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칼럼] 현대자동차 사태가 남긴 교훈(권영준)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검찰이 최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13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횡령), 3900억원대의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주었던 대선 비자금 충격 이후에도 재벌 비리가 반복돼온 상태에서 검찰이 오랜만에 원칙적인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재벌 범죄의 각종 리스트가 망라된 듯하다. 하청단가를 조작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영은 물론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이용한 편법 증여와 불공정 거래를 통한 대규모 회사 내부이익의 부당한 편취가 있었다.


더욱이 기업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를 동원한 불법 로비와 정경유착,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부채 탕감을 통한 공적자금 빼먹기 등의 의혹이 재계 서열 2위인 그룹에서 자행된 것이다. 반드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과 법원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움으로써 비정상적인 재벌들의 후진적 경영 행태와 비리를 척결하여 선진경영을 확립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 회장 구속은 현대차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여 국가신인도와 국민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해외 헤지펀드들에 의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발생 자체로 이미 단기적으로 현대차의 기업신인도에 충격은 기정사실로 된 것이기 때문에 정 회장 구속이 더 큰 충격을 가져 오지는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 회장 구속으로 인한 공백이 현대차그룹에 치명적인 경영 차질을 가져온다면 그 자체가 현대차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지극히 기형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현대차그룹은 1인 황제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이사회 구조를 통한 기업지배체제를 구축하여 경영 정상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 건전한 노사 협력문화 구축을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를 바탕으로 적대적 M&A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일회성 재벌 범죄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나라가 투명경영을 통한 기업 선진국이 되기 위한 시스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첫째, 참여정부 들어 대선 비자금 수사로 모든 정경유착적 범죄는 종식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자 2005년도에 청와대가 주도했던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 협약으로 범법 기업인들은 모두 사면 복권되었음에도 두산 분식회계와 현대차그룹 횡령 등의 재발 사태를 보면서 결국 선진국의 경우처럼 오직 ‘법과 원칙에 따른 일벌백계’만이 필수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삼성이나 두산그룹 사건에서 보인 재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재량권 남용과 사법부 판결의 형평성 문제 등의 시빗거리가 불식될 수 있도록 ‘공정한 양형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사법 정의 구현의 기초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 현재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재발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혁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업 범죄 대부분이 각종 첨단금융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금융범죄자 영구퇴출제도’ 등의 도입도 고려할 때가 되었다.


셋째, 천문학적인 숫자의 범죄로 확대되지 않도록 미리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감독 현실은 매우 후진적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과 공정거래감시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는 시장감독 기능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성수대교가 무너져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고 책임자들이 구속되기 전에 안전점검을 수시로 실시함이 중요한 것을 온 국민이 체득한 것처럼 재벌 관련 각종 불법 사건과 비리 등은 금융감독원의 정상적인 감리 조치, 검사 기능의 정상화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불공정 행위 조사로 상당부분 징후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 기능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 세계일보 5월 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