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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 최저가낙찰제 피해가기식 공사발주 수천억 예산낭비

올 하반기에 10조원 이상의 SOC 사업과 관련한 공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나 정부기관의 편법적 공사 발주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1천억원 이상의 모든 정부발주공사에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고 있으나 최근 철도청과 도로공사가 낸 입찰공고를 보면 1천억원 이상의 공사를 분할하여 최저가 낙찰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는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업주에게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는 범죄행위이다.
 지난 9월14일 입찰공고가 난 장항선 노반개량공사의 경우 당초 사업계획은 4천365억원의 예산에 3개 공구로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5개 공구로 분할하여 각 공구의 설계가격이 1천억원 미만으로 축소되어 최저가 낙찰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버렸다. 또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는 최근 입찰공고가 난 총 30개의 공구 중 20개 공구의 설계가격이 1천억원 미만으로 역시 최저가 낙찰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공사는 최소 83%의 낙찰률을 보장받게 되었다. 올해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의 평균 낙찰률이 60%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 철도청과 도로공사의 분할 발주로 인해 23%의 예산이 더 낭비되고, 업주들은 약 23%의 부당 이익을 고스란히 챙겨가게 되었다.

특히 정부는 경기부양과 SOC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한 바 있으나, 일선 기관에서는 공구의 재분할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축내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도청 장항선 노반공사도 애초 3개 공구로 발주하였다면 상반기중에 낙찰자가 결정되고 지금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청은 그 시간을 최저가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재설계를 하는데 허비하고 말았다.

철도청과 도로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더 세부적으로 분할 발주한 기술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실련이 철도청 관계자에게 분할발주를 해야할 기술적, 행정적인 이유가 있었느냐고 질의했으나 그럴만한 이유는 없었다고 답했다. 사실 세계 각국은 하나의 사업은 하나의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는 추세이다. 그렇게 해야 책임소재도 더욱 분명해지고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원대의 공사이지만 동아건설 한 업체가  맡아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공사를 수십개로 분할하여 발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일이 공무원 한두명의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최저가 낙찰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건교부와 산하 공기업들의 조직적 음모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교부는 지난 4월 최저가 낙찰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예정가격의 73% 이하로 낙찰받은 업체에게는 보증을 서주지 말라고 건설공제조합에 압력을 가한 바 있다. 또 7월에는 재경부와 협의하여 70% 이하로 낙찰받은 업체에게는 신인도 점수 감점과 선급금 지급 축소 등을 골자로 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의 낙찰률이 55% 선에서 유지되자 급기야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를 아예 없애버리는 교묘한 술책을 마련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해주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김대중 정부의 건설행정은 건설업체에 국민의 세금을 나눠주고 뇌물을 받아먹는 것이 전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교부는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여 저가로 낙찰될 경우 부실시공과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거짓 선전일 뿐이다. 경실련이 수차 지적했듯이 세계 모든 나라의 공사는 최저가 낙찰제로 시행되고 있으나 저가 입찰로 인해 부실시공이 이루어졌다는 사례는 전혀 없다. 또한 현행 한국의 건설관련법을 건교부가 잘 지키고, 감독을 제대로 하면 부실시공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부실시공은 건교부 산하 공무원들의 뇌물수수와 눈감아주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최저가 낙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저가 과당경쟁으로 인해 건설업체의 동반부실이 우려된다는 것은 정부가 염려할 사안이 아니다. 업체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술개발을 하고, 치열한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적 논리다. 한국의 건설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정부가 일정한 가격을 보장해주는 원시적인 보호육성책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건교부가 최저가 낙찰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내놓는 이유는 근거 없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십년간 한국 건설업계에 지속되어온 정부의 우월적 지위 유지와 이를 이용한 건설공무원들의 음성적 뇌물수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사비 총액의 약 5% 정도가 공무원에게 가는 뇌물이라는 것은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시행된 지 불과 몇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파행운영과 편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1천억원 이상의 정부발주공사라는 단서조항을 피하기 위해 건설공사 구간을 쪼개는 행위가 대표적인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구간을 분할하기 쉬운 도로나 철도건설공사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편법 운영을 통한 예산낭비와 건설업계의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100억원 이상 모든 정부발주 공사를 최저가 낙찰제로 시행하여야 한다. 

경실련은 철도청과 한국도로공사가 아무 실익도 없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낭비한데 대하여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