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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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한미 FTA, 일곱가지 거짓


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노무현 정부가 지난해 1월8일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허겁지겁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이상하고 야릇함(不可思議) 투성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의 언행이 자주 바뀌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대는 행태가 아주 ‘이상(異常)’하기 짝이 없다. 추진 주체와 동기도 ‘아리송’하다.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왜 그럴까?  첫째, 2006년 6월 기준 대통령과 정부는 언필칭 한미 FTA는 3년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실제 그것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발표된 이후 기껏해야 한달간이다. 대통령의 연두회견(2006. 1. 8) 한달 후 한미 FTA 공청회 개최무산과 대외경제조정위 결의 및 협상개시 선언 등이 시간 차로 발표된 것이 2월 2일(미국 기준 2월3일) 이다. 다른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9월 대통령의 유럽 및 중미순방 때 독대하여 결심을 받아냈다고 공개함으로써 3년간 준비해왔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드러냈다.


둘째, 무엇보다도 우스운 일은 한달 만에 부랴부랴 작업하여 무산된 공청회에 공개한 국책연구기관의 한미 FTA 효과분석 수치들이 위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고서 다시 한달 정도 부랴부랴 수정작업을 하여 발표했는데 그 수치가 4-5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미 FTA로 국내총생산(GDP)이 1.99% 늘어 날 것이라는 수치가 한달만에 7.55%로 뻥튀겨지고, 한미 간 무역흑자가 70여억달러 줄어들것이라는 수치가 40여억달러로 줄더니 아예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도 최근 산자부는 한미 FTA로 1만3천여개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며 10만여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그후 산자부 장관은 경질되었다. 이 같은 정부 공식기관의 한미 FTA 손익계산 수치가 왔다갔다하여 아무도 그 효과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셋째, “한․칠레 FTA도 그렇게 반대했지만 지금 괜찮지 않느냐. 마찬가지로 한미 FTA도 결과가 좋을 것이다.” 라고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앞장서 선전한다. 이 말만큼 국민을 우롱하는 사실 호도(糊塗)의 극치가 없다. 우선, 단어만 같을 뿐 내용상  한․칠레, 한미 FTA(자유무역헙정)가 천양지차라는 사실이다. 칠레하고는 문자그대로 무역에 관한 관세조정 협상이었다. 미국과의 FTA는 무역관세는 물론 경제, 기업, 투자, 공공제도, 교육, 문화, 의료, 복지, 서비스, 환경분야, 외국기업의 정부소송 등 전반적인 경제사회 통합협상이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 추진하다가 그만둔 양국 투자조약(BIT)이 포함된 미국경제에의 총체적인 동조화에 관한 협상이 바로 한미 FTA 이다. 칠레하고는 협상하다가 우리 사과, 배, 쇠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의 무관세화 문제로 1년 남짓 협상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중단 끝에 우리 측의 일부 공산품 분야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칠레가 이들 문제에 양허함으로써 3년2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예상되었던 농축산업 피해와 피해품목이 대폭 축소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파괴력이 몇십, 백배가 클 미국하고의 FTA 협상은 미국 TPA(신속무역권한) 일정에 맞춰 10개월만에 타결하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조급함이다.


넷째, 도대체 FTA건 WTO건 협상도 하기 전에 일방적인 ‘선결조건’ 을 받아들인 사례는 한미 FTA 뿐이다. 스크린 쿼터축소, 광우병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세제 변경, 수입의약품값 통제 등 김대중 정부 때의 BIT 협상에서도 이들 선결조건 때문에 1년여만에 중단됐었는데 노무현 정부는 하등의 공론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뚝딱 양보해 버렸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이 선결조건 양보문제를 정부 고위책임자들이 극구 부인해오다가 미국회 문서가 공개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섯째,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45억원을 들여 각종 언론매체에 전면 광고하는 정부의 상투적 선전 내용에는 일본과 중국이 미국과 FTA를 하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인상을 암시하거나 한미 FTA는 우리 미래를 위해 중단할 수 없는 불가결한 사안인 듯 주장하는데 이 모두가 거짓말에 가깝다. 이미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가 그만둔 나라들에는 스위스, 태국,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남미국가 등 34개국이 넘는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FTA가 일반 FTA하고는 달라 전반적인 경제제도의 미국동조화 요구를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한미 FTA를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한미 FTA를 찬성하면 친노, 친미, 우파이고, 반대하면 반노, 반미, 좌파 인양 몰아가는 정부당국자와 일부 보수신문들의 논조도 코메디이다. 그러면 미국과 FTA 협상을 중단한 나라들이 모두 좌파, 반미, 반노란 말이 되기 때문이다.


여섯째,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대외통상협상의 원칙을 ‘선 대책 후 협상’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리고 훈령까지 만들어 선 공청회(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를 명문화 했다. 그 이전에 두 나라간 전문가들의 공동연구, 조사 후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한미 FTA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모두 무시되었다. 심지어 원래 예산에도 없던 홍보비를 펑펑 쏟아 부으며 한미 FTA 당위성을 홍보하면서 농민들이 조리미(쌀)를 거둬 반대광고를 내려니까 소송현안 운운하면서 원천봉쇄하고 있다. 합법적인 시위마저도 원천봉쇄하더니 반대광고마저 막아버렸다. 군사 독재정권 때도 이런 일이 있었던가?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탁월한 반어법으로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100여년전의 쇄국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밑도끝도없이 황당한 TV 광고를 통해서 광개토대왕, 장보고 대사를 들먹이며 한미 FTA를 찬성하라고 국민들을 매일 윽박지른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는 우루과이 협상 타결과 WTO 가입으로 이미 99.8% 정도의 무역 및 투자가 자유화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빨리 개방한 나라이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 무역, 기업, 사회, 교육, 문화, 복지 서비스제도 등에 만가지 피해를 감수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고치느냐, 아니면 줄 것, 얻어낼 것 등에 대해 더 세밀히 검토하고 공론화하여 단계적으로 취사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1월15일부터 시작하는 6차 협상에서 각 부처들이 미국의 요구사항들에 양보할 것을 간추려 내고 나머지는 2월에 예정된 양국 고위층간의 Big Deal에서 일괄타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 무역, 경제, 농업에 대한 피해대책과 개성공단 제품의 국산인증문제는 뻥긋도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한미 FTA를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노정권과 정치, 언론 세력들은 협상을 중단하고 냉철히 이해득실을 재검토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