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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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통일마당]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우자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우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경실련 통일협회 이사

 

 

 

7.4남북공동성명 40주년을 맞아 우선 40년 전에 있었던 7.4남북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 7.4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의, 그리고 당시 남북한 집권자들의 7.4공동성명의 정략적인 이용과 불이행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7.4공동성명 발표 이후 40년이 흐른 2012년 오늘, 우리가 처해있는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 그리고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을 위한 우리의 선택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7.4남북공동성명: 탄생 배경, 내용, 정략적 이용과 불이행

 

  분단 이후 남북한 초유의 공동합의였던 7.4남북공동성명이 탄생하게 된 데는 국제정치의 변화, 즉 세계적인 데탕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 모두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정치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변화, 특히 남북한이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내는 데탕트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당시 남북한 국내정치를 살펴보면, 남북한 국내정치 자체가 남북화해를 추동할 어떤 역동성이나 그러한 징후는 없었다. 남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3선개헌을 통해 군사독재를 강화하고 영구집권 음모를 강화하고 있었고, 북한은 1967년을 기점으로 유일사상체계를 세우고 수령제 사회주의를 확립했었다.

‘상하이코뮈니케’가 준비되고 발표된 과정에서 북중양국은 긴밀히 협력했다. 김일성은 1970년부터 73년까지 매년 비공개로 베이징을 방문했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중국과 함께 대처하는 혁명전략, 공동전략을 모색했다. 결국 ‘미중관계 개선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계’해나가는 전략이 채택되었고, 이른바 대남관계에서 ‘하층 통일전선’에서 벗어나 남한정부를 상대로 하는 ‘상층 통일전선’ 전략을 결정했다. 바로 그 결과가 1972년 역사적인 ‘7.4남북공동성명’이었다.

 

  한편, 한미관계를 보면, 닉슨 정부는 괌독트린 이후,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정책에 기반을 두고 ‘한국문제의 한국화’를 도모하면서,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제거하고자 했다. 동시에 소련, 중국과 화해를 추진하면서 동맹국 방위에 지나친 개입과 부담을 줄여 나가려고 했다. 한미양국 사이에는 북중관계에서 보는 긴밀한 협력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평화공세’가 ‘대결’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특히 남북화해가 주한미군철수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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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남북공동성명은 남북 분단 이후 남북한정부가 맺은 통일 관련 최초의 합의로서 구체적으로 7가지 사항을 합의했다. 무엇보다도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라는 ‘조국통일 3대 원칙’에 합의했고, 이 ‘조국통일 3대 원칙’은 향후 남북한의 통일정책에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처럼 민족의 희망을 불러일으켰던 7.4공동성명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 지도부의 속내가 달랐고, 이는 상호불신의 심화를 가져왔다. 구체적으로, 최근에 비밀 해제된 루마니아 문서에 의하면, 김일성은 7.4공동성명을 통해 남한에 ‘평화공세’를 취함으로써 박정희정권을 고립시키고 소위‘민주세력’을 키워 고려연방제를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을 달성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이에 반해,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강력한 군사력과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특히 우려했으며, 1960년대 말에 겪은 청와대 습격사건, 울진·삼척지구 북한특공대 침투사건, 푸에블로함 나포사건, EC-121기 격추사건 등 북한의 군사모험주의의 지속을 경계하면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나갔다.

  박대통령은 7.4공동성명을 발표한지 3개월 만에 ‘통일’을 구실삼아 헌법 개정을 통해 ‘10월 유신’이라는 궁정쿠데타를 일으켜 영구집권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북한도 유신헌법이 선포된 후 2개월이 지난 1972년 12월 수령제 사회주의를 법제화한 사회주의헌법을 제정했다. 결국, 남북한 집권자들은 국제사회의 데탕트로 인해 7.4남북공동성명에 합의는 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보다는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한 기회와 구실로 이용했던 것이다.

 

 

 

40년 후 2012년: 남북관계, 동아시아정치, 우리의 선택

 

 

  이제 7.4공동성명으로부터 40년이 흘렀다. 지금 2012년 우리가 처한 남북관계는 6.25전쟁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폐기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공식적으로 내세운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과는 달리 집권 핵심세력들의 ‘북한붕괴론’에 대한 집착 등으로 표리부동한 대북정책을 추진했고, 이는 남북 간에 신뢰를 무너뜨려,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 등 모든 노력이 실종되는 상황을 빚어냈다.

  결국 남북관계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사건을 겪으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고, 미·중양국은 남북한 정부가 한반도 위기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한반도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민족이 처해있는 국제환경은 미·중양국이 자웅을 겨루면서 대결적 구도를 새롭게 형성해 가고 있는 21세기 동아시아 질서이다. 미·중양국 간의 대결적 구도는 동아시아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남북한을 분리시켜 각각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민족에게 주어진 선택은 엄중하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민족이 분단되었는데도 지금까지 그것을 떨쳐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민족은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 우리민족이 또 다시 21세기 강대국질서에 속절없이 끌려들어가 피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살 수는 없다.‘민족의 통일과 자율성의 확보’인가, 아니면 ‘민족의 분단과 강대국 질서의 추종’인가? 이 엄중한 선택의 갈림길을 앞에 놓고서 지금처럼 남북 간에 상호대결을 지속하고 무력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남북한 집권자들의 정책은 민족의 희망에 대한 배신이다.

  우리의 선택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남북한이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공동이익의 공간을 확립하고 확보함으로써 미중대결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질서가 우리에게 분단의 지속을 강요할 때 이를 거부하고 자주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통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기약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 남북관계와 국제정치 상황이 암울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의 요소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통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2월 대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양국에서 6.25전쟁을 종료하고 평화조약을 맺고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핵문제 등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비전을 갖고 있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희망은 미·중양국 간의 대결구도로 짜이는 21세기 동아시아질서가 아직은 그 형성의 초기단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강대국 질서가 완전히 확립되어 체제 결정력을 갖고 우리민족에게 다가오기 전에 우리민족은 서로 협력하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특히, 오는 12월 대선이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새 지도자로 들어선 김정은 제 1비서의 지난 반년 동안의 행적을 보면, 그는 투명성과 공개성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적 가치를 포함한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남한과 국제사회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의 문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머지않은 장래에 남북 간에 정치·경제·사회문화공동체를 실현하여 ‘사실상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통일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활발한 의견의 개진과 토론을 통해 우리가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을 이뤄나갈 수 있는 담론을 새로 마련함으로써 모두 함께 ‘민족의 희망’을 다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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