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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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미국은 ‘꽃놀이 패’ 즐기고 있다

지난 2월 3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양국 통상대표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다음 3개월 동안 미 국회의 타당성 검토를 마치자마자 6월 1차 협상과 7월의 2차 협상이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8월의 휴가기간을 쉰 다음 9월경 제3라운드의 협상이 이번에는 미국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그 무렵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대통령을 찾아가 두 나라의 중요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년 가까이 밀고 당겼던 한·칠레 FTA 협상에 비해 경제규모나 협상항목이 20배 이상의 협의를 요할 한미 FTA를, 말로는, 미국의 3월말 타결일정(TPA)에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뚝딱 해치울 요량인 것 같다.


애시당초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참여를 고려하지 않는 비참여적 군사작전 행위이다 보니 미국측의 요구에 맞춰 다닐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양허조건을 협의할 제3차 협상과 오비이락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최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확실히 해둬야 할 항목이 있다. 쌀 추가시장개방 문제와 개성공단 국산제품 인정문제이다. 지금 항간에서는 한국민의 아킬레스건(腱)인 이 두 문제가 원천적으로는 FTA 협상대상이 아닌데도 미국 측이 협상전략상 협상개시 선언 때부터 행정부와 의회가 초법적으로 짜고 노는 ‘꽃놀이 패’라고 한다.


심지어 우리 협상대표가 이를 사전에 알았다느니 공모했을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쌀시장 완전개방문제를 들여다보자. 이 문제는 UR/WTO 협정(1994)에 따라 이미 2년 전(2004년) 미국을 비롯 주요 쌀 수출국들과 개별협상을 벌려 “2014년까지 141만석의 쌀을 의무수입(MMA)하고 그 30%를 밥상용 쌀 수입량으로 배정하면서 국별 수입쿼터까지 확정하여 WTO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다.


그리고 지난해 가까스로 국회의 비준을 받아 올해부터 밥상용 쌀을 포함 국별 수입쌀이 들어와 공매되고 있다. 이렇게 WTO 쌀 협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1년 만에 미국 정부가 한미 FTA에서 다시 이 쌀 추가개방문제를 협상하자고 들고 나왔다.


미국은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짧고 둥글고 기름진 자포니카 계통의 쌀 수출여력이 현재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의 미국 쌀 의무수입분과 날로 늘어나고 있는 자국내 소비량을 감안할 때 수출여력이 크지 않은데도, 그리고 설사 FTA 협상에서 한국의 추가양보를 얻어낸다 하더라도 WTO와 중국, 태국, 호주 등 2004년 WTO 쌀 재협상에 참여했던 나라들의 동의를 받아내야 하는 복잡한 국제문제인데도 왜 미국은 조야가 똘똘 뭉쳐 한국의 추가적인 쌀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을까.


또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 제품이 아무리 늘려 잡아야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에 0.1%도 차지하고 있지 않아 미국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1994년 12월 13일 여야 만장일치로 대한민국 국회가 제정 공포한 ‘WTO 이행에 관한 법률’에서 “남북간의 물자교역은 민족내부간 거래”라고 규정한 이래 영호남 간의 거래처럼 10년째 무관세로 교역해 왔고 이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 어느 나라도 시비를 걸지 않아 오다가 왜 하필 한미 FTA 협상에 임해서 느닷없이 북한산이니까 60% 안팎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우기는가.


이 역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꽃놀이 패”나 다름없다. 들어주면 좋고, 안 들어주면 다른 대안(이익)을 챙기게 되는 바둑게임과 같다고 말이다.


자, 이쯤에서 독자들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7월 7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6월초의 1차 협상에서 “한미 FTA를 깨고 싶으면 쌀을 포함시키라고 미국한테 얘기했었다”고 뒤늦게 협상비화를 밝힌 배경에 대하여 왜(?)라며 기우뚱할지 모른다. 위 두 요구가 모두 사리에 맞지 않고 WTO 국제법에도 어긋나며 10년째 시행해온 국내법에도 저촉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국은 왜 요구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그 내막이 궁금하다.


더욱 궁금한 것은 위 두 사안에 대하여 아직까지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법이론적 거부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상초기에 벌써 이는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했는지 답답하다. 이런 배경과 내막을 모르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산업계, 학계, 농민, 아니 국민 대부분은 미국측이 노린 대로 전전긍긍 가슴을 조이고 있다.


그렇게 해놓고 미국은 훨씬 더 이익이 크게 걸려 있는 각종 경제, 투자, 기업 제도개선과 정책 개폐를 요구하고 자동차, 의료, 서비스 분야를 미국식으로 고치고 무관세하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옛 통전(通典)에서 말한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또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 남쪽을 도모함에 뜻은 북쪽에 두는) 전술인지, 아무튼 이 두 항목은 미국 측에는 하등의 손실이 없고 밑져야 본전 이상을 차지하는 ‘꽃놀이 패’임이 분명하다. 이런 국제,국내법의 엄연한 사실을 우리 정부와 협상대표가 알고도 협상초기 거부하지 않았다면 미국과 ‘공모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쌀 문제는 2차 협상에서 WTO 쌀 재협상 협정을 거론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시민운동 전문가 덕분에 늦게서야 알았다면 그동안 ‘무지와 직무유기 행위’를 한 셈이다. 한 술 더 떠 9월에 있을 양국 정상들의 세기적 쇼를 위한 충성스런 연막작전이었다면 이는 일종의 공적 범죄은닉 행위이다.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법 이론적 주장을 왜 미루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이 이러하니 오는 9월 “‘부시 일병이 노무현 일병 구하기’로 짐짓 두 사안에 양보를 하고, 더 큰 이익이 걸린 요구항목들을 싹쓸이로 타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민의신문 정지환 기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럴 경우 국민들은 “와! 협상을 잘했다”고 환호할지 모른다. 마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쌀을 지키려다 축산물과 다른 분야를 대폭 양보했듯 이번에도 쇠고기, 돼지고기, 감귤, 사과 등을 양보하고 그보다도 더 큰 공공제도개선, 자동차, 의약품과 서비스업을 대폭 양보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큰 나라라면 사족을 못쓰는 자칭 “보수”자 돌림의 단체들과 일부 기업들은 크게 환영할 확률이 크다.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 이 칼럼은 7월14일 <인터넷시민의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