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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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집회참석기] 시민들의 시민운동 바라보기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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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석후기]


시민들의 시민운동 바라보기


복지부의 기등재약 목록정비 포기 철회 촉구 기자회견 현장을 다녀와서


정성희 커뮤니케이션팀 인턴


 


A라는 제약회사가 한 종합병원에 수의계약으로 납품한 항혈전제의 가격은 한 정당 1739원입니다. 그러나 A가 다른 중소병원에 공개입찰로 판매한 가격은 불과 18원. 같은 약이지만 그 값이 무려 96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믿을 수 있으세요?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지난해 조선일보가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공급 현황’ 자료에 명시된 바 있는 ‘실제상황’입니다.


사실 한국의 약값은 수의계약 관행, 제약업체들의 약값 부풀리기 신고 등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보다도 훨씬 비싼 편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작성한 ‘외국과의 약가 비교’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50개의 약 성분으로 제조한 복제약 가격이 우리나라를 100원으로 볼 경우, 일본은 49원, 프랑스는 73원, 독일은 58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싼 약값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지요. 때문에 목록정비 사업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과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이어져온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 대해 최근 보건복지부는 일방적인 ‘사업종료’를 제안했고, 보름도 채 안 되어 최종 사업진행 여부를 판단해야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에 경실련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복지부의 목록정비사업 포기선언 철회’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기에 이르렀습니다.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 무더위에 지친 이들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밖에서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때 우리는 보건복지부 앞에 모였습니다. 30도 안팎의 팍팍한 여름 날씨였지만 현장에서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심각하고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실제 기자회견은 매우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경실련 김태현 사회정책국장님의 사회로 진행되어 민주노총,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농연, 한국노총 대표들의 취지발언, 규탄발언,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약값 정상화와 약제비 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으로 기자회견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자회견은 별다른 감흥도 느낄 새 없이(부족한 제 배경지식으로 인해;;) 금방 끝나버렸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실련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바깥 풍경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순간! ‘내가 한 번이라도 버스 바깥에서 집회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그 생각이 스쳐지나간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피켓을 들고 30분을 서 있는 동안 저는 버스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또는 걸어서 우리 앞을 지나가던 많은 시민들과 눈을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궁금하다는 듯 난해한 표정을 지었고, 또 이해하려고 피켓과 현수막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애썼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그 순간에 말이죠.


저는 지금껏 언론에서 비춰지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모습에 적지 않게 실망했었습니다. 그 원인이 시민단체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탈 정치화된 시민들에게 있는 것인지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민단체의 일원으로 직접 집회 현장에 참여해보고 깨달았습니다.


시민단체나 시민들이나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마도 오늘 그 곳을 지나가다 우리를 본 시민분이 후에 미디어를 통해 ‘약값이 인하되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 그때 그 시민단체를 한번이라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일상에서 시민운동을 가까이 느끼고, 직접 참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행동이 시민들의 작은 호기심을 일깨우고, 이러한 실천의 연쇄작용이 언젠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은 제가 오늘 본 그대로 아직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