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교육] 카이스트 문제는 비교육적인 경쟁구조가 낳은 비극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쇄 자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카이스트 문제는 교육의 본질은 외면한 채 무한경쟁 구도로 학생들을 내몬 결과가 낳은 비극으로 규정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대학의 근본적인 문제 진단과 더불어 무한경쟁만을 조장하는 비교육적인 교육현실을 개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쇄 자살로 학생들을 내몬 카이스트의 학사관리제도는 상대평가에 따라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경쟁 일변도의 일차원적 시스템이다. 즉 교육에서 경쟁만을 가르칠 뿐 협동이나 상생, 자아실현 등을 완전히 배재한 비교육적 시스템이다.

 

우선 이공계 영재들을 모아놓고 상대평가한 후 평점 3.0을 기준으로 0.01점 낮아질 때마다 약 6만원 상당의 등록금을 내게 하는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와 8학기를 넘어서 학교를 더 다니면 성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800만원을 내야하는 ‘연차초과제도’는 돈을 빌미로 공부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으며, 상대적인 경쟁에 밀렸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 영재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패배자’로 규정하고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학습의 동기를 돈으로 불러일으키려는, 패배자를 학점과 징벌적 등록금으로 두 번 죽이는 학점에 대한 무한경쟁만이 존재한다.

 

‘100% 영어수업’ 또한 과학영재들을 뽑아 이공계적인 지식과 창의성을 키워주어야 하는 카이스트의 특성과는 거리가 먼 제도이다. 수학과 과학 영재 중에는 언어 능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도 상당수 있게 마련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이공계 영재들은 자신의 이공계적 지식과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카이스트에 진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거나 발휘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100% 영어수업 구조는 결국 이공계 영재들의 능력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마저 서슴치 않도록 만든다.

 

카이스트는 전국의 과학영재들을 모아 창의성과 잠재력을 키워주기는커녕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학점경쟁 구조로 학생들을 몰아넣었다. 로봇영재의 자질과 개성보다는 학점로봇을 우대했고, 미달학점을 돈으로 계산하는 천박한 경쟁만을 강조하였다. 융합학문과 창의성을 장려한다고 했지만 경쟁 일변도 환경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이건 사치에 불과했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인접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다른 학과의 강의를 듣는 건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이공계 영재의 산실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돈을 미끼로 하는 학점에 대한 무한경쟁만을 강조한 것이다.

 

단기간에 학생들이 4명이나 연쇄 자살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반교육적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 자신이 주도한 학사정책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육적 망언에 가까운 언동을 한 서남표 총장은 총장직을 사퇴함으로써 교육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감당하기를 바란다.

 

경실련은 현재의 카이스트 문제가 카이스트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대학들이 앉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대학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천박한 자본주의 경쟁논리에 근거하여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무한경쟁구조로 내몰고 있다. 물론 대학이 경쟁의 무풍지대여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학에서의 경쟁은 시장에서의 경쟁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교육적인’ 경쟁이어야 하며,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에게도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적 돌봄을 제공해 주어야한다.

 

대학은 진리 추구와 성장, 그리고 자아실현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진리, 성장, 자아실현 등과 같은 삶의 근본 문제에 대한 관심이 경쟁논리에 압사당해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분야의 영재를 교육하고 길러내야 할 카이스트가 교육적 관심보다는 천박한 물질주의에 압도되어 학생들의 학습 결과인 학점을 돈으로 환산하고 징벌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이번 카이스트 문제를 통해 우리 대학을 휘감고 있는 무한경쟁의 비교육적 악습을 뿌리 뽑고, 대학 교육의 본연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경실련은 강조한다.

 

[문의 : 정치입법팀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