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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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최근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경실련 입장

  최근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으로 인해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경기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재정경제부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경편성과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금리인하에 반대했던 한국은행마저도 금리인하에 동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허약한 경제체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단기간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자칫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아직도 부동산 과열과 투기가 가라앉지 않았으며 정부의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금리인하는 부동산투기나 가계부실을 부추길 위험성이 크다.


  최근에 나타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질적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총요소 생산성의 급격한 저하이고, 다른 하나는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다. 총요소 생산성의 하락은 기술혁신이나 규제개혁을 통한 공정경쟁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낮아졌음을 뜻한다. 양극화 현상은 소득·소비·산업·노동·자금 등의 모든 경제 부문에서 여유 부문과 부족 부문 간에 선(善)순환적인 교류가 일어나지 않은 채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우리 경제의 질이 전과는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료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질은 전과 다름없이 그 나물에 그 밥인 재정지출 아니면 금리인하 타령밖에는 없다. 세상에 어느 명의(名醫)가 심장동맥경화증에 걸린 환자에게 궁극적으로 수술(구조조정) 없이 혈압강하제(금리인하)만을 쓰거나 수혈(재정지출)만 강조한단 말인가


  최근 경기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정부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먼저,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할 금리인하 정책은 경기진작에 별반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 이유는 첫째로 현재 현격하게 떨어진 화폐 유통속도가 금리인하에 별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둘째 회사채 시장의 뇌관인 투신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이 투자 부문으로 흐르기보다는 투기적 시장만 호시탐탐 노리는 자금의 단기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는 시중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도 시중에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다. 지금의 투자 위축과 소비 감소는 유동성 부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북핵과 사스 등 대외 요인 탓이 크다. 따라서 금리를 내려 대응해 봤자 투자나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둘째, 더 큰 문제는 금리인하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나 가계부실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 열기는 아직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과 과다한 주택담보 대출 등으로 인한 가계부실도 이제 겨우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 금리를 내리면 또다시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투기가 더욱 성행하고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제까지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대부분 임시미봉책이었으며 그나마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또한 이런 정책의 실패에 따른 부담은 주로 서민층과 중산층에 집중되어 왔다.  따라서 부동산투기 심리가 거센 시점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아파트값이 더욱 급등하면서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끼치게 될 것이다.


  셋째, 중립적 통화신용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할 한국은행의 독립적 위상이 실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 성장론자들인 재경부 관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법에 설립 목적이 중립적 통화신용정책과 물가안정으로 명시된 한국은행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작년 초 이후 강남을 필두로 수도권과 충청권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한은은 선제적 통화신용정책은 포기한 채 화폐단위 절하(리디노미네이션)와 고액권 화폐 발행을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동시에 한은의 권한 확대를 위한 법 개정 운동에만 적극 매진했다.


  현재 한은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의결기구인 금통위 의장을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부재와 정책적 소신 결여로 스스로 중립적이고 설득력 있는 통화신용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총재의 구두선으로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불과 한 달 전에 적자재정이나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반대한다고 하더니 어느새 슬그머니 바뀌어 금리인하를 당연시하는 것 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이 한은의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위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상황에서 부동산투기대책이 전제되지 않은 금리인하는 적절치 않으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처럼 시중의 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의 금리인하는 부동산투기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최근 아파트값이 계속해 급등하면서 서울지역 아파트값 평당 분양가격이 1천만원을 넘어서고, 강남의 평당 가격은 2천만원을 육박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계층-지역간 위화감이 급증하고 있어 금리인하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기 부양을 이유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제 부동산값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도록 하되, 무엇보다 보유과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택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려간다는 쪽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는 집권 당시의 개혁적 정책기조를 다시금 유지하며,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법인세 인하, 기업접대비 규제, 골프장 규제 완화, 경기부양 등 일련의 정부정책과정을 살펴보면 집권 당시의 개혁적 정책기조가 상실되었을 뿐 아니라, 집행과정에서도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다. 개혁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 집권초는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을 보인다는 것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개혁적 정책기조를 다시금 회복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의 경기침체의 근본적 원인은 허약한 경제체질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정부는 이러할 때일수록 단기적 안목과 대증요법에 천착하지 말고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