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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택] “토주공, 법원판결에도 원가공개 거부, 부풀린 건축비와 부당이득 밝혀낼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 속이고 집장사하는 곳이에요. 법원에서 투명하게 건설(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데도, 저렇게 버티고 있잖아요.” 토지주택공사와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한상록(53)씨는 씩씩 거렸다. 넉살 좋게 보이던 그는 기자가 토지주택공사를 언급하자 웃음을 감추며 “겉으로는 서민주거안정을 내세우면서 서민 등치는 도둑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고양풍동 특별공급아파트 원주민 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한씨는 지난 2004년부터 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건설원가 공개와 그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해 왔다. 이미 1·2심 재판부는 토지주택공사가 1억5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판결했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토지주택공사의 항소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씨는 “국민을 속이는 공기업들이 제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석재 유통업을 하는 일을 하는 한씨와 만난 건 지난 13일 오후 그의 업무용 차량 안에서다. 한씨는 최근 대형건설업체에 화강석 바닥재를 납품하게 된 탓에, 사진 촬영 등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헐값에 땅 빼앗고 고분양가 내놓은 토지주택공사… “공기업이 집장사”



한상록씨가 건설원가 공개 싸움에 나서게 된 것은 토지주택공사(당시 대한주택공사)가 한씨의 땅을 값싸게 수용한 뒤 제공한 아파트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한씨가 1992년부터 살고 있던 경기도 고양시 풍동에 개발바람이 분 건 지난 2000년이다. 토지주택공사는 풍동 지역을 택지개발사업지구로 편입한다며 한씨를 비롯한 원주민들의 땅을 싼 값에 수용했다. 223.1㎡(67.5평)의 대지와 주택을 가지고 있던 한씨에게 나온 보상금은 1억9700만 원이었다.

 

 그는 “일산신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땅의 보상금이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원주민 이주대책으로 값싼 특별공급 아파트 분양권이 제공된다고 해서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토지주택공사가 2003년 11월 분양공고를 내면서 주민들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고 지적했다.

  

 토지주택공사는 ‘특별공급 아파트의 분양가는 건설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뺀 값으로 한다’는 법규를 무시하고 원주민 224명에게 일반공급 아파트 분양가를 적용한 것이다. 2억900만 원에 달하는 110.8㎡(분양면적·33평)형의 분양가는 인근 민영아파트 분양가의 2배 수준이었다. 한씨는 “너무 억울했다”며 말을 이었다. 

 

 “2001년 인근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1억500만 원이었다. 이후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어떻게 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 분양가가 2년 새 두 배나 뛸 수 있나. 분양가가 비싸다 보니 미분양이 됐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아파트였던 것이다. 헐값에 땅 빼앗기고 고분양가로 미분양된 아파트에 빚내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원주민들은 토지주택공사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원주민들은 2004년 6월 울며 겨자 먹기로 아파트 계약을 한 후 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건설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부풀려 얻은 부당이익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원가자료 제출거부한 토지주택공사… 법원 “원가는 분양가의 1/4” 판결

 한씨는 “토지주택공사는 주민들을 억누르고 밀어붙이면서 손쉽게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소송은 토지주택공사가 애초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고 밝혔다. 공익사업법을 다룬 1994년 대법원 판례에 원주민 특별공급 아파트 분양가는 도로, 상·하수도 등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뺀 건설원가로 해야 한다고 적시된 상황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건설원가 공개였다. 재판부는 수차례 소송지휘를 통해 택지조성비와 건축원가 산정을 위한 택지매입계약서, 도급계약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토지주택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2006년 1월 재판부는 원주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재판부는 사업계획서 등을 분석한 원주민들의 추정치대로 “건설원가는 5940만 원”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2007년 8월 2심 재판에서도 토지주택공사의 자료제출 거부로 원주민들이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2억900만 원)에서 건설원가(5940만 원)를 뺀 나머지 1억5천여만 원의 부당이익금을 원주민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한씨는 “원주민이 아닌 일반분양자들이 제기한 행정정보공개소송에서도 대법원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토지주택공사는 재판에서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건설원가를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합의하자는 재판부의 조정까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주민에게 부당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연이자 2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토지주택공사는 부당이익금을 돌려주지 않고 대법원에 항소했다. 국민권익위원회(당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조차도 잘못을 지적했지만, 토지주택공사의 입장을 바꾸지 못했다.

 

토지주택공사의 엄청난 부당이익, 반드시 밝힐 것” 

 

 한씨가 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사건은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토지주택공사는 아직도 건설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씨는 “오랜 기간의 소송 때문에 생업에 큰 지장이 있다”면서 “그래도 승소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토지주택공사가 매달 1200만 원 가량의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대법원에 항소를 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 정도까지 토지주택공사가 판결을 끄는 것은 건설비를 부풀려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하면, 특별공급아파트를 분양받는 전국의 원주민 1만여 명이 직접 혜택을 받고,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된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공기업이 아파트 장사를 했다는 것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 문의 : 경실련 시민감시국 Tel. 02. 766. 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