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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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워런 버핏 “상속세 폐지는 혐오스러운 행위”

사상 최대로 개인재산 370억달러(약 36조원)를 자선사업에 기부한 75세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좌절된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해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치 이는 지난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장남들을 오는 2020 올림픽 대표선수로 뽑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내 자식들은 미국의 99%의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내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부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무렵 대한민국에서는 전경련에 이어 상공회의소가 상속세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성명서를 내고 일부 보수언론과 학자들을 동원해 상속세 폐지 주장을 거들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재산권(부)의 대물림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속세제도가 기업가의 창의적 경제 활동을 저해했다며 핏줄이 기업을 이어야 투자가 원활해지며 경영권과 소유권이 확보돼야 기업 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법학 교수는 한술 더 떠서 ‘상속세=사망세’는 반윤리적이며 이미 세금을 낸 후에 남겨놓은 재산에 세금을 걷는 이중과세라고 비난했다. 상속세제도 때문에 갑부들이 죽기 전에 돈을 흥청망청 쓰게 되고 노인들이 뒤늦게 재혼하게 된다는 폭론까지 서슴지 않는다.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미국의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에드워드 케네디 등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자선사업가(갑부)들의 선의마저 폄훼하고 비난을 해대는 “혐오스러운 언행들”이 바야흐로 이 땅의 재계와 학계, 언론계 일각에서 공공연하게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 또는 인하할 경우 그 혜택을 누가, 얼마나 많이 보게 되길래 그처럼 야단들인가.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해(2004년) 동안 25만8,000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상속세 부과 대상은 0.7%인 1,808명에 불과했다.


미국의 한해 사망자의 1.17%(2002년)가 상속세를 낸 비율보다는 훨씬 낮은 숫자이다. 더 구체적으로 상속세 최고 세율 50%가 적용되는 계층은 상속 재산이 최소 35억원(공시가격 과표 30억원) 이상 소유자로서 상속 세율을 낮출 때 혜택받는 사람은 2004년 통계로 연간 245명에 불과하다.


공시가격으로 20억원 미만의 재산이 상속될 경우 부인과 자녀들 4명이 각각 부담해야 할 실효세율은 1~2%가 될까 말까다. 즉 일반 서민들은 상속세 인하나 폐지로 인해 받을 추가적인 혜택이 거의 없거나 지극히 미미하지만 한줌의 갑부 자녀들은 사자의 몫(Lion’s Share)처럼 부와 기업경영권 세습이라는 큰 혜택을 받게 된다.


상속세 논쟁의 핵심은 재벌과 갑부들의 부의 대물림 현상과 경영권의 왕조적 세습제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경영권을 대물림해주기 위해 현금ㆍ주식ㆍ동산ㆍ부동산 등 부모들의 재산을 ‘불로소득(不勞所得)’ 형태로 자식에게 세습하겠다는 것이 상속세 개편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개발한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사회의 경제정의 실천 및 인류문명의 사회정의 실현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최근 급조돼 비학술적으로 통용 중인 경영권이라는 것이 오너로부터의 대물림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자의 자리는 모든 주주와 회사 임직원, 나아가 국민과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이 탁월하다고 인정받아 기업 경영의 책임을 조건부로 위탁하거나 선임되는 것이 원칙이다.


황제나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황제나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업경영자의 자리도 기업 주인인 주주들이 검증, 선임해야 가능하다. 재산권과 경영권을 동일시하는 반시장경제적 논리가 자본주의시장 백주대로에서 횡행하고 일말의 부끄럼도 없이 왕조적 세습제를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왜 ‘반부패기업인 정서’가 만연하는지 최근 대기업 2ㆍ3세들에게의 세습 과정에서 연달아 발생한 비리 부패 행위가 아니고도 그 이유와 원인이 자명해진다.


제계는 상속세제 개편을 로비하기 전에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의 대기업가들이 펼치고 있는 “책임 있는 부자” 운동부터 먼저 따라 행하기를 바란다. 객관적 검증 절차가 없이 무턱대고 2ㆍ3세에게 부와 기업을 대물림해주려 하기 전에 기업을 함께 키워줬던 주주와 국민들을 앞서서 배려하는 도덕적 토대 위에서 각종 세제 개선 및 경영권 방어를 주장해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 상지대총장)


* 이 글은 7월3일 서울경제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