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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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대책이란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일하는 사람에게는 절망을, 투기세력에게는 희망을 주는 집


국세청에 따르면 5년 동안 강남 집값은 6억8800만 원이 올랐다. 연봉 3000만 원인 봉급생활자의 23년 치 연봉이다. 강남 아파트의 60%를 사들인 3채 이상 집 소유자들은 앉아서 봉급생활자 70년치 연봉인 20억 이상을 번 것이다.


서울에서 33평 아파트를 사려면 사지도 입지도 않고 15년을 벌어야 가능하다. 한 달에 100만원을 저축한다면 38년이 걸린다. 봉급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IMF 이후 폭등한 집값으로 인해 이제 아파트는 일하는 사람에게는 절망을, 투기세력에게는 희망을 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투기와 불로소득이 판치는 사회, 일하지 않는 사람이 대접받는 나라가 된 것이다.


집값 안정, 투기근절을 위해 참여정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이런 상태에서 올 초부터 판교 주변지역과 강남,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폭등했다. 시민들의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민심이 전달되었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부동산대책 회의에서는 판교신도시를 보류하고 주택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8월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대책 회의 이후 부동산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하는 정책 책임자들의 발언이 지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거래의 투명성 ▲투기 초과이익 환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라는 3대 원칙을 강조하고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가수요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 “헌법을 바꾸는 정도로 힘들여서 바꾸지 않으면 안 바뀔 부동산정책을 만들 것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집값 폭등이 7년째 계속되고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이제야 제대로 인식한 듯하다. 정부의 인식대로 이번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참여정부는 주택, 부동산 문제로 인해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아파트가 일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투기세력에게 절망을 주도록 바뀔지, 집값 폭등과 투기가 지속되는 망국적 상황이 재연될지가 결정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주택에 대한 인식전환과 원칙정립이 필요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고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전환과 원칙정립이 필요하다.


먼저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 수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거나 물가상승률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아파트값에 잔뜩 끼어있는 30~40%의 거품을 제거하지 않고는 현실을 개혁할 수 없다.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를 퇴색시킬 뿐이다. 주택을 경기조절의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포기하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집값 폭등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에 기초한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공급부족, 규제, 저금리, 부동자금 때문이라는 표피적인 원인진단으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제시될 수 없다.


특히 주택에 관한 모든 패러다임을 바꾼 분양가자율화가 미친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하다. 정부는 98~99년 ▲분양가자율화 ▲분양권전매허용 ▲재건축규제완화 ▲다가구보유자에 대한 세제완화 ▲청약조건 완화 등 주택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완화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적 평가와 개선방안이 제시된 바 없다.


셋째, 주택과 관련된 공공의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해 왔다. 공공택지에서조차 공기업은 땅장사로 건설업체는 폭리를 취하도록 방치했다. 공공택지가 집값을 올리는 ‘로또택지’로 전락했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간 서민들은 피 같은 보증금마저 날리고 길거리로 쫓겨났다.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을 통해 공공보유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말로만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외치지 말고 정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말로만 서민과 중산층 … 공공보유주택 확대가 해법


넷째, 주택과 토지에서 발생하는 투기적 가수요를 근절하고 투기적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상태가 방치되는 한 시민들의 주거안정도, 건전한 국가경쟁력 회복도 불가능하다. 불로소득으로 인해 양극화가 확대되어 경제적 부정의가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당리당략적 태도를 버리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현재의 주택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국가적 현안이다. 만일 주택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된다면 강력한 시민적 저항을 자초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판교의 공영개발,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폐지’등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공영개발과 투기의 근절’을 촉구하고 있어 정치권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노력이 제대로 된 주택정책으로 귀결되도록 시민들이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촉구하는 시민적 로비활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8월 대책에 포함되어야 할 정책대안>


현재의 집값과 투기는 한두 개의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따라서 8월 대책은 아래의 내용을 포함하여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을 통한 공공보유주택의 확충


판교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공영개발하여 공공보유주택을 대폭 확충하여야 한다.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강제로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공기업은 땅장사를, 민간건설업체는 폭리를 취하는 반면 집값을 올리고 투기를 조장하는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공공택지는 공영개발하여 2.4%에 불과한 공공보유주택(네덜란드 40%, 영국 22%)을 전체주택의 20% 수준으로 대폭 확충하여야 한다. 상업용지, 업무용지 등만 민간에 팔고 아파트용지에는 다양한 평형의 공공보유주택으로 건설하여 서민과 중산층에게 장기공공임대아파트로 제공하면 아파트값의 거품도 빼고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을 거주공간으로 전환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2) 후분양제로의 이행과 선분양시 분양권전매폐지, 분양원가 공개


정부는 분양가를 자율화하면서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민간아파트의 후분양제로의 이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분양가만 자율화하고 후분양제 이행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집값보다 120%-170% 비싼 분양가로 건설업체는 폭리를 취한 반면 금융비용과 모든 위험부담은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 내에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후분야제로의 이행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선분양상태에서는 투기적가수요만 조장하는 분양권전매를 폐지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여 분양가책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3) 보유세의 획기적 강화


실효세율이 0.15%에 불과한 부동산 보유세를 참여정부 내에 대폭 인상하고 거래세(취득세, 등록세)는 인하하여 가수요를 줄이고 투기적 기대수익을 축소해야 한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참여정부 내 1%까지 확대하여야 하며 일정액 이하 부동산보유자는 보유세를 면제하고 토지와 주택을 합산하여 누진 과세해야 한다. 1370만 채의 주택 중 2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재산증식을 위해 사 놓은 538만 채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는 아무리 공급을 늘린다 해도 이는 다시 투기적 가수요로 연결될 뿐이다.


(4) 개발부담금(개발이익금)의 부활 등 개발이익환수제도 재정립


집값이 폭등하고 투기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발이익환수제도는 무력화되어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되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이익금의 50%를 환수하던 개발부담금은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2004년부터 부과가 중지되었고 개발이익을 환수할 제도는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반시설부담금제는 개발비용을 입주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반면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10.29대책에서 약속했던 개발부담금(개발이익금)을 부활, 확대하여 용도변경 등 모든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환수해야 한다.


또한 개발이익의 극히 일부만을 환수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를 강화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야 개발사업이 무분별하게 확대되어 땅값을 올리고 땅값으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5) 이외의 중요한 대책


이외에도 ▲토지ㆍ주택 소유실태의 전면적이고 상시적인 공개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과 등기부등본 표기 ▲주택금융제도 개선 등을 통한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체계 마련 ▲기업도시, 경제특구, 혁신도시, 골프장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땅투기 대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집값안정과 투기척결, 주택전환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 주어진 마지막 기회에 정부와 정치권의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한다. 투기꾼에게는 희망을 주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절망을 주었던 집이 이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집으로 바뀌고 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 이글은 미디어다음 7월 9일에 실린 글입니다.