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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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풀뿌리와 국제화, 두마리 토끼 잡아야” – 임현진 공동대표 인터뷰

“풀뿌리와 국제화, 두마리 토끼 잡아야” 
임현진 공동대표(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진행_윤순철 기획총무팀 팀장 yunsc@ccej.or.kr
정리_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기업은 개별상품과 서비스를, 제3섹터인 NGO(비정부기구)와 NPO(비영리기구)는 ‘변화된 사람(Transformed Person)’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자활의지와 역량을 갖추도록, 보편적 사람들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민주화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와 시민의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임현진 공동대표(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시민사회에서 합리적 비판과 발전적 제안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과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소통자적 역할에 매진해왔다. 또한, 학자로서 한국 풍토에 맞는 사회과학 이론 체계를 정립해가는 동시에 시민사회운동과 NGO연구에 평생을 쏟았다. 정년을 2년 앞둔 지금, 그의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면 만추(晩秋)에 가깝다. 가을이 넉넉히 깃든 캠퍼스에서 임현진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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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성’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시민운동
 경실련과 임현진 대표의 인연은 첫걸음에서부터 시작됐다. 양견 교수(현 감사원장), 박세일 교수, 서경석 목사 등과 함께 경실련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부동산 투기문제가 심화되고, 토지소유에 의한 불로소득으로 사회균형과 건전성이 훼손되어갈 때 사회적 잠재욕구가 경실련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실련의 장점은 계급성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입니다. 다계급적인 민중운동에서 보통 사람들 중심의 시민운동을 처음 시도했어요. 지지도, 비판도 있었지만 90년대 시민운동 연결망 중심에 경실련이 서 있었죠.”
 임현진 대표는 경실련 외에도 정치, 환경, 사회복지, 역사, 국제교류 등 다양한 영역의 NGO활동에 참여해왔다. 전문성, 개혁성, 도덕성을 모토로 출범한 ‘나라정책연구회’와 ‘정치개혁시민연합’에 회장과 발기인을 맡았으며, 환경재단, 영산 사회복지법인, 장준하기념사업회등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 시민운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김영래,이필상, 강철규 교수 등과 ‘한국NGO학회’를 창설했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의 관심은 사회 곳곳에 뻗어있지만 무게중심은 늘 순수시민운동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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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위기? 회원중심의 ‘풀뿌리’가 해법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많은 NGO들이 새로 만들어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NGO의 정치지향성이 표면화되면서 그 발전 동력을 점점 잃어갔다. 임현진 대표는 NGO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특화된 운동이 아닌 종합시민운동을 하게된 것이 동력을 상실한 이유 중 하나예요.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경실련과 같은 NGO가 준정당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불가피성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2차 민주화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실질화 과정에서 NGO내 진보, 보수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진보쪽으로 몰아세우는 식의 분위기 변화가 있었어요.”
 경실련은 스스로 정치화를 경계했지만, 시민단체 구심점에서 그 영향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 다. 임현진 대표는 그 이유를 경실련 내부에서 꼬집었다. 바로 ‘풀뿌리’가 취약하다는 것. 조직이 관료화, 거대화, 집중화되면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가 수직화 됐고, 중앙 편중적어서 지역의 현안까지 두루 포괄하지 못했다. 즉, 풀뿌리시민운동에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경실련 발전의 족쇄가 된 것이다. 그는 해법도 바로 이 ‘풀뿌리’에서 찾았다. “중앙경실련과 지역경실련이 각각 자율성을 가진 연합체 구조의 장점은 살리되 지방조직이 더 탄탄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의 경우 실무자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지만, 외국의 대다수 NGO는 광범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이뤄집 니다. 회원에 의해 재정자립이 유지되는 것도 주목할 점이죠.”
 임 대표는 경실련이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로 국제화를 꼽았다. 국내 문제에만 국한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 등 타 국가와 연대하여 국제적인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뿌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국제화에 대한 도전에 직면에 있는 셈이다.
임현진 대표의 ‘나눔 공식’
 시민사회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임현진 대표. 그의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집안 막내로 자라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사회에서도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장학생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임현진 대표는 “과분한 혜택을 받은 데 비해 베푼 것이 부족하다”며 “최대한 많은 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임 대표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길진 NGO 스쿨’은 임 대표와 형제지간인, 지금은 고인이 된 故임길진 박사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환경운동 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故임길진 박사는 평소 시민사회 활동가 양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의 유지를 받들 어 국내외 장학사업 및 시민사회리더십과정 등을 운영하게 되었다.
 임 대표는 대학의 사회 봉사 과목 도입에도 힘써왔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시절, 내용은 몇백만 원짜리이지만 10만원만 받고 일반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를 처음 열었고, 학생들에게 NGO관련 강의를 하면서 NGO활동에 참여할 것을 늘 권유해 왔다. 다만, 많은 학생들이 1학년 때 자원봉사활동에 열망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2 학년 때부터는 전공진입을 위한 학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다시 고등학교 시절과 같은 경쟁무대로 돌아가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임 대표는 “다른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심을 기르고, 비판적 지식을 함양하고, 공동체적 품성을 갖추는 데 몰입돼야할 젊은이의 열정과 관심이 스펙 쌓기와 취업에만 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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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경실련에 거는 기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각각 새 국정운영에 대한 청사진과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지금,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사회 비판 및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임현진 대표는 취임사에서 “경실련은 크고 작은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 ‘뿌리깊은 나무’가 돼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실련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뿌리에 두고 민생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그의 생각이 드러나 는 대목이다. 임 대표의 인간애에 바탕을 둔 시민 운동에 대한 열정이 성숙한 시민사회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다수의 ‘변화된 사람’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실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올해 2월 공동대표에 취임했다. 2007년에 교육 부로부터 인문사회분야 ‘국가석학’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고 <글로발 NGO>, <지구시민사회의 구조와 역학>을 저술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사회경제학회(The 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Socio- Economics)에서 아시아 학자로서는 처음 집행이사회 이사로 선출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석학이다. 또 「사회비평」의 편집인을 지냈고, 국내외 주요 언론사 논설위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통일부, 국방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외교통상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을 지냈고, 아시아연구소 소장으로서 국내 NGO 연대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