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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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함께 걷다] “화장실 하나 만들기 참~ 어렵네”
“화장실 하나 만들기 참~ 어렵네” 

몽골 국제개발현장 리포트

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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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하늘은 ‘곧다’. 티끌 하나 없는 100% 파랑이 색종이처럼 하늘에 펼쳐져있다. 혹여 뭉게구름이 유랑할 때면 눈부신 연두빛 초원에는 짙푸른 그림자가 구름의 꼬리를 잡고 땅위를 함께 거닌다. 하늘과 초원이 가감 없이 선명한 지평선을 그리는 곳, 모든 게 분명해서 거짓이 없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몽골은 한국의 NGO들이 앞다투어 개발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코이카(KOICA)에서 두번째로 많은 단원이 파견될 정도로 국제개발현장의 ‘핫 플레이스’이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데다가 잘 알다시피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가지고 태어나며, 생김새도 비슷하고 말의 어순도 같다. 몽골의 국적기 몽골항공은 대한항공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한 대의 항공기에서 시작됐을 정도로 우리나라와 몽골의 원조역사는 깊다. 국산 공산품의 인기가 좋고 우리나라 가요를 따라 부를 정도로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몽골인들의 태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외국인노동자 혹은 유학생으로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몽골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NGO가 쉽게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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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동안 1년치 작업을 모두 끝내야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Ulaanbataar)는 ‘붉은 영웅’이라는 뜻으로 전 세계 수도 중에서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도시이다. 필자는 울란바타르 외곽의 빈민촌에 교육센터를 만들고 운영하는 임무를 띠고 2009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약 1년반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한 달이 봄, 한 달이 여름, 한 달이 가을 그리고 나머지 아홉달이 겨울인 이곳 계절의 특성상 울란바타르에 주재하고 있는 NGO 단원들에게 여름은 가장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또한 가장 바쁜 기간이다. 얼음이 녹는 5월 중순부터 약 4개월안에 모든 공사며 시설 수리를 마쳐야한다. 6월초부터 약 3개월의 방학기간이 시작돼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한국으로부터 수많은 단기 봉사활동팀이 파견돼 물적, 인적 자원이 가장 풍부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현장에 파견됐을 때는 이러한 생활환경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말로 들어서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직접 공사를 시행하다보면 어김없이 한국 사람들이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한국에서는 설계와 시공, 내부 인테리어까지 한 업체에 의뢰하지만, 몽골의 경우 설계 따로, 시공 따로는 물론 건축자재도 직접 구입해 공사인력도 따로 고용해야한다. 이러한 진행과정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는 ‘돌방상황’에 대처하다보면 한국에서 건설업에 종사했던 사람이라도 어느덧 여름은 지나고 겨울이 코앞에 닥쳐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겨울에 공사하면 되지, 무슨 문제라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야외작업이 가능할지 “직접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어려운 것은 역시 고용문제이다. 몽골에서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긴 겨울동안 일거리가 없어 집에 기거하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일거리가 풍부한 여름에는 점심을 먹다 반주라도 곁들이면 그날 작업은 접고 그대로 ‘자체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을 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실한 몽골청년, 그의 정체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겪은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센터 앞마당에 동네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던 때였다. 일을 맡는 이들마다 점심때만 되면 사라지고, 그 다음날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붙어있는 사람도 마실 물을 제공하라, 수레가 오래돼서 작업이 힘들다는 등 계속해서 불평만 늘어놓을 뿐, 정작 일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진행상황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어느 날, 자신은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으니 부지런히 일할 수 있다며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마침 잘 알고 있던 동네 아저씨의 동생이라고 하여 믿고 일거리를 맡겨 보기로 했다. 젊은이는 과연 공언한 대로 성실하게 일했고 늘어지던 공사는 이틀새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마무리되어 갔다. 역시 술·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성실하다며 믿음을 굳히고 있던 찰나, 험상궂게 생긴 검은 가죽점퍼 차림의 한 사내가 찾아왔다. 잠시 이곳에 숨어있겠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형사였고, 앞서 말한 ‘성실한 젊은이’는 그 형사가 쫓는 탈옥수였던 것이다. 도피 자금을 마련하고자 삼일동안 말 그대로 ‘빡세게’ 일하고 있던 젊은이는 씁쓸하게 형사와 함께 센터를 떠나갔다.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NGO 활동이 외교의 수단이나 이윤추구의 목적이 아니라면 ‘효율성’을 제고하는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착한 개발의 조건’은 ▲인도주의적 목적에 의한 활동 ▲원조자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활동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는 활동 ▲자연력의 회복을 전제로 하는 활동 ▲욕망의 확장구조에 기여하지 않는 활동 등이다. 인도주의적 목적에 입각해 화장실을 지으려했다면 ‘원조자’로서 현지인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생각하는 태도가 선행돼야 했다. 화장실을 필요로 하는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함께 공사에 참여하며 화장실에 고장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고려하여 화장실을 만드는 일에 ‘협력’했어야 한다. 동시에 이 작업을 통해 마을주민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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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제라는 시작점에서…
  흔히 말하는 ‘국제개발 NGO활동’에서 대부분의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방적인 ‘개발’이나 ‘희생’으로서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국제개발현장을 만들기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앞으로 본 지면을 통해 국제개발현장에서 경험하고 고민한 일들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수년간 몸담고 있는 많은 분들 앞에서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송구스러움이 앞서지만, 염치불구하고 짧은 기간 동안 느낀 것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일상적인 ‘그들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는 시작점에 서서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