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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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택지비, 건축비 거품 제거해야 반값아파트 실현

박병옥(경실련 사무총장)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집값과 땅값이 요동을 치고 있다. 정부가 집값안정을 위해 8차례에 걸쳐 굵직한 종합대책을 내어놓았지만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폭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집값폭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던 일반 시민들도 주택구입의 대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급부족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고, 최근 5년 동안 단군 이래 최대물량이라는 연간 50만 채의 주택이 공급되었으며, 지난 2005년 8.31대책을 전후해 소위 공급확대론의 기수였던 건설교통부의 고위관료들조차 현재의 집값폭등이 공급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밝혔던 점 등을 감안한다면 공급부족이 현재의 집값폭등을 야기한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 작년 8월 3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8·31대책은 국민과 건설족의 이해상충, 근로소득자와 불로소득자의 이해상충,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커다란 결함을 가진 엉터리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5년간 집값상승의 세 가지 결정적 계기

최근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집값상승의 흐름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계기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1999년에 실시된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조치가 집값폭등의 기폭제가 되었다. 건설경기 활성화와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업체들이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이후, 건설업체들은 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 아파트 시세에 맞춰 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여 분양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바로 인근지역 아파트값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또다시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더 높이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의 상승을 주도했다.

둘째, 참여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추진한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의 남발은 해당지역 및 인근지역의 개발기대심리를 부추기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의 집값폭등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백 개의 골프장과 각종 지역개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에서도 강남수요 대체를 명분으로 강북지역에 수십 개의 뉴타운 계획이 발표됐고, 각종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허가되었다. 개발계획이 발표된 곳은 예외 없이 땅값과 집값이 폭등했다.

셋째, 집값폭등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반복된 엉터리진단과 대책이 그때마다 집값폭등의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정책불신이 극에 달했고 “지금이라도 구입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증폭되면서 주택구매의사가 없었거나 구매력이 없어 주택구입을 뒤로 미뤄두었던 시민들까지 주택구입의 대열에 뛰어들면서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

이러한 계기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2002년 10월, 535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평당 가격은 만 4년 동안 1,283만원으로 240%나 폭등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전례 없는 주택공급이 이루어졌고 또 쉼 없이 공급계획이 발표되고 있음에도 집값은 왜 오르기만 하는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

그 근본적 원인은 현재 우리사회의 주택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 ‘막대한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을 겨냥한 건설업체와 투기수요자들의 도박장’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최근 경실련에서 밝힌 화성 동탄신도시 사례는 도박장으로 변질된 주택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동탄신도시에 참여한 29개 업체들은 토지공사에서 매입한 택지비에서 총 2,908억원, 건축비에서 총 5,210억원, 간접비에서 총 4,111억원을 부풀려 폭리를 취했다. 업체들이 공개한 이윤을 제외하고도 총 1조 2,229억원, 평당 166만원의 폭리를 취한 셈이다.

아파트 분양가에 숨겨진 폭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토지공사가 이들 업체에게 판매한 택지비는 토지수용가에 택지조성원가와 적정이윤을 붙여 책정된 것이 아니라 소위 감정가로 정해진 것이어서 그 차액이 토지공사에게 돌아간다. 택지조성원가가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토지공사가 취하는 폭리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정부가 최근 11.15대책을 발표하면서 택지구입비 인하를 통해 10% 정도의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토지공사가 취하는 폭리규모가 최소한 분양가의 10%를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동탄신도시 아파트 분양가에는 40%가량의 폭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2004년 서울시가 상암아파트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약 40%의 개발이익이 발생했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동탄신도시의 택지를 공급받은 한 건설사가 택지를 받자마자 400억원의 웃돈을 얹어 대형건설회사에 불법 전매했다가 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이러한 폭리의 규모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용인 동백ㆍ죽전 신도시의 경우에도 41개 업체가 택지비를 부풀린 금액만 총 6,540억원(평당 156만원)에 해당한다는 경실련의 분석결과는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토지공사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의 40%를 넘는 막대한 폭리를 나눠 갖는 주택시장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양가 부풀리기는 업체가 제출한 원가내역에 대한 검증과 승인권한을 가진 지자체의 협조 혹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경실련이 화성 동탄, 용인 동백ㆍ죽전 그리고 판교신도시의 신도시 건설과 관련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건설업체들이 제출한 분양원가내역을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눈 뜬 장님처럼 승인 도장만 찍어주었다는 사실을 폭로함에 따라 건설업체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높아져 가고 있다.

또한 2005년, 경실련과 경향신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공무원 관련 부패사건의 60%가 건설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실련은 국회의원들과 함께 분양원가를 상승시키는 허위공시 행위에 대해 최영근 화성시장을 직무유기로, 롯데건설 등 24개 건설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분양시점까지의 개발이익을 건설업체와 토지공사가 가져간다면 분양 이후의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차액은 최초구매자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분양가와 제도상 허점 때문에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이 무주택 서민들보다는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투기수요자들의 몫이 된다.

지난 2005년 7월 1일, 국세청은 2000년부터 2005년 6월말까지 서울 강남, 송파구 등에 있는 9개 아파트 단지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취득건수의 58.8%를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취득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1가구 2주택자까지 포함시킨다면 다주택자들이 거래물량의 대부분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유례가 업는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루어져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5%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자가거주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은 채 60.3%에 머물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그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이 투기수요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들은 아파트가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활용, 그 가격을 올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게 된다. 반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갈증은 더욱 깊어만 가고, 정부는 아무런 제도개선 없이 무주택자들의 주택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대형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다.

▶ 지난 11월 21일 마산 메트로시티 분양현장에서 청약자들이 밤샘을 하고 텐트를 거두고 있다.

 

도박장으로 변질된 우리나라 주택시장

이와 같이 한국 주택시장은 이미 도박장으로 변질되었다. 그런데 이 도박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모든 도박이 ‘고위험, 고수익’인데 반해 한국의 주택도박장은 ‘저(低)위험, 고(高)수익’이라는 점이다. 부동산투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명 부동산 불패 신화인 셈이다.

둘째로 이 도박장에는 상당수준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개발관련 정보를 미리 접하거나 취득할 수 있는 사람은 소위 ‘대박’이 보장된다. 그래서인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강남권에 집을 가지고 있으며, 부동산재테크에 남다른 성과들을 거두고 있음이 나타난다.

셋째로 이 도박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전가된다. 다음 세대를 포함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도박장은 정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현재의 주택공급제도는 건설업체들이 막대한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수의계약이나 로또식 추첨을 통해 택지를 싼값에 공급해 줌으로서 로비실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업체는 앉은 자리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가져간다. 그 땅 위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평당 몇 백만원씩 건축비를 부풀려도 전혀 검증하지 않고 분양을 승인해준다.

국민 90% 이상이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해도 정부는 필사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원가연동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나섰지만 동시에 평당 250만원대였던 표준건축비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갑자기 2배 이상 인상함으로써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감출 수 있도록 배려했고, 분양가를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마련하라는 요구에는 전혀 실효성없는 대책으로 시늉만 냈다.

신규아파트 공급에 있어 투기수요자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자금력이 있는 투기수요자들이 대거 분양을 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까지 합쳐 분양가의 90%수준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금융기관은 투기자금의 무한공급처로 기능하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의 체질이 바뀌었음에도 경기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고 저금리정책을 유지해 시중 유동성은 이미 400조원이 넘어서 투기자금으로 흐르는 것을 방치해 왔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서‘세금폭탄’운운해 왔지만,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과세의 실상을 보면 세금폭탄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개인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모두 23만7천명으로 전체세대의 1.3%에 불과한데, 이중 1세대1주택자는 6만8천명으로 전체 종부세대상자의 28.7%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71.3%가 다주택자들인데 평균적으로 4.82채를 보유하고 있다. 세액기준으로 보면 1가구 1주택자의 비율인 28.7%와 비슷한 수준인 27.4%의 종부세액이 50만원 이하이며, 46%가 100만원 이하, 77.2%가 300만원 이하이다. 이는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부담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정리해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건설업체와 투기수요자들에게 막대한 투기소득을 손쉽게 안겨주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담보위주의 주택대출제도는 투기자금의 무한공급처로 기능하고 있으며,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도 낮은 수준이다. IMF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주택가격이 의미 있게 내려간 적이 없는데다 경기위축을 염려한 정부당국은 주택가격의 하락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기자금이 여기로 몰리지 않을 어떤 이유가 있겠는가?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짓는 일에 혈안이 되지 않을 어떤 이유가 있겠는가? 이런 조건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렇듯 상황을 지탱해 주고 있는 제도와 정책의 개혁 없이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은 끊임없이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리며 도박판을 키우는 효과 밖에는 거두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아파트값은 강북뉴타운 개발계획 발표, 8.31조치에 포함된 송파신도시 발표, 판교신도시 분양, 은평뉴타운 분양가 발표, 검단신도시 발표에 이르기까지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폭등세를 보이며 상승해 온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간단하다.

첫째로 아파트 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제거하거나 공적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으로 조성되는 택지를 민간에게 팔지 말고 공영개발하여 공공보유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 아파트 뿐 아니라 다양한 평형의 중대형 아파트를 지어 임대함으로써 전세수요를 흡수하고 주택에 대한 인식을 ‘소유가 아닌 거주’개념으로서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가 소유’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면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나 대지임대부 건물분양제도 등을 도입하면 된다.

그리고 공공과 민간아파트 모두 완공후 분양제를 도입하여 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으로 전환하고 수요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단기간에 후분양제가 어렵다면 건설업체의 건축비 부풀리기를 통한 폭리를 차단하기 위해 원가의 공개와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 그리고 허위신고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허울뿐인 개발이익 환수제도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파트 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투기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건설업체와 투기꾼들의 투기적 인센티브를 제거하는 한편,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충분한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 주택대출제도를 실수요자 위주로 개선함으로써 투기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금리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현재 담보위주의 주택대출제도를 소득에 기반한 대출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체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단기, 변동금리, 원리금 일시상환’식의 약탈적 대출제도를 ‘고정금리의 장기모기지론’방식으로 전환하여 실수요자들이 자신들의 평생소득을 고려하여 적정한 주거여건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매우 낮은 수준인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다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600만 채에 이르는 1가구 다주택자의 보유 물량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한편 자신의 소득수준에 적합한 주택에 거주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반값 아파트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현재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값 아파트’ 논란을 짚어보도록 한다. ‘반값 아파트’란 용어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제도 도입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는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 판매제도를 대안으로 내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치권에서의 ‘반값 아파트’ 용어의 등장은 주택공급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개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주택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자아내고 있다. 반값아파트 논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첫째, 주택공급방식의 변화는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 형성되는 것인데, 주택공급방식을 현재대로 일반분양을 하든, 대지임대부 건물분양이나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을 채택하든, 공공보유주택으로 공급하든 택지비와 건축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없다’는 업계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 다면, 어떤 공급방식을 택하는 지불방식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지 아파트 분양가는 떨어지지 않으며, 구매자가 치러야할 총비용은 동일하다.

둘째, 대지임대부 건물분양이나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등은 신규 아파트가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될 경우 최초분양자가 얻게 되는 시세차익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두 안 모두 현재 분양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제도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적 여건을 고려하여 각 제도가 지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신규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는 것은 택지비와 건축비에 50%가량 끼어 있는 거품, 곧 폭리를 제거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건축비와 택지비에 숨어 있는 거품을 제거’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어떠한 정책도 진정한 ‘아파트 반값 공급’의 대안이 아니다.

모든 건설업체들과 개발관료들, 정치인들과 유력한 언론들이 현재의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거품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조성된 택지를 민간에게 팔지 말고 공영개발하는 것이며, 수의계약이나 로또식 추첨방식이 아닌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 건설사에게 시공을 맡겨 거품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어야만 공공보유주택이든, 환매조건부 분양이든 대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이든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홍준표 의원이 제기한 안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택지비와 건축비 거품을 제거하는 방안은 없고 용적률을 400%로 올리는 등을 통해 분양원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입주자들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반면, 현재 건설사들이 누리고 있는 폭리를 그대로 놔두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택지를 민간에게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없다. 그리고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일부 물량만을 대지임대부 분양으로 공급하도록 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에서 내놓은 안은 앞의 기준들을 상당한 수준에서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재경부와 건교부 등의 개발관료 및 열린우리당 내 관료출신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부동산특위의 안이 열린우리당의 당론으로 관철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이제 얼마 후면 대통령선거 국면이 시작된다. 대통령 후보들은 또다시 각종 선심성 개발공약을 내놓을 테고 전국의 땅값과 집값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또다시 돈을 풀고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과거의 방식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시중의 유동성은 더욱 풍부해지고 더 좋은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투기에 몰리면서 집값은 솟구칠 개연성이 높다. 집값의 상승은 금융비용의 증가와 전ㆍ월세의 인상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리게 되고 소비부진과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정부당국과 정치권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경기활성화와 경제성장률 수치에 집착한 나머지 부동산거품을 더욱 키워 거품붕괴라는 재앙을 초래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어느 정도의 경기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집값과 땅값을 안정시켜 우리 경제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 폭등한 집값이 내년 초 이사철을 맞아 전ㆍ월세 값으로 전가되지 시작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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