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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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고위공무원단 악용 소지 경계해야

고위공무원단이 많은 기대 속에 7월1일 출범함으로써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계급인 중앙정부 3급 이상 고급공무원 1,500명의 계급구분이 철폐됐다. 이에 따라 계급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게 됐다.


이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설계대로 잘 운영된다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로 상징되는 거대한 관료제국(bureaucratic empire)이 허물어지고, 개방과 경쟁, 성과와 책임이 강조되는 새로운 관료문화가 정착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항상 적지 않은 부작용과 제도 악용의 위험성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보다 먼저 도입, 시행하고 있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당초의 설계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부작용을 초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치적 임명의 확대로 인한 실적주의 및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규범의 훼손이다.


우선 별정직 고위공무원(218명)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임용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는 비서관,정책보좌관 등 별정직 공무원이 정권 교체 등을 계기로 고위공무원단의 일반직 직위에 대거 진입하게 될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실적주의의 원칙이 크게 허물어질 수 있다.


또한 정치권력의 향배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정치적 임용과 정실인사가 확산됨으로써 공직사회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 및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무원단의 복잡하고 다양한 임용 경로는 그만큼 실적주의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임명의 확산으로 인한 제도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위공무원단 운영에 대한 중앙인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인사위원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게 하거나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중앙인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 제도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외부임용과 부처간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에도 외부임용률과 부처간 이동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고위공무 원단 제도 도입을 계기로 강조되고 있는 개방형직위 제도와 직위 공모제는 각각 1999년 및 2001년부터 이미 시행해 오고 있는 제도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고위공무원단의 개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중앙인사기관의 보다 철저한 제도 감시 및 평가 활동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적 요건은 실효성 있는 ‘성과관리’다. 직무성과급제의 경우 민간 기업에서도 도입한 곳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성과의 계량화가 어려운 정책 적 업무를 다루는 고위공무원단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이 많다.


직무성과급제의 확대 적용에 따른 부작용과 내부 반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정교한 성과평가 도구의 개발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성공적 혁신 작업은 선진 제도의 형식적 외피를 단순히 도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사회 혁신을 위한 획기적인 수단으로 도입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또 하나의 실패한 제도 실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종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 한성대 행정학 교수)


* 이 칼럼은 7월3일 문화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