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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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100일에 대한 입장


근본적 구조개혁없는 단기적 경기부양으로
경제적 폐해만 초래하는 최경환 경제정책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가능성 농후
경제민주화 실현, 공평과세, 비정규직 등 서민층․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오늘(23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지 100일이 되었다. 경제관료 출신에 3선 국회의원이며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취임한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내수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재정, 규제완화 정책 등을 망라한 10여개의 굵직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만 목표를 두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경실련은 최 부총리의 취임 100일 맞아 ‘초이노믹스’로까지 불리는 최경환 경제정책의 전반적 기조를 진단하고 개별 세부정책들의 문제점을 짚어본 후 향후 우리 경제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근본적인 구조개혁없는 단기적 경기부양에 집착한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를 건전한 성장으로 견인할 수 없다.
양극화의 심화, 불균형 성장, 저성장 기조 등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단기적 처방의 반복으로는 국민경제에 폐해만 초래한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고용없는 성장, 적하효과의 단절 등 현재의 산업구조, 양극화 심화로 인한 9:1 사회 고착 등을 개선하고 균형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재벌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 공정한 시장경제체제 확립 등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도외시한 채 일시적 경제효과에 연연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구조를 더욱 왜곡시켜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둘째, 최경환 경제정책의 이러한 인위적인 경기부양 기조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자칫 우리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고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세가지의 유사성을 그 근거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41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부동산금융규제완화, 금리인하, 대출확대 등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경제구조문제의 근본적 해결없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 상황에서 일본이 취한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재현될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일본 장기불황의 핵심 원인은 엔화 강세 상황에서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공법 대신에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 손쉬운 부양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위기를 자초한 점이다. 일본 정부는 버블이 꺼진 후에도 긴급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는데 1993년 이후 10년간 매년 1천억달러씩 총 1조달러의 재정을 풀어 도로, 댐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재정 확대는 큰 폭의 재정적자를 만성화함으로써 국가부채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저성장체제에서도 경제안정과 효율을 높이는 노력없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 독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최경환 경제정책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한다.

첫째,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규제 완화는 오히려 서민주거안정을 위협함은 물론 가계부실과 금융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 8월 LTV와 DTI를 완화한 이후 두달 동안 가계대출이 11조원 급증했는데 이는 올해 1~7월 중 평균 월 가계대출 증가액 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하우스푸어 체감가구 분석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주택마련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39.1%에 불과한 반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 외로 사용하는 비율이 54%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금융규제완화는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와 부채의 질 악화라는 심각한 폐해를 낳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금융규제가 서민주거안정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가계부실과 금융부실만을 가져올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둘째, 41조원 이상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양적 완화와 20조원에 이르는 적자 예산안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그 폐해는 전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의 경우 올해 1∼8월 중 34조7,000억원이 적자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 금액인 29조9,000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4조8,000억원이나 확대되었다. 여기에 8월까지 세수 진도율(세수 목적 대비 실적 비율)은 63.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포인트 낮아 세수 부족이 8조5,000억 원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세수 부족 규모인 10조원 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 적자와 세수 부족 상태에서 재정확충을 위한 그 어떤 대안도 없는, 오로지 경기 부양만을 위한 양적 완화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되며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셋째,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3대 패키지 세제는 서민층보다는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 가계소득에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조세형평성도 훼손시키고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성향 등을 보이는 상장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허용토록 하고 있으며 금융소득종합과세자에게 기존 38%에서 25%의 분리과세의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2013년 국세통계연보의 종합소득 규모별 배당소득금액 신고 현황에 근거해 종합소득 2천만원 이상자들의 배당소득금액별로 감세혜택을 산출한 결과 이들 고소득자의 전체 감세액이 9,784억원에 이른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감면액에 비해 배당을 결정하는 대주주들의 감면액이 지나치게 커서 기업이윤을 민간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부자감세로 이어지면서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 증대세제 역시 저소득층이 소비성향이 높아 근로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이 중소기업 근로자보다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서민층의 가계소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역진적인 세제혜택은 조세형평성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넷째, 일자리창출과 성장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한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전형적인 재벌특혜와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특정계층에게 이익이 집중되고 그로 인한 폐해는 전국민이 떠안게 되는 내용들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의 경우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으로 재정, 금융, 인력양성 등 체계적인 정책지원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영리화 촉진 등 무분별하고 전방위적인 규제완화가 진행되며 혜택은 특정대기업들에게 돌아가고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또한 국내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치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은 해외환자 유치 및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명분으로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이익극대화를 위한 의료영리화로 인한 의료공공성 훼손과 의료비 폭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폐해를 초래할, 단기적 경기부양 중심의 경제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전하고 균형을 갖춘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첫째, 단기적 경기부양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 등을 통한 전면적인 구조개혁은 기존 산업구조의 변화와 공정한 시장시스템의 확립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둘째, 진정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 서민층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제혜택으로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므로 저성장과 경제양극화 상황에서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중산층 이하 서민층,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다양한 소득 지원, 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영세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소득증대가 소비와 지출로 확대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평과세 실현, 복지지출 확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증세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 실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세수 부족, 재정 적자 상황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은 더 이상 이러한 구호를 의미없게 만들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세수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복지지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세제는 조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평과세 실현과 복지지출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증세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이명박 정부에 시행한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는 차원에서의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이 되어야 한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다. 과거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각종 지원과 대책은 대기업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글로벌 경쟁의 격화는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이고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가계부실과 금융부실을 초래할 부동산금융규제의 원상회복과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현행 부동산 불황은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경제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위적인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을 위해 LTV·DTI 규제 완화 등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과 더 큰 금융위기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가계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부동산금융규제를 이전과 같이 원상회복시켜야 하며, 가계부채가 1,100조에 치닿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