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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실련-오마이뉴스 공동기획> 판교 공급의 역설③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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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주택이 재테크 수단으로 가는데 일조”

[판교, 공급의 역설 ③ 인터뷰]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


“결국은 주택이 재테크 수단으로 가도록 하는데 일조했던 거죠.” (서순탁 교수)
“공공기관도 스스로 자산을 낮게 잡고 부채만 부각시키면서 공공사업에 손 떼고 싶어해요.” (김성달 팀장)

판교신도시의 실패를 예견한 두 사람이 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 판교 개발 당시 서 교수는 경실련 정책 위원으로, 김 팀장은 실무진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개발 과정부터 “판교를 공영개발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는 귀를 닫았다. 그리고 이들의 예상대로 판교신도시 개발은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10여 년 전과 같은 말을 했다. 문장의 시제만 ‘미래형’에서 ‘과거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들은 판교신도시는 공급의 실패라며,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 판교신도시가 개발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판교신도시 개발 때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서(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 “강남 불패 신화를 잠재우기 위한 대체 신도시로 판교 신도시가 개발됐다. 정책결정론자는 공급 확대를 통해 당장의 위기(집값 상승에 따른 비판)를 모면하고, 개발업자 차원에서는 공급 확대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측면으로만 개발됐다. 그런데 판교신도시 건설을 발표해도 강남 집값은 계속 뛰었다. 집값을 관리하고 억제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들고 시장이 잠잠해진 뒤 공급 확대를 해야 하는데, (무작정) 공급 확대만 하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것을 알게 해줬다.”

김(김성달 경실련 팀장) “제2강남 얘기하면서, 초반만 해도 건교부 관료가 평당 750만원, 강남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시장을 진정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땅값이 들썩이고 최종적으로 1700만 원까지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정부 스스로 가격 조절에 실패했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 원가 자체를 올려버리면서, 부담이 커지고, 집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시계를 되돌려서, 당시 판교신도시 정책입안자라는 권한이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판교신도시를 개발할 것인가?

서 “주택을 포함한 토지, 부동산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국지적인 문제는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끌고가는 방향성이 없었다. IMF 이후 규제 완화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그 시기에 오르는 조짐은 계속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지적 가격 문제는 컨트롤하고 장기적으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방향이 결정됐다면, 답은 나와 있다고 보여진다. 부동산은 소유자가 노력해서 가격이 올라가는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급등에 따른 세부담도 당연한 논리다. 오른 것에 대한 세부담을 증가시키고, 공급은 주거 불안 계층에 대한 주거 기반 확충에 역량을 집중했어야 한다.”

김 “2001년(판교신도시 계획이 처음 나오던 시기)은 IMF 이후 당시 규제를 다 풀었던 때였다. 이때 판교는 오히려 올바른 대안으로 가는 모범이 될 수 있었다. 후분양제를 도입해 다 짓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갔다면, 후분양제라는 정책 확산에 기여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아니면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목표로 100% 공영 개발 하는 것이다. 그때 판교를 모두 공공 주택으로 가져갔다면 지금 판교 땅은 모두 정부의 자산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 땅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정부는 자산이 증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택지를 민간에 파는 방식으로 신도시를 개발한다면 앞으로도 서민주거 안정에는 기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마곡신도시 등 서울 인근 신도시가 들어설 때를 기억하면 된다. 그때 집값은 항상 들썩였다.


– 경실련에서는 정부가 택지를 보유하면서 건물만 민간에 파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토지 임대부 방식의 장점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

김 “주택용지를 팔지 않고 건물만 판다면 저렴한 값으로 소비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강남 보금자리 주택처럼 말이다. 현재 아파트 가격이 토지+건축 가격인데, 토지 가격이 빠지면 당연히 가격은 낮아진다. 정부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항변하는데, 상업 용지만 제대로 매각해도 개발 비용은 들일 수 있다. 택지도 선분양을 한다. 가격이 제대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것. 그거 제대로 못팔면서 사업수익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주택용지도 팔아왔던 게 정부가 해왔던 방식이다.”

– 정부나 지자체가 개발한 택지는 매각 이후 가격이 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더라. 이런 것들은 정부 당국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왜 정부는 땅을 못 팔아서 안달일까?

서 “정치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재임 기간 부채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부채가 늘면 비판받는데, 땅을 팔아서 1조원 남겼다면 재임 기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임대주택 늘린 것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민주정치 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다. 정말로 시민들이 사회 약자를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의 안목을 높이 평가한다면 토지 공공성을 확대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100조로 엄청 공격받았고, 부채를 낮추는 게 공익적 역할이 됐다. 그러면서 LH 자산(택지 등)들이 팔려나간 것이다. 그런데 자산만 제대로 평가해도 된다. LH 스스로 자산을 낮게 잡고 부채만 부각시키면서 공공사업에 손 떼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팔면서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도 한다. 공공 사업에 손대지 않으면서 많은 이익을 챙겨가는 것이다.”

– 사실 서울에선 집 한 채 갖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일반적인 평균 소득의 근로자는 내집 마련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처방전을 내린다면?

서 “당연히 공공임대 확충이다. 소득 계층 별로 접근해야겠지만,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가 필요하다. 임대주택을 새로 짓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시니어 세대들이 주택연금 가입을 많이 한다. 이런 것들을 많이 확보해서 임대주택으로 계속 확보하는 노력이 돈은 적게 들면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 노인 계층과 청년 계층으로 구분해 노인 계층은 주택 연금과 연계시키고, 청년 계층은 국가가 역세권 주변에 그걸 담보해서 돈이 없더라도 거주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이밖에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사회주택, 공공임대 등 다양한 형태가 필요하다.”

김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과 집값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은 주거 복지 영역이기 때문에 많이 지으면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개발 지역을 지정하면 땅값이 올라가고, 정부도 비싸게 팔면서 집값을 띄운다. 결국 집값을 잡을 수 없는 구조다. 집값이 계속 올라가면 기존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사업도 예산 문제 때문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공급 정책과 집값 잡기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하면서, 후분양제 등 개혁 과제를 추진해가야 한다고 본다.”

– 판교신도시가 주는 교훈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서 “강남 대체 신도시를 만들어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은 실패했다. 다시 강남 집값 오른다고 해서 대체 신도시를 만든다는 발상으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줬다. 그린벨트 풀어서 토지를 확보했으면 공공성을 최우선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정부 스스로 훼손했었다. 그러면서 판교신도시는 주택이 재태크 수단으로 가는데 일조했다. 앞으로 정부가 대규모 토지를 확보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이런 실패를 반영해 철저하게 목적을 서민주거 안정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