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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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지방자치 현실 고려하지 않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주장은 위험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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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나라 체질을 개선하고 사회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규제개혁, 저탄소 녹색성장, 공기업 선진화와 함께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대통령의 행정체제 개편 추진 주장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첫째, 우리의 ‘지방행정체제’는 구한말 농경문화시대에 골격이 짜여진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역주민의 정서와 지역적 환경을 기초로 해 설계된 것이다. 그리고 ‘자치행정구역’은 1991년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많은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 정치권의 당사자들이 교통통신의 발달, 지식정보화사회에 맞게 기초자치단체의 규모를 다른 나라보다 크게 설계했고 그 이후에도 필요에 의해서 몇 차례 도시와 농촌의 자치단체를 통합하는 등 오늘날의 사회변화에 맞게 지방행정체제를 보완해 왔다

 

  둘째, 대통령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행정계층을 줄이고 자치단체를 통합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으나 이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행정계층과 자치계층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언급한 어느 나라도 행정 및 자치계층을 줄이고 자치단체를 통합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은 곳은 없다. 계층을 줄이거나 자치단체를 통합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와 민주적 가치 중에서 어느 한 가치를 강조하게 되면 다른 한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계층을 줄이거나,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해 그 수를 줄이면 경제적인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경제지상주의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잘못 단행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왜 간과하고 있는가. 민주적인 결정절차나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왜곡되는 비민주적인 결정에 의해서 손해볼 수 있는 비용이나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는 보았는지 궁금하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셋째, 대통령은 현행 지방자치제도에서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3~4개를 통합하는 안은 오히려 행정구역, 생활권뿐만 아니라, 경제권도 함께 불일치하는 아주 기형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인구는 206,800명으로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많고 면적 또한 426.9㎢로 상위권에 해당된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기초(시군)자치단체의 규모는 다른 나라의 규모에 비해서 월등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의 수를 통합해 그 규모를 광역화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넷째, “그동안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에 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하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현 정부에서만 지방행정구역의 개편을 찬성하였을 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줄기차게 반대해 오고 있다. 폭넓은 공감대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국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의 결과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많은 학계 전문가들이 이를 반대하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지방자치를 경제적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결국 지방자치를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과거로의 회귀’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중요한 가치인 민주성, 민주적인 절차, 지역주민의 이해관계 보장 등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본질인 민주성과 경제성을 함께 균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점진적인 대안을 통하여 지방자치제도의 결실을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들이 함께 맛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의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고, 비용과 효과를 동시에 비교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지상주의가 주장하듯이 경제적 효과만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서도 안 된다. 또 지나치게 비용에 해당되는 쪽만 부각시켜도 안 될 것이다. 서로가 사실에 근거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정책을 제언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매우 정파적인 측면에서 행정체제 개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지방행정체제는 분명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외국의 지방행정체제도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원에서 개편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전국적인 차원에서 시도 광역행정계층을 없애고 전국의 시군을 과감히 3분의 1로 줄이는 무모한 개혁은 어느 나라도 단행하지 않았다. 외국은 문제가 있으면 문제된 부분만을 도려내고 다른 곳에 상처가 전이되지 않도록 싸매주는 점진적인 방안을 취했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는 감기나 두통 정도를 오진해 온 몸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무모하게 메스를 가하려는 모습이다. 참으로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잘못된 수술로 생명의 끈만 부여잡고 연명하는 “식물인간”의 모습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든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무모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대안들이 얼마든지 있다. 행정관리시스템을 보완하거나, ①광역시의 ‘도’로의 통합, ②자치구의 문제 보완, ③일부 도농통합이 필요한 경우의 자율적 보완, ④도와 시군의 선행적 기능조정, ⑤‘도’기능의 역할을 선행적으로 보완하는 방안 등 점진적인 대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