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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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참여정부의 계륵 ‘원가공개, 후분양제’

건설사 대변하는 정책 ‘이제 그만!’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 15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안정화방안 관련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또 후분양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유는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신규 물량 공급이 어렵다는 것.

철저하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재경부가 부동산 정책의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5일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부터 조짐은 보였다.


권오규 부총리의 이상한 답변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부동산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국회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에 거품이 없다”는 부총리는 이틀 뒤인 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11·15 대책은 공급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핵심이다. 정부의 대책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 공급을 최대로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여 시중자금을 조여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은 방향부터 잘못돼 있다. 이는 공식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15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발표한 한 내용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동안 보급된 주택은 586만5000호 중 53.9%인 316만호만이 집 없는 서민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46.1%(270만4000호)는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에 충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5년 우리나라 자가점유가구 비율은 55.6%에 불과하다.

또 하나는 한국은행 자료다. 한국은행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72%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에 집중되었던 점을 이유로 유주택자의 담보대출 편중이 작년까지 이어졌고, 서울, 경기, 인천이 전체 74.25%를, 그 중 서울의 강남·송파·서초·강동, 그리고 경기 성남·용인지역의 대출이 2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는 경우 보다는 집이 있는 사람이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거나 기존 주택을 담보로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는 데 은행대출이 집중되었다고 결론 짓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11·15 대책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지하는 후분양제, 원가공개 등은 외면했다.

지난 몇 년간 고분양가로 인하여 집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할 때 국민들은 원가공개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소형 평형에 원가연동제 및 대형 평형에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원가공개는 주택법 38조를 개정하여 입주자 모집공고에 택지비, 공사비, 설계·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만 공개하도록 하였고, 후분양제는 2012년에야 80% 완공 후 분양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주택 완공 후 분양제(후분양제)가 조기에 도입돼야 하고, 원가공개제도는 전면적인 후분양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적인 제도로 도입하면서, 후분양제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 애기하자면 국가개발사업체(토지공사, 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 등)와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건설하는 민간사업자는 감리자모집공고에서 공개하는 50개 이상의 항목의 공종별 공사원가를 당장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하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후분양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장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정부가 하지 않고 있는 내용이다.


건설업체를 대변한 선분양제도

 

년도별 분양가 규제 내용

구분

분양가 규제 내용

~1972

주택사업자가 분양가격 결정

1973

국민주택규모의 분양가격 건교부 장관 승인 받도록 함

1977~

일률적 상한가 규제

1989. 11

택지분양가 원가연동제(택지비+건축비)

1997. 06

수도권 이외 지역 전면 자율화
수도권은 철골조와 후분양주택은 자율화

1998. 02

민간사업자 보유 택지 자율화

1998. 10

수도권 25.7평 초과 공공택지 아파트 자율화

1999. 01

국민주택기금 지원받는 아파트 이외 전면 자율화

2006. 02

공공택지 25.7평 이하 분양가 상한제
공공택지 25.7평 초과 분양가 상한제+채권입찰제

ⓒ 오마이뉴스 고정미

그동안 정부는 주택가격에 대해서 자율과 규제를 필요에 의해서 반복해 왔다. 정부의 주택가격 규제는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된 1972년까지만 해도 주택사업자가 분양가격을 결정하였으나, 1973년부터 국민주택규모의 분양가격에 대해서는 건설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분양가격 규제의 시초였다. 1977년부터는 신규주택 가격을 주택건설 사업계획서에 포함시켜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사업계획 승인대상이 되는 모든 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가격규제 및 선분양제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1989년에는 땅값과 건축비에 연동해 분양가를 정하는 원가연동제를, 1997년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민의 정부는 건설경기를 진작하려는 목적으로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자율화 하였고, 1998년 말 ‘주택분양가연동제시행지침’을 폐지하여 분양가 전면 자율화가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사실로 본다면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정부가 1977년 분양가격을 일률적으로 규제를 시작하면서, 가격규제의 대가로 건설사업자들에게 준 특혜였다. 선분양제는 일반상품과 달리 주택이 완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주택분양제도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규제로 건설사업자들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해 제도권 금융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직접 무이자로 주택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특혜인 셈.

그런데 문제는 1998년, 정부가 분양가를 완전자율화하면서 후분양을 하지 않고 특혜였던 선분양제도를 존속시킨 것이다. 정부도 이미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1995년에 아파트 선분양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한 감사원은 시장원리에 맞는 후분양을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고, 정부는 1997년부터 시장원리에 맞는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자 주택업계가 시장원리에 입각해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분양가 규제부터 자율화하라고 요구했었다.

결론적으로 선분양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공급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분양가만 전면 자율화 시킨 것이다. 정부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건설을 포기하는 사업자가 늘어 경제가 침체된다”는 건설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분양가 자율화와 선분양, 그리고 공공택지도 싸게 공급받은 건설사업자들은 이후 안면 몰수하고 분양가격 올리기 경쟁에 나선다. 그야 말로 거칠 것 없었다. 허허벌판인 농지에 줄 그어놓고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다 지은 것처럼 가정하여 분양하고, 자치단체에 택지비와 건축비를 거짓으로 신고하여 이윤을 줄이고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여 폭리를 챙겨도 확인도 않고 눈뜬 장님 마냥 분양가 승인 도장을 꾹꾹 찍어주고, 공기업이 민간소유의 땅을 공권력을 이용해 강제로 빼앗다시피 하여 싸게 공급해주고, 입주자들에게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공사비를 분납으로 받아 공사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탈세를 해도 알지도 못하고 조사도 하지 않는 천국이 되었다.

이런 여건에서 돈 못 벌면 그야말로 바보 천치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들인 포스코, 롯데 등이 앞다투어 아파트 건설 시장에 뛰어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실상이며, 건설사들을 위한 ‘묻지마 분양’ 시장이고, 소비자들에게는 ‘묻지 말고 사’ 시장이다. 정부는 건설사들의 짓지도 않은 아파트의 ‘주택 미분양’에는 온갖 대책회의를 하며 더 많은 특혜를 주려 고심하지만, 서민들과 입주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무슨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시민들이 원가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다면, 분양가 자율화 실시에는 반드시 취약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택가격의 급등을 조절하는 후분양을 실시하는 것이 맞다.

후분양제가 당장 어려워 선분양제를 유지하려면, 최소한의 권리와 정보는 제공해야 한다. 최소한 짓지도 않은 땅에 바둑판처럼 줄 그어 놓고 아파트가 다 지어진 것처럼 팔려면 땅값은 얼마고, 건축비는 얼마이며, 어떤 기술이 도입되고, 어떤 재료들로 지을 것인지라도 알아야 주택을 구입할지 않을지 판단하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왜 건설업체는 원가 공개를 거부하나


 

ⓒ 오마이뉴스 고정미

원가공개 요구에 대해 건설업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를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원가는 ‘처음 사들일 때의 값, 매입 원가, 본값’이나 ‘제품의 생산이나 공급에 쓰인 비용’이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과 지어서 판매하려는 사업자도 손익을 따지게 마련이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임대사업자, 단기차액을 얻으려는 주택투기자 등 모두 구입비용을 계산할 때 최초분양가와 프리미엄을 계산하고, 주택을 지어서 판매하려는 사업자도 사업 계획단계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건설비용과 이윤을 계산하는데, 이 때 원가는 손익분기점이 된다. 그것이 판단의 기준이다.

그리고 원가는 마음대로 작성하지 않고 법령에 규정된 ‘예정가격 작성기준’에 따라 공사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이윤 등 원가를 정부 고시가격(품셈)에 따라 산출한다. 건설업체는 이 기준에 따라 사업비(공사비)를 작성하고 공공기관에 제출하여 사업계획 승인, 감리자 모집, 입주자모집을 승인받게 된다. 이렇게 작성된 원가를 소비자 입장에서는 견적원가, 약정원가, 공급계약가, 주문계약원가로 볼 수 있고, 공급자 입장에서 계약대로 공사를 하기위해 지불되는 비용을 말한다. 원가공개는 바로 이것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분양계약체결시 분양가격의 주요항목을 계약서에 첨부하라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건설사가 제시한 주택건설 관련 각종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택구입 대금을 지불할 조건으로 약속이행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담보이며, 주택건설사 또한 주택이 짓지도 않아 존재하지도 않고 완성원가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러한 가격과 품질을 보장하는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의 표시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약속한 대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못하면 연체금 및 지체상금을 부담하거나 주택 인수를 포기해야 하고, 건설사가 계약과 다르게 낮은 품질과 재료를 사용하여 주택을 제공하였을 경우 변상 또는 하자 보수 등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아파트 원가공개 논쟁에서 건설사들은 ‘완성원가(공사 끝난 뒤 회계처리한 가격)’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왜곡하였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원가공개가 필요한 것은 분양계약 때이므로 ‘완성원가’는 주택을 짓지도 않은 상태에서 존재하지도 않아 공개할 수 없고, 건설사들이 기술개발과 경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려는 산업의욕을 좌절시키는 완성원가 공개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이는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하면 현재와 같이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이 없기 때문에 가격의 경제성을 판단하여 구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고, 둘째는 주요공정별 항목과 금액을 계약서에 첨부하면 입주 후에 권리를 보호받고 건설사는 자재 바꿔치기, 가구 바꿔치기 같은 잔꾀 보다는 계약대로 집을 짓도록 노력을 하며, 셋째는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왜곡된 주택시장에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여 정보의 불균등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하고, 넷째는 사업계획-감리자모집-입주자모집(분양가승인) 과정의 3번의 원가가 공개되어 건설사들의 분양가 책정 과정이 투명하게 된다.

다섯째는 주택사업단계별 원가가 공개되어 공무원들이 책임성을 높아지고, 여섯째는 원가가 공개되어 기업의 회계처리가 제대로 돼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고, 일곱째는 건설업계가 고분양가로 폭리를 챙기기 보다는 적정이윤을 가져가 분양가가 인하되고, 여덟째는 원가를 불성실하게 신고하여 드러나면 세금추징과 같은 조치가 뒤따라 탈세를 예방하고, 아홉째는 원가공개로 공사입찰이 투명해져 검은 돈줄과 뇌물자금이 차단돼 부정부패를 예방하는 등의 많은 장점이 있다.


집 값 잡을 방법 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지난 9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를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이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건교부는 당과 정부 관계부처,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업계 등 각계각층이 참여 하는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원가공개와 검증 및 보완대책 등을 검토하여 6~8개월 후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건교부가 밝힌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 구성과 용역발주도 대통령의 정책의지와 국민들의 요구를 지연시키고 왜곡시키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건교부가 추진하는 원가공개는 분양가 책정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아니라, 작년에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주택법의 7개 항목에서 몇 개만 추가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 있다.

그것은 건교부가 분양원가 공개는 법으로 정해져 이미 민간건설사들은 58개 항목을 법령에 따라 공개하고 있음에도 이를 감추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기업은 법 개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당장 공개할 수 있다. 토지공사는 택지보상비, 조성비, 택지를 판매한 계약서와 영수증을 공개하면, 바로 판매원가가 공개되고 건설사업자의 토지원가는 모두 공개된다.

건설사들이 작성하는 예정가격인 총공사비 항목에서도 토지공사가 판매한 택지비용은 불변가격이므로 논란의 여지도 없다. 또한 주택공사도 매년 주택공사가 발주하는 아파트의 샘플을 가지고 공사비분석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기에 당장 분양원가 일체를 공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건교부는 즉각 할 수 있는 것들을 외면한 채 위원회 구성과 용역으로 눈속임을 하려 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참여정부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의 원인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엉터리 통계로 부동산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고, 실효성 없는 정책을 제시하며, 집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집값불안을 느낀 국민들을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 끌어들이고, 잔뜩 끼인 거품을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하여 고통을 안겨준 개발관료를 엄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에야 80% 완공 후 실시하게 되어있는 후분양제를 참여정부 임기 내에 실시하고, 공기업인 토지공사, 주택공사, 지방정부 공기업 그리고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주택사업자들부터 당장 공종별 원가를 공개하고, 원가공개를 거부하는 민간건설사들은 후분양을 하도록 법을 만드는 일이다.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집값을 잡을 방법이 다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주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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