 계속되면서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정부 주도의 일방적 통합 강행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가 시군구 통합을 전제로 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절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에서의 기초자치단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전혀 큰 규모가 아니다. 아래의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주요 국가별 자치단체의 평균 인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205,000명으로 가장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영국(140,000명), 일본(71,000명)의 순으로 되어 있다.

<그림-1> 주요 국가별 자치단체의 평균인구

인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자치단체가 다른 여타 자치단체에 비해서 인구의 규모가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치단체를 3-4개를 통합하게 된다면 3-4배의 인구수로 증가하게 된다. 600,000명에서 800,000명으로 인구규모가 커지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나치게 1개 자치단체당 평균 인구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인구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방자치단체의 면적 면에서는 아래 <그림-2>의 그래프와 같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평균 면적은 호주(12,900km2), 뉴질랜드(3,700km2), 캐나다(2,700km2), 스웨덴(1,550km2), 영국(562km2), 그리고 덴마크(440km2) 다음의 순이다. 우리나라와 획일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연방국가인 캐나다와 호주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보다 몇 십배의 국토면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덴마크 제외)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자치단체당 인구규모는 상위권에 이르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면적 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자치단체당 인구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결론이다.

<그림-2> 주요 국가별 자치단체의 평균면적(km2)

주 : 호주(12,900km2), 뉴질랜드(3,700km2), 그리고 캐나다(2,700km2)는 극단적으로 면적이 커서 그래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제외함.

세 번째로, 우리나라의 자치단체의 계층구조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계층구조는 2 내지 3계층제를 택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벨기에는 3층제를, 독일, 미국, 캐나다는 2-3층제를,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2층제를 택하고 있다. 최근 영국이 2층제를 택하고 있다가 잉글랜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단층제를 택하고 있는데 이는 배경이 다른 측면이 있다. 웨일즈(Wales), 스코틀랜드(Scotland), 그리고 북아일랜드(Northern Island)를 제외하고는 잉글랜드에서만 중층제를 택하고 있다. 원래는 잉글랜드를 제외한 웨일즈,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도 중층제를 택하고 있었으나, 토니블레어(T. Blair)의 노동당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세 지역에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지방행정체제를 단층제로 바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방분권을 위하여 단층제를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하여 인구나 면적 면에서 적거나 작지 않다. 또 지방행정체제의 계층제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2 내지 3 계층제를 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의 2 계층제를 1 계층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게다가 시·군·구 위에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앙정부의 하부기관인 “지방행정청”을 두겠다는 의도는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의 발상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여타 주요 선진국에 비교하여 볼 때, 시대착오적이고 지방자치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오늘(11일)부터 권역별로 열리는 시·군·구 통합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의 주제 발표 내용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통합기준’을 마련하기 이전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지방분권을 전제한 시·군·구의 통합이어야 한다. 그런데 논의의 귀결이 잘못하면 중앙집권의 논리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지방행정체제가 국내외적인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가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오히려 분권적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국내외적인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둘째, 통합의 기준을 ‘전국적’, ‘지역적’ 기준 제시, ‘자율적’, ‘권고’ 방법, 그리고 지역별로 통합기준의 유형화(시군 대 구, 도시부 대 농촌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논점별 기준 제시는 매우 작위적이고, 중앙정부 편의적인 기준의 제시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전제하고 만들어 낸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스스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마다하는 통합을 왜 중앙정부가 전국적이든 지역적이든 또 유형별로 기준을 마련하여 권고하려고 하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또한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출발한 억지 통합논리에 불과하다.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도록 시군구의 통합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일정한 법적 절차를 통하여 하면 될 일이다. 현재의 지방행정체제가 일본의 시정촌처럼 지나치게 협소하여 통합하려는 것도 아닌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통합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

셋째, 통합기준의 마지막 논점이 ‘과소한 구’의 개념이다. 130,000명, 170,000명의 자치구가 ‘과소한 구’라는 주장은 어떤 논리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시도 자치단체내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인 것이지 해당 자치단체가 ‘과소한 구’라는 주장은 너무나 엉뚱한 주장이다. ‘국내외적인 환경’에 비추어서 130,000명, 170,000명의 자치구가 ‘과소한 구’라는 주장을 한다면 국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할 판이다. 이 논리 또한 통합의 기준을 억지로 만들기 위한 궁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추진위원회 주최의 이번 ‘시·군·구 통합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는 매우 부적절하며 경실련은 추진위원회가 앞으로의 활동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통합 기준을 마련하기 이전에 지방분권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먼저 하라.

둘째, 통합 기준을 마련하기 이전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들과 시민단체, 학자, 그리고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라.

셋째,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공개하라.

 

[문의 : 정치입법팀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