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한미FTA가 남긴 교훈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극심한 대립과 심각한 국론분열 상태에서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타결이후에도 협상결과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협상내용이 우리사회에 미칠 종합적 영향에 대한 판단은 이후 협상내용 전체가 공개되면 각계의 냉정한 평가과정이 뒤이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비준에 대한 여론의 향배도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협상내용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고 한미FTA 과정이 우리사회에 남긴 교훈을 냉정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역대 어느 통상협정보다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치고 국론분열이 심각했던 만큼 한미FTA는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교훈과 해결과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한미FTA는 국민 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를 추진하는 정부의 잘못된 태도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한미FTA의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외면한채 국민들을 설득의 대상으로만 전락시켰다.


노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FTA 추진을 선포했고, 통상교섭본부장은 최소한의 여론수렴 절차인 공청회조차 파행된 가운데 협상개시를 강행했다. 협상시작 직후 소위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밝혀지고, 3년간 협정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불투명한 정부 행태에 대한 불신은 가중되었다.


심각한 국론 분열에 따라 여론수렴을 위해 FTA 체결 지원대책위가 구성되었음에도 대책위는 여론수렴보다는 FTA의 당위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홍보기구로 전락했다. 여론수렴없는 독선으로 요약되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그 결과는 극단적 대립과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잘못된 정부의 태도를 개선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립과 국론분열의 부작용은 비준과정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둘째, 객관적 연구의 축적과 사전,사후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교훈을 남겨주었다. 한미FTA는 역대 어느 통상협정보다 우리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은 한미FTA를 추진했던 정부나 졸속협상을 반대했던 측이나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한 객관적 연구와 FTA가 초래할 변화에 대한 사전,사후 대책은 매우 부실했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연구가 축척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외경제연구원의 연구자료에 과장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미FTA가 초래할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객관적 연구가 가능한 시스템은 마련되지 못하면서 각각의 주장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다. 또한 한미FTA가 각 부문에 미치게 될 영향에 따라 사전,사후대책이 제대로 제시되고 못하고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노력이 방치됨으로 국론분열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객관적 연구의 축적과 사전,사후대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FTA는 개방의 폭과 속도에 대한 합리적 논쟁이 아니라 쇄국이나 개방이냐라는 식의 비합리적 국론분열로 귀결되었다.


셋째, 합리적 통상시스템의 중요성이다. 한미FTA 협상 내내 우리 통상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협상의 고비마다 잘 갖추어진 미국의 통상시스템과 우리의 통상시스템이 비교되었고, 견제와 협력을 골간으로 하는 합리적 통상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도, 교섭력의 강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공청회조차 진행되지 못한채 협상을 시작한 우리 정부의 통상시스템은 협상개시 3개월전 의회에 협상여부를 통보하는 미국의 시스템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협상과정에서도 우리는 국회와 정당에 조차 제대로 협상내용을 보고하지 않아 내용검토는 차치하고 협상내용의 공개여부로 논란을 벌이는 반면 미국의 경우 의회는 물론이고 전문가, 업계대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협상내용을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합리적 통상시스템의 중요성은 타결여부를 가늠하는 막판협상에서 더욱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최종협상시한이 3월말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 협상연장은 없다고 공언하던 우리 정부는 미국 의회가 정한 TFA 일정에 대한 해석에 좌우되며 몇일간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 한미FTA 이후에도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한다고 한다. 동시다발적 FTA가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통상절차법 제정등을 통해 통상시스템을 합리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정당과 국회의 전문성 부족과 무책임도 개선되어야 한다. 한미FTA가 극단적 대립으로 귀결된 원인중의 하나로 정당과 국회가 직무유기를 지적할 수 있다. 국회는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행정부의 독선을 적절히 견제하는 한편 협상내용이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방치했다. 국회와 정당의 직무유기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어 특위를 구성한 이후에도 국회는 전문성이 뒷받침된 제대로 된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또한 통상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음에도 통상절차법 조차 제정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도 국회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속되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각 정당과 국회의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협상내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비준과정에서도 정략적 태도가 아니라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 입각하여 책임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은 실사구시적 태도에 입각하지 못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우리사회의 밝은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사전준비와 여론수렴없는 정부의 태도, 협상내용의 미공개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정당, 언론, 시민사회 등 사회 전분야에서 걸친 편가르기가 얼마나 심각한지가 입증되었다. 실사구시적 접근에 따른 합리적 판단보다 대립과 편가르기로 점철된 갈등을 해소하고 국론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한미FTA 협상이 끝났다. 정부는 조속히 협상내용을 공개하고 협상내용에 대한 각계의 냉정한 분석에 따라 국익의 관점에서 비준여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미FTA 논란과정에서 도출된 교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각계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