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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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국은행의 고액권발행 주장에 대한 경실련 입장

한국은행의 화폐단위절하와 고액권발행 주장은 시기상조임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중립적 통화신용정책수립과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한국은행은 작년 상반기부터 화폐의 거래단위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화폐경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화폐단위절하(리디노미네이션)와 동시에 고액권발행을 주장하여 논란을 제기한데 이어, 최근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경제분과가 아닌 국민참여센타에 국민제안방식을 빌어 다시 화폐단위절하 논란을 재개하였다.


  중립적 통화신용정책수립과 물가안정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행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과 행태는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경기침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은행의 중심적 역할이 필요함을 인식할 때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인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적 고려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듯하여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근의 불안한 경제환경에의 한국은행 대응책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현시점에서 화폐단위절하와 고액권발행의 폐단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아직도 투명하지 않은 정치자금의 관행이나 정경유착의 폐습이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폐단위절하를 통한 고액권화는 뇌물이나 투명하지 않은 거래의 단위를 고액화시키는 사회적 부패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법이 투명하게 개정되고 정경유착이 근절되는 정치선진화가 도래되기 전에는 결코 고액권이 발행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대부분의 선량한 서민들은 수표에 배서함으로써 금융실명제의 법정신을 지키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으며, 요즘은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현금보유의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


  아울러 수표발행과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액화폐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로 우리사회가 불투명해서 생기는 정치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수표관련 비용이 훨씬 싸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화폐단위절하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새 지폐·주화를 찍어내야 하고, 자동판매기와 컴퓨터 프로그램, 회계·전표 양식 등도 모조리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셋째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환율단위를 줄인다고 원이 강세통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 신인도나 대외이미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집트, 라트비아, 오만처럼 우리보다 강세통화를 갖고 있으면서 경제력이 약한 나라도 얼마든지 있다.


  넷째로 화폐단위절하는 돈 씀씀이를 크게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우려가 있다는 심리적 동인으로 인해 지가앙등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는 최근의 충청권의 행정수도이전과 맞물려 다시금 지가대란을 불러올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우리 금융경제는 대규모 가계부채문제, 이라크 전쟁우려와 원유값 폭등, 반도체값 폭락과 수출부진, 북핵사태 등 대내외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로 흡사 응급실에 누워있는 환자와 같다.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량과 금리 그리고 화폐유통속도 등에 관한 심도있는 정책제시보다는 ‘화폐단위절하나 고액권발행’에 연연해 하는 것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커피먹겠느냐 녹차먹겠느냐를 묻는 의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중앙은행 총재처럼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으로서의 전문가적 권위는 물론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시장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한은 총재의 처신과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경실련>은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과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은행이 중립적 통화신용정책수립과 물가안정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화폐단위절하나 고액권발행 주장은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