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이야기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활동가이야기] 학림다방 인터뷰 – 혜화동이야기
2017.12.07
1,328

혜화동이야기 – 학림다방 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dongi78@ccej.or.kr

 

혜화동에는 학림다방이 있습니다. 학림다방은 대학로의 명소일 뿐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 예술가와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곳입니다. 경실련이 창립된 1989년보다 33년 전인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다방으로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이 대학생들의 첫 모임 장소가 대학로 학림다방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요. 가까이 있었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잘 소개하고 싶어 4대 학림지기인 이충열 사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학림다방은 부부 또는 자녀가 함께 오거나, 20대와 60~70대가 등을 맞대고 담소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4대 학림지기를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학림지기를 하게 되셨는지, 학림다방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궁금합니다.

1987년 학림다방을 인수해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저는 서울대 출신도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에요. 일제시대 때 지은 원래 건물은 지하철 4호선 공사를 하면서 헐리고, 시에서 보상해줘서 다시 건물을 세웠어요. 원래 위치에서 조금 변화도 있었고, 학림이 학림답지 못한 시기(경양식 레스토랑처럼 나비넥타이 맨 웨이터들이 있고, 유선방송 연결해서 음악을 틀어주던)를 거치면서 주변의 권유로 나처럼 모자라는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사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학림다방 메뉴는?

손님들한테 맛있는 거 팔아야지, 맛없는 거 팔면 안 되죠. 다 맛있지만 학림만의 치즈케잌이 참 맛있지요. 비엔나커피가 유명한데, 비엔나커피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옛날에 강남의 사모님들이 대학로에서 연극보고 비엔타커피 마시고 가는 게 코스같은 시절이 있었죠.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연속극에 비엔나 커피 마시는 신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비엔나커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지요.

 

찾아왔던 손님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은?

  • 30년 넘게 하면서 먹고 살았으니 돈도 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 다 만날 수 있었다는 게 학림다방 운영하면서의 큰 행운이에요. 어느 특정인을 말하긴 어렵네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수도 없이 많아서.

 

▲ 전직 사진가셨지만, 정작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말씀 도중 어렵게 한 컷 찍은 이충열 대표님(왼쪽)

 

 

자체 커피공방에 로스터기를 설치해 생두를 선별조합해서 커피를 볶아내고 하루에 스무 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가며 연구한 끝에 학림만의 독특하고 변함없는 맛을 찾아냈다고 들었습니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변하지 않을 것도 있고 변해야 할 것도 있어요. 메뉴랄까 이런 것들은 새롭게 변해야지 옛날에 이랬으니까 계속 이것만 하면 망해요. 커피는 로스팅을 일찍 시작했어요. 대학로 스타벅스가 우리나라 2호점인데, 2호점 들어오기 전에도 로스팅을 하고 있었으니까. 글쎄, 커피철학까지는 모르겠고, 요사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커피가 너무 유별나지는 거 같아요. 음식들도 경제가 나아질수록 퀄리티 좋은 것들 찾게 되듯이 커피도 똑같은 거 같아요. 인스턴트 먹다가 원두커피 먹고, 더 스페셜한 걸 먹게 되는데 음료고 기호식품인데, 너무들 유난을 떤다는 느낌이 들어요. 커피도 농산물이기 때문에 음식처럼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지요.

 

▲ 이충열 대표님은 학림다방 뒤편에 자리한 학림커피에서 커피 로스팅도 하고 손님들에게 커피를 판매하기도 한다.

 

대학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점포들을 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대학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쉽게 빨리 돈 벌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저게 될 거 같으면 금새 바꾸고 조금만 유행에 지나면 다른 거 다른 거, 대학로가 그렇게 바뀌어가는 거 같은데 글쎄 별로 썩 좋아보이진 않아요. 나는 유행에 민감하게 기웃거리지 않다보니 대학로에 30년 넘게 있어도 주변에 가게하는 사람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어요.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욕심이 있어야 추진력도 생기고 장사라는 게 항시 수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마이너스 크게 안 되면 자기 만족하면서 해야 가게들도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무들 다 들떠 있어요.

 

학림다방도 임대료가 오를 거 같은데 괜찮으신지 궁금합니다.

  • 지금까지 30년 동안 하면서는 어떻게 운 좋게 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버텼는데, 앞으로는 사회가 그런 것들을 지켜갈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해요. 이제는 개인이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도 집주인이 지금은 나이도 많으시고 돈도 있고 하셔서 괜찮은 거지, 돌아가시고 상속되거나 주인이 바뀌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다른 나라가 가게를 100년, 200년 할 수 있는 건 사회가 그렇게 지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봐요. 자영업자들이 해보니까 99%는 망하는 거 같아요. 임대료내고 하면 사람 쓰고 그런 건 못해요. 가족들이 하고, 자기 인건비 까먹고, 그러다보면 뭔가 재료에 부실해지고 그러다보면 손님들 안가고 계속 악순환인 거죠.

 

2014년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건물 전체가 영구 보존구역으로도 지정되었는데,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미래유산 선정됐다고 하는데, 치적쌓기식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돈이나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라 어렵게 해가는 것들을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해주거나 다른 가게들도 그렇게 노력할 수 있게 뭔가 제도개선 이라든지 뭐가 있어야 되는데 너나없이 다 지정해놓는 느낌이 들어요. 나도 모르는데 지정해놓고, 동판 하나 세워주고, 계속 인터뷰 하자고 연락오고 하는데 뭔질 모르겠어요. 아직은 홍보용 수준 같아요. 예전같은 경우는 음식점에 모범음식점이 있어요. 그 집은 진짜 모범음식점이었는데 지금은 다 모범음식점이래요.

 

경실련 또는 시민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정말로 집주인들이 부담감 가지고 마음대로 가게를 바꿀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여기는 정말 소중하다, 이거 없으면 안 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집주인들도 자제가 되겠지요. 사회가 지켜야지 이제 개인이 열심히 해보려고 소신을 갖고 해도 안돼요.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인 것들을 소중히 지켜가고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 학림다방은 음악파일로 음악을 재생하지 않고, LP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래된 LP판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운영하시면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별그대 같은 경우도 우리는 부수입 올릴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나중에 촬영하고 나서 저가여행상품 만들어가지고 중국관광객들이 관광버스 쭉 세워놓고는 무대기로 와서 사진찍고 가고 아주 곤란했어요. 관광공사랑 서울시에 전화해서 따지고 그랬죠. 물건 파는 거였으면 대박났을텐데. ㅎㅎ 차를 한잔씩 마셔야 하는데 사진만 찍고 우르르 가버리고. 아주 난리였죠. 드라마나 언론이나 이런 게 별로 안 좋은 게 막 띄우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래서 절대 인터뷰 안하고 있는데. 에이. 경실련 뭐 이런 거창한데서 와가지고. 민주화의 상징이라고도 많이 하는데, 데모가 끝나는 시점에 대학생들이 굉장히 개인주의로 바뀌잖아요. 그러면서 운동권이나 민주화의 장소로서의 이미지는 많이 없었는데 나중에 검색기능이 발달하면서 여기가 어떤 곳이다 이런 걸 알게 되면서 다시 알려졌죠.

 

새로운 계획들 있으세요?

  • 그전 같은 경우는 50주년 때 김정환 시인이 서두르고 그래서 1주일 동안 예술가들이 일일사장 하는 행사도 하긴 했었어요. 그 이후로는 안했어요. 지금은 이제 다들 나이들어서.. 학림 마지막 세대들이 60대 후반들이니까. 이제 조금 젊은 친구들로 계승이 돼 가야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뭔가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계속 해나가야 학림도 100년 가고, 계속 갈 수 있어요. 대충 해가지고는 오래 못 버텨요. 자생력을 항시 가져야지. 학림의 브랜드가치 같은 것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너무 장삿속 아니고 잘 이어갈 수 있는 친구들이 하면 좋겠어요.

 

순박하고 선한 어르신을 만나뵐 수 있어 마음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르르 몰려간 간사들에게 손수 내리신 커피도 대접해주셨습니다. 무엇이든 돈이 된다 하면 어느 도시든 똑같은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는 시대에 학림다방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이웃으로 역사와 전통을 아름답게 이어가자는 마음 나누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