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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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뉴딜과 올드딜

문인철 (경제정의연구소 전임연구원)


뉴딜, 많이 들어본 말이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기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경제정책을 말한다. 뉴딜 이전까지는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은 거의 없는 미시적 경제정책이었다.


대공황기에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답이 없었던 루스벨트 정권은 공채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댐,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건설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한마디로 대전환이었고 상징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되는 계기를 뉴딜이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새로 정권을 잡은 집권당은 자기의 정체성을 담은 명칭을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 케네디 정권에서는 ‘새로운 정치경제’, 닉슨 정권에서는 ‘신경제 100일 계획’, 레이건 정권때는 ‘레이건노믹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명칭을 YS정권 때부터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YS집권 초 ‘신경제 100일 계획’이 있었고, DJ정권 때는 ‘디제이노믹스’와 ‘빅딜’이 있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대선후보가 된 이후 또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 나온 명칭들이다.


그런데 최근 대선 경선 시기도 아닌데 뜬금없이 뉴딜이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장께서 주장하는 사회적 대타협안인데 명분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뉴딜의 안 중에서 투자증대의 근거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현 출총제 하에서도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투자를 하는 데는 하등의 지장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 사실은 정부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재벌들도 잘 알고 있다. 모른다면 집권여당만 모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출총제는 90년대 초부터 논란이 계속되어오면서 재벌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매우 완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출총제가 재벌총수의 그룹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상속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집권여당의 뉴딜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새삼 새로울 것이 없는 재벌들이 계속 주장해왔던 올드딜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출총제가 폐지되면 재벌의 경영권 상속을 합법화시켜주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여당 지도부 교체기에 나오는 정책으로서는 너무 과도하다 하겠다. 출총제 폐지는 총수의 단 몇%의 지분만으로 거대 그룹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고, 재벌총수의 2세, 3세에 대한 지배권 상속을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4년 또는 5년을 주기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데 반해 한번 형성된 재벌의 경제권력은 독점력을 바탕으로 대대손손 황제가 부럽지 않은 권세를 누리게 한다.


이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정책을 만들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토론을 통하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은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 방법이 문제다. 뉴딜이 아닌 올드딜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기에는, 당연히 한계에 봉착되지 않을까?


* 이 글은 8월24일자 경항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