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지방자치] 행안부와 정치권은 시군 통합 논의에서 빠져야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행정구역개편을 언급한 이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시ㆍ군통합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이 이루어지면서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통합을 선언하는 등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통합 광풍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의 인센티브는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논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통합에 나서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통합에 있어 지역주민의 의사를 왜곡시킬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에 이르렀다. 경실련은 지역의 이해와 지역주민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돈 때문에 통합을 강요받고 있는 최근의 시․군 통합 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역주민에 의한 ‘자율’ 통합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사실상 강제 통합을 추진하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군 자율통합을 비롯한 행정구역개편은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 바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는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이 100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일제시대에 대대적인 군통합(合郡)이 있었고 해방이후에도 6대 광역시가 도로부터 분리되고 읍면자치를 군통합으로 전환하는 등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최근인 1994년 이후 대대적인 시ㆍ군 통합으로 83개의 시ㆍ군을 통합하여 41개의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새로 개편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를 두고 100년 전에 형성된 행정구역이라고 한 것은 중대한 사실의 왜곡이다.

지방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인식 역시 잘못되었다. 우리나라 부정적인 지역주의의 근간은 중앙집권체제와 편파적인 자원분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정구역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지역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권한과 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지역문제를 그 지역에서 해결하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하는데 있는 것이지 행정구역을 개편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에서 각자가 자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해결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주의는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시ㆍ군 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은 사실 아무런 논리적인 연계성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방행정구역만 개편하면 모든 지역발전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자율통합 추진 절차를 보면 이번 시군통합 논의가 정부 주도의 강제 통합에 가깝다는 것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0월초 통합건의지역 여론조사, 10월 중순 지방의회 의견 청취, 12월초 주민투표 실시 등 추진 일정을 밝히고 있다. 통합 건의부터 최종 통합 결정까지는 두 달여의 시간에 불과하다. 이 기간동안 통합지역의 명칭이나 시청 소재지 등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논의가 주민사이에 충분히 전개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지역마다 이해 수준이나 논의의 내용이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시한을 정해 서둘러 시ㆍ군 통합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사실상 정부 주도의 통합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행안부는 주민투표마저도 지방의회 의원 전체의 통합 찬성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주민투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구역 폐치분합시 주민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서둘러 시․군 통합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복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지방행정구역개편은 주민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구역과 생활구역이 일치하지 아니하여 주민이 불편을 겪는 곳을 중심으로 구역의 폐치분합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진지한 논의 없이 ‘돈폭탄’으로 시ㆍ군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 ‘자율’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펑펑 쏟아 부어도 되는 것인지, 통합을 원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희생으로 통합지방자치단체에 편파적인 특혜를 부여해도 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방행정구역개편을 요구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목소리만 요란하다. 임기만료를 앞둔 시장ㆍ군수가 앞장서서 통합을 선언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시ㆍ군 통합 논의에 있어서 정치인과 행정안전부는 빠져야 한다. 시ㆍ군 통합을 비롯한 행정구역개편은 주민들의 생활이나 지역공동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번 개편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되돌리기에는 막대한 경비와 노력이 들며 감정적인 갈등과 분쟁의 상처가 남는다. 모두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정치인이나 행정안전부로서는 스쳐가는 일이지만 주민들은 일생을 두고 불편과 후유증을 앓아야 한다. 행정구역개편이 지역발전과 주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 진지한 담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지역의 명칭, 사무소소재지, 하나의 지역으로서 지역발전의 청사진 등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합의가 주민들 사이에 이루어져야한다. 책임도 지지 않는 정치인과 행정안전부에게 주민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