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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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출총제 없앤다고 투자 는다는 건 환상

        “출총제 없앤다고 투자 는다는 건 환상.  삼성, 금융과 전자그룹으로 분리해가야”        



                                        <강철규 경실련 공동대표 (서울시립대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글쎄요. (삼성그룹이) 현재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지금처럼 계열사들이 모두 얽혀 있으면 부작용이 계속 있을것이고, 이젠 금융과 전자가 분리해서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62). 인터뷰 말미에 삼성 특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듣고 싶었다. 강 전 위원장은 공정위원장 시절에 이건희 회장 등 4대 재벌총수들을 직접 만나,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방향 등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삼성 특검 이후에 삼성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그것은 삼성에 물어봐야지”라며 웃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지금처럼 계열사끼리 얽혀 있는 불투명한 지배체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앞으로 (삼성은) 전자그룹과 금융그룹으로 나뉘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여부에 대해선 “특검의 최종적인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면서 “당장 이 회장이 물러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06년 3년 임기를 마치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로 돌아왔다. 올해부터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공동대표도 맡았다.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연구실을 찾은 기자에게 강 전 위원장은 “학교로 돌아오니 자유를 만끽할수 있어 좋다”며 웃음으로 맞이했다. 그와의 만남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삼성, 금융과 전자계열로 분리해야 한다”


우선 최근 한국사회의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강 전 위원장은 공정위원장 시절에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었다.


– 현재 삼성 특검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평가하는지.


  “뭐, 열심히 (수사를) 하시는 것 같던데….(특검)조사는 법대로 철저히 하면 되는 것이고, 결과에 대해선 국민들이 판단하지 않을까 싶은데….”


  – 오늘(1일)도 재계에선 경제를 생각해서 수사를 조속히 끝내라고, 삼성도 경영공백을 우려하는데요.


  “삼성은 현재의 상황이 상당히 어렵고 힘들거예요. 사실 장점이 많은 회사거든요. 저력이 있으니까 이 정도 시련은 잘 극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수사를 빨리 끝내자’라는 것은 옳지 않고, (수사)할 때 철저히 해야지요. 이후에 삼성도 바꿀 것은 바꾸면, 더 좋은 기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조심스러워 했다. 질문을 좀더 이어나갔다.


 – 특검 이후에 삼성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까요.


“(웃으면서) 그것은 삼성에 물어봐야지. 이번 사건은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고, 그 경영권을 무리하게 상속하려다 생긴 문제라고 봐요. 지배구조가 앞으로 좀더 투명해지면 이번 같은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 같아요.”


 – 어떤 방식으로 투명해져야 할까요? 예전에 지주회사 체제를 많이 강조하셨는데.


“(잠시 생각한 후) 현재처럼 계열사끼리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풀어야지. 결과적으로 금융과 전자그룹으로 분리해서, 각 독립적인 지주회사체제로 가는것이 옳다고 봐요. 삼성도 예전에 지주회사로 가는것을 검토했다고 들었어요.”


 강 전 위원장의 해법은 삼성이 향후에 전자와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나뉘어서 독립적인 경영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에선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차원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특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요. 그렇다고 당장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나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삼성이 해법을 내놓을 지 봐야겠지만,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그 다음은….”


 “4대총수들, 출총제와 투자는 상관없다고 하더라”


 그는 공정위원장 시절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4대 재벌 총수와 직접 만나기도 했다. ‘미스터 공정위’로 불리면서, 이른바 재벌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그였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 등에선 재벌개혁론자로 꼽히는 강 전 위원장이 ‘재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 위원장 시절에 4대그룹 총수들과 회동을 가졌는데, 그 때 분위기가 어땠나요.


   “(두 손을 모으며) 그 때 분위기가 좋았어. 우리(공정위) 가 앞으로 3년동안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개혁 로드맵을 만들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어요. 회장들도 약간 차이는 있었지만, 자신들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이해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오해를 조장하는 분위기도 있어서 아쉬웠지.”


 –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요.


“글쎄, LG(구본무 회장)의 경우는 그룹이 이미 지주회사 쪽으로 재편한 다음이어서, 따로 우리 정책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별로 없었죠. 편하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고, SK 최태원 회장이 인상이 남았어요.”


 – 어떤 부분에서요?


” (최 회장이) 다른 회장보다 젊었는데, 그룹 지배구조개선 의지가 강했어요. 실제로 보니까 SK가 작년인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고, 사외이사 확대 등 (지배구조가) 크게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성과가 있을 것 같고….”


 –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은 어떤 이야기를 했었나요.


“이 회장에게는 ‘삼성이 대표적인 기업인데 70%는 잘하고 있다, 나머지 30%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더니 ‘좋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이어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이 회장이 방어도 하고,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우리 경제 장래를 위해서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솔직하게 이야기했죠. “


 강 전 위원장은 “정몽구 회장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었다”면서 “대신 이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기업 투자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재벌 총수 어떤 분도 그것 때문에 투자가 안된다고 말한 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규제와 규칙을 구분 못하나”


 이에 앞서 그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출총제 폐지 등 대폭적인 기업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공정위 활동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켰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공정위 본연의 업무를 전혀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공정위는 기업의 시장지배적인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부당한 불공정행위 등을 규제하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겁니다. 이것이 공정위 존재 이유예요.”


 – 이 대통령은 그런 규제들로 기업들이 위축됐다고 하는데요.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것을 ‘기업 규제’라고 보면 대단히 큰 오해죠. 레귤레이션(Regulations, 규제)과 룰(Rules, 규칙)을 구분 못하는 겁니다. 시장경제가 좋은 것이지만, 그냥 놔두면 정글의 법칙만 남아요. 그래서 선진국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반드시 규칙을 만들고 있어요. 이건 규제가 아녜요.”


 – 공정위는 상반기중에 출총제를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고개를 흔들며) 출총제는 앞으로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돼 있었어요. 문제는 그 시기가 지금이 적당하느냐인데, 개인적으론 좀더 시장 여건이 성숙돼서 경제력 집중이나 그런 부작용이 없을때 폐지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거죠.”


 ‘출총제 폐지로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미 현제의 출총제 제도 자체가 예외가 많아서 실효성도 과거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것을 없앤다고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대신 출총제 폐지의 상징성 때문에 재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할 것”이라며 “현 정부가 ‘친기업’ 정부가 아닌 ‘친재벌’ 정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발전이라고 보는것은 천박한 생각”


 그는 특히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의 상호출자금지 대상을 크게 완화하거나, 기업에 대한 현장 조사를 축소하겠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을 적어본다.


 “기업간 상호출자는 이미 상법에서도 금지를 하고 있고, 선진국에선 생각도 못하는 것들이예요. 우리는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해서 좀더 (금지를) 해왔는데, 이것을 5조원 이상으로 올리면…. 한 마디로 정부 스스로 건강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를 허용해주는 것이고, 결국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죠.”


공정위의 현장조사 축소에 대해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고 일관성있게 집행돼야 한다”면서 “이것은 법 집행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고, 결국엔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위원장은 “이번 공정위 업무보고를 보고, ‘성장지상주의 철학이 (공정위) 본연의 업무조차 버려지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대로 가면, 단기적으로 약간의 성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건강한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때 ‘미스터 공정위’로 불리던 그는 “2006년에 퇴임하고, 자유를 느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최근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강 전 위원장의 고민을 옮겨본다.


 “나도 경제학자지만, 많은 사람들이 환상에 빠져있죠.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돈 많이 벌면, 이것이 경제발전이라는 천박한 생각을 하는 풍조가 있어요. 이것은 잘못된 거죠. 자유가 커지고, 그것을 통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진정한 발전이죠.”          
                                                                                                                @ 김종철 오마이뉴스 기자


* 이 글은 오마이뉴스(4월 4일자)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