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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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는 지방자치 말살 행위
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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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는

지방자치 말살 행위

어제(8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특별·광역시의 구의회 등 자치구 폐지와 함께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의 경우 시장이 직접 구청장을 임명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특별시와 광역시의 풀뿌리 자치의 터전인 모든 자치구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그동안 자치구 폐지와 구청장 임명직 전환은 지방자치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반민주적 발상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함을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가 또다시 충분한 공론화 없이 반민주적이고 시대역행적 발상으로 지방자치 퇴행을 야기하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특별·광역시 자치구 폐지는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 획일주의에 따른 반분권적 발상으로 즉각 철회하라.

광역시와 특별시의 자치구는 대도시의 다양성을 통해 아래로부터 혁신을 가져오고, 도시의 창조성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를 폐지하고 하부기관화 하는 것은 도시의 생명력을 박탈하여 관료적 획일주의로 대체하려는 반분권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치구 폐지는 결국 지역발전의 구심점 상실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제주도가 시군을 폐지하고 행정시로 전환한 이후 도청 업무집중과 주민들의 체감자치 결여가 나타나면서 다시 시군을 부활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초의회는 지역주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 단위이다. 이러한 기초의회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지역주민이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광역의회가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지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는 엄연히 그 규모와 대상, 다루는 사안의 범위 등이 다른 곳이다. 기초의회 대신 광역의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광역의회의 역할 역시 국회가 대신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광역의원들이 개별 구정에까지 관심을 갖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제기 하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지역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빼앗고 획일적 관료주의에 복종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기초의회의 정상화는 의회의 폐지가 아니라 진정한 지방 분권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은 이미 ‘강한 단체장, 약한 의회’ 구조가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던 만큼, 기초의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주민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자치구를 중앙 정치에 예속하는 구청장 임명직 전환을 즉각 철회하라.

현재 민선으로 선출되고 있는 구청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지역주민들의 결정권과 자치권을 제한하는 행위다. 또한 구청장이 독자적으로 과세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로 대폭 축소하는 것은 기초자치단체의 중앙정부 예속화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이는 결국 중앙정부의 입맛대로 기초단체를 움직이겠다는 발상으로 지방자치의 의미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자치권이 없는 구청장은 주민을 위한 결정권이 없고 시장의 지시를 수행해야하는 하급직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앙 행정 편의를 위해 주민들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청장이 구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심판은 광역단체장이 아니라 주민들이 하면 된다. 주민 참여 활성화를 통해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문제가 있는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심판하면 될 일이다.

구의회 등 자치구를 폐지하고, 구청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바꾸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지방자치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결정인 만큼 당연히 충분한 논의 과정과 해당 지역민의 합의와 자치적인 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강제로 주민들의 자치권을 제한하고,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은 반민주적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경실련>은 이러한 반민주적인 지방자치 말살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